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을 통하게 하라

시화호 두 번 죽이는 일 없어야

등록 2005.10.04 00:19수정 2005.10.0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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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고 싶었다. 새만금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많은 전문가들이 '시화호를 보라'는 충고를 이구동성으로 해주었기 때문이다. 죽음의 호수로 더 잘 알려진 시화호는 새만금과 함께 우리에게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시커먼 공장폐수와 생활폐수를 방조제 밖 바다에 방류하고, 습지를 조성하고 폐수처리장을 마련하는 등 수질을 개선해보려고 백방의 노력을 해 보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자연의 힘을 빌린다. 시화호에 다시 갯지렁이와 숭어와 철새들을 불러 온 것은 '과학'의 힘을 빌린 수질개선이 아니라 '바다' 즉 해수의 유통이었다.

a 안산공단과 시화호 중상류의 모습

안산공단과 시화호 중상류의 모습 ⓒ 김준


a 시화호 남측 간석지에는 염생식물과 갈대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시화호 남측 간석지에는 염생식물과 갈대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 김준

태어나선 안 될 호수, 시화호

시화건설계획은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3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중동에 있는 건설장비를 대대적으로 이용하여 서해안의 농업단지, 공업단지 등을 일구는 대규모 국토확장사업을 전개할 구체적인 방안을 관계부처와 업계가 마련해 추진하라'는 업무지시로 시작되었다.

'국토확장'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은 되새겨 볼 일이다. 육지가 아닌 바다는 국토가 아니란 말인가? 그렇다면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은 어떻게 되는가. 바다와 섬에 대한 인식이 이러했을진대 최근 '독도문제'를 단순하게 일본인들의 망언 탓으로만 돌리기에 좀 '거시기'하다. 하물며 그곳에 사는 섬놈과 뱃놈들은 어디 인간으로나 취급을 했겠는가.

그 후 1984년 농림부와 농업진흥공사에 의해 '서남해안 간척농지 개발 사업을 위한 적지조사'가 이루어졌다. 1986년과 87년 초반 건교부와 농림부 등 관련 부처들은 부지 조성 후 용도를 둘러싼 갈등과 조정 과정을 거친 후 6월 수자원공사와 농업진흥공사를 앞세워 각각 공단과 농지의 조성을 목적으로 공사를 추진하였다. 그리고 1994년 1월 방조제 물막이공사가 완료되어 '시화호'가 탄생했던 것이다.

그 결과 경기도 시흥시, 안산시, 화성시에 이르는 방조제 12.7km와 간척지 1만 7300ha를 마련하였다. 시화호 북쪽 반월과 시흥을 중심으로 한 공업용지에는 수도권에서 방출된 염색, 피혁, 도금, 주물 등 수질과 대기오염의 주범인 공장들을 대거 이주시켰고, 남쪽에는 2천년대 식량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농지를 조성했다. 여기에 6100ha의 담수호를 조성하여 1억 6천만 톤의 수자원을 확보해 전천후 영농기반을 마련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공단과 농지는 갯벌을 메우고 부지를 마련해 개답공사를 하면 되지만 담수호 문제는 공장폐수는 물론 주거단지에서 나오는 생활폐수, 인근 축산폐수 그리고 주변의 생태환경까지 고려되어야 했기 때문에 계획 자체가 무모한 것이었다.

아무튼 바다가 호수로 변했다. 하지만 7년 후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2002년 2월 시화호를 '죽음의 호수'로 만든 관계 기관(건교수, 농림부, 환경부, 해양수산부)은 시화호를 담수호가 아닌 해수호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방조제 공사가 물막이 공사가 마무리된 이후 지역 시민단체, 환경단체, 전문가들은 '담수호 포기와 해수호 전환', '공단가 농지조성 중단과 시화호 종합개발계획 수립' 등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한 사례는 없다.


정부정책의 '무오류'의 철칙이 시화호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수질문제로 담수호를 포기하고 해수만 유통시킬 뿐 8천여억 원의 쏟아 부은 잘못된 정책에 대한 반성과 책임은 없고, 담수호를 전제로 수립한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새만금사업'에서도 유감없이 재현되고 있다.

a 죽음의 호수에 생명을 준 시화호방조제 방아머리 배수갑문, 이곳을 통해 하루 6000-7000만여 톤의 해수가 시화호로 소통된다.

