▲강원도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1600억원 가량의 턴키 공사 심의위원 명단. 심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타지역 공무원들이 심사를 맡는다..
또한 설계 심사위원들의 점수로 사업자가 결정되기 때문에 심사위원들에 대한 로비가 치열하다는 것은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로비력을 갖춘 대형건설업체가 턴키 공사를 독식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2002년 11월에는 상위 6개사를 제외한 상위권 50개 건설사들이 건설교통부와 재정경제부에 "턴키는 많은 구조적인 문제를 노정하는 백해무익한 제도이며, 건설부흥의 암초가 된다"며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경찰은 "비리 공무원 주씨는 삼성중공업과 GS건설의 경우 턴키 공사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보험성 뇌물을 줬다고 진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보험성 뇌물은 턴키 심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턴키 심사의 공정성을 기한다는 명분으로 해당 지역 공무원은 그 지역 공사 심사에서 배제되고, 대신 다른 지역 심사에 참여한다. 일례로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강원지역 1600억원 규모 턴키 방식 공사의 심사위원 면면을 살펴보자.
(표 참조)
교수나 유관기관 관계자뿐 아니라 경기도청, 부산광역시, 광주광역시, 전남도청의 소속 공무원이 참여한다. 강원도 공사이기 때문에 다른 지자체 공무원들이 참여한 것이다. 이 공사의 경우 대기업 건설사 A사와 B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여 불과 0.07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로비능력이 당락을 결정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삼성중공업에 높은 점수 줬다"
대전 공무원의 건설사 뇌물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충남경찰청은 "6급 공무원 주씨로부터 다른 시도 수백억원대의 턴키 심사에서 삼성중공업에 높은 점수를 줬고, 삼성중공업은 이 공사를 수주했다는 진술을 얻어냈다"고 설명했다. 수사확대가 불가피한 대목이다.
확인결과 주씨는 지난해 4월 경남 창원의 턴키 공사 심사위원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경찰청에 따르면 대전시에 있는 턴키 심사위원만 해도 600여명에 달해 보험 성격으로 전달된 돈은 주씨 외에도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돈을 건넨 삼성중공업 현장소장 최아무개(46)씨를 불러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할 방침이지만 최씨가 일본으로 출국했다가 입국을 하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올해 8월 27일부터 발효된 건설산업기본법 영업정지 규정에 따르면 10월말부터 입찰과 수주를 위해 뇌물이나 향응을 제공하는 건설사는 2개월에서 1년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비리를 근절하자는 취지다.
구체적으로는 뇌물액이 1000만원 미만이면 영업정지 2개월, 1000만원~5000만원 사이는 4개월, 5000만원~1억원은 6개월, 1억원 이상은 8개월이다.
그러나 대전시 건설비리 관련사들은 법이 발효된 8월 27일 이전 일이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소급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경찰의 엄정한 수사와 함께 해당 건설사에 대한 영업정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인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은 "턴키 발주 공사는 비리를 유발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대전 건설비리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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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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