죽음의 호수에 생명을 준 시화호방조제 방아머리 배수갑문, 이곳을 통해 하루 6000-7000만여 톤의 해수가 시화호로 소통된다. ⓒ 김준

다시 살아나는 시화호, '바다'는 생명

방아머리의 배수갑문은 문제의 시화호에 생명인 '해수'를 공급하는 곳이다. 인간의 탐욕과 오만이 만들어낸 '죽음의 호수'에 생명을 불어 넣어준 것은 자연, '바다'였다. 시화호가 바닷물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처방한 갖가지 수질개선대책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왜 수질개선대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을까.

시화호는 반월천, 동하천, 삼화천 등 3개의 하천에서 유입되는 물이 유입된다. 방조제가 막아지기 전 COD 2-3ppm이던 시화호 수질이, 물막이공사가 완료되고 나서 14.2-17.4ppm으로 악화되었다. 그 후 갈대습지 조성, 환배수로 시설, 하수처리장 2개소 신설 및 증설을 추진했다. 2002년 5월 시화호 상류 반월천, 동하천, 삼화천 유역의 합류지역인 안산시 본오동 공유수면 30만평 규모의 거대한 인공습지를 조성하였다. 이 습지는 1997년 정부의 시화호 수질개선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착공되어 27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었다.

이곳이 원래 습지지역이다. 하지만 수질정화 효과는 거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자연학습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수십만 평의 인공습지 자체가 수족관과 같기 때문에 이를 유지관리하기 위한 비용이 연간 수억 원에 이르기 때문에 새로운 문제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곳은 원래 습지지역이었기 때문에 자연습지를 파괴하고 천문학적 예산(세금)을 들여 '인공습지'를 조성하고 관리비로 수억 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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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a 인공습지 지역 안에 마련된 '자연생태관'

인공습지 지역 안에 마련된 '자연생태관' ⓒ 김준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입수량의 절대부족, 설계상의 중대한 결함, 시화공단과 반월공단의 우수관과 오수관의 잘못 연결되어 비가 오면 이들 물이 섞여 시화호로 유입, 유역의 축산폐수의 유입 통제 불가능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담수호 포기'라는 처방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결과 수질은 4-5ppm으로 호전되었다.

시화호의 담수화 포기 이후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시화호 수질이 개선되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바닷물이 유입되어 오염의 정도를 희석시켰을 뿐이지 근본적인 수질개선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자연의 힘은 놀랍다. 수질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한 녀석들은 갯벌 등 저서생물들이며, 이들을 찾던 물고기들이다. 방아머리 인근의 시화호 하류의 수심 5미터의 갯벌의 색깔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더니, 갯지렁이를 비롯해 그동안 보이지 않던 갯벌생물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를 반기는 놈들이 있다. 그들은 물고기와 철새들이다.

그동안 방조제가 막혀 오이도 갯벌 주변을 맴돌던 물고기들이 시화호 하류는 물론이고 상류까지 여행하는 모험을 시도하고 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시화호 주변에서 낚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사람만이 아니다. 방조제가 있고, 공장으로 둘러싸여 사람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북쪽 간석지와 습지에는 70여 종 10만여 마리의 철새들이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뿐이 아니다 공룡알이 발견된 시화호 남쪽에는 넓은 습지가 조성되어 염생식물과 습지식물들이 자라면서 고라니, 토끼를 비롯한 작은 동물들이 서식하기 시작했고, 텃새들이 알을 낳은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시화호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자연은 그 답을 제공해 주고 있다. 시화호를 떠났던 어민들도 그물을 내리고 고기잡이를 시작하고 있다. 어업권은 이미 보상으로 소실되었지만 수십 년 동안 해온 고기잡이이고 다시 돌아온 고기를 어민들이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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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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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이러한 자연의 변화에 인간들이 내놓은 해법은 엉뚱하기 그지없다. 건설교통부는 시화호 북측 간척지 317만평을 첨단복합산업단지로 만들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시화 멀티테크노벨리(MTV)라는 현란한 이름으로 포장한 개발 계획이 그것이다. 그리고 14만평에 이르는 수도권폐기물매립장을 조성할 계획을 수립하였다. 이뿐만 아니다. 남쪽 110만평은 농림부의 농업기반공사에 의해서 농지를 조성하고 있다.

화성지역에 속하는 남쪽은 반월과 시화지역과 달리 공장이 없어 상대적으로 수질이 좋은 지역이다. 계획처럼 시화호 담수호 계획이 실패하자 이번에 시화호 내부에서 비교적 수질이 좋은 형도 남쪽에 방조제를 쌓아 탄도호를 만들고 있다. 절대 정책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담수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시화호 방조제에는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해수유통으로 하루에 3000만 톤씩 2회에 걸쳐 해수가 유통되고 있다. 해수유통을 활용해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를 계획 중이다. 시화호 해수와 방조제 밖의 해수와의 낙차를 이용해 발전을 해 수질도 개선하고 전력도 생산해 내겠다는 계획인 것.

세계적인 명물로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화호에는 진짜 보물과 명물이 있다. 시화호를 가로지르는 39km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 송전선로와 송전탑은 시화호에서 가장 값이 나가는 보물(?)이라고 한다. 한 개의 설치 비용이 3억여 원에 이를 것이니 보물은 보물이다.

a 시화호의 보물(?) 송전탑 사이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들

시화호의 보물(?) 송전탑 사이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들 ⓒ 김준

시화호 다시 죽이기

사회호 주변지역은 모두 8330만평이다. 이중 7000만평은 건교부에서 반월특수지역으로 개발이며, 1330만평은 농림부에서 농지를 조성 중이다. 반월특수지역 7000만 평은 안산신도시(1790평), 시화1단계(1727만평) 등이 개발 완료되었다. 문제는 1994년 시화방조제 축조가 완료된 이후 발생한 북측의 317만평과 남측의 2937만평의 간석지였다.

이중 317만평의 북측간석지는 멀티테크노벨리(MTV) 조성을 계획하여 추진 중이며, 남측간석지는 1330만평이 농지를 조성 중이다. 또 공룡알 화석 등이 발견된 남측 간석지 1837만평은 종합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로 공사착공을 하지 않는 지역은 북측 멀티테크노벨리를 계획 중인 317만평과 공룡알이 발견된 남측간석지뿐이다.

이들 지역을 국가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안산시, 시흥시, 화성시)는 마치 갯벌을 쓸모없는 땅으로 생각했듯 '방치된 지역'으로 인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기간 방치할 경우 '난개발' 우려가 있다며 중앙부처별, 지자체별 활용계획을 조정하여 '시화호 종합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2003년 5월 건설교통부는 시화호 북측 간석지 317만평을 첨단벤처단지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민단체가 분노하는 것은 시화호 수질개선 방안과 종합이용계획도 없이 다시 반월공단 측의 습지를 매립하여 '멀티테크노벨리'로 작명한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남측 간석지 일부는 시화호 담수호를 포기하고 새로 탄도호 담수호를 포함한 농지를 조성 중이며, 나머지 지역은 지역 환경운동가들에 의해서 느닷없이 발견된 '공룡알'로 인해 계획에도 없는 예산을 집행하며 장기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할 상황이다. 공룡알 화석의 발견으로 일대의 450만평은 이미 천연기념물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a 시화호 물막이공사로 마련된 간석지에 대한 개발계획도

시화호 물막이공사로 마련된 간석지에 대한 개발계획도 ⓒ 김준

2005년 1월 건교부는 시화호의 마지막 남은 남측간석지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친환경개발'이라는 이름을 앞에 내걸고, '생태·레저', '생태·문화(공룡알 화석지)', '도시첨단산업', '관광·레저' 등 4개단지의 '첨단복합생태도시'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화방조제 작은 가리섬에 개발 중인 인구 50만에 공급할 수 있는 조력발전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시화호는 이렇게 하여 개발 주체들도 방조제 주변의 조력발전은 건교부와 수자원공사, 항만은 해수부, 북측 간석지의 멀티테크노벨리는 건교부(수자원공사), 안산테크노파크는 안산시, 남측 간선지는 농림부(농업기반공사), 도시용지는 건교부(수자원공사) 등으로 나누어 추진되고 있다.

잘못된 정책이라도 한 번 수립되면 변경되는 법이 없는 것이, 부끄럽지만 우리 현실이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개발하고, 첨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큰 개발계획을 수립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개발은 계속된다. 시화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을 다스릴 수 있을 거라는 오만스러움은 시화호에서 계속되고 있다.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성장연합체들은 10여 년 동안 시화에 적응하며 형성된 습지에 눈독을 들이며 '생태문화도시'라는 이름으로 더 큰 개발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바닷물이 소통하지 않으면 생태계가 무너지고 죽음 재앙이 닥친다는 것을 시화호는 증명해 주었다. 왜 많은 전문가들이 새만금의 '4공구를 터라', '해수를 소통시켜라'고 요구하는지 시화호가 대답해주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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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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