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친일파 재산환수법 제정 촉구 '촛불집회' 연다

등록 2005.10.05 21:11수정 2005.10.06 12:56
0
원고료로 응원
a 조계종 대변인 법안스님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조계종 대변인 법안스님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송영한

"진실규명에 이은 참회와 용서가 화합의 순서"

대한불교 조계종(총무원장대리 현고스님)은 5일 오후 2시 조계종 총무원에서 10월6일 저녁에 열릴 예정인 촛불집회와 관련하여 성명을 내고 온 국민과 종도들이 나서 '친일청산을 통한 국가 비전 창출과 과거사 정립'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조계종은 대변인 법안스님이 직접 발표한 이날 성명서에서 종단은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재세이화(在世理化)를 건국이념으로 삼아온 민족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일제36년의 통치는 가장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질곡의 역사"라고 규정하고 "이제는 질곡의 역사를 넘어 진실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참회와 용서 그리고 화합을 통해 새 역사를 만들어 가자"고 호소했다.

성명은 이어서 "최근 친일파 후손이 재산 찾기에 나서고, 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주는가 하면 부정과 비리로 점철되어온 일부 기득권층이 과거사 청산에 대한 시민적 요구를 거절한 채 조직적으로 저항. 은폐. 왜곡. 음해하는 것은 또 하나의 친일에 다름 아니며 또 다른 매국이 아닐 수 없다"며 "조계종도 종단소속 봉선사 말사인 내원암에 관련한 친일파들의 재산확인 소송과 현등사 사리탑에서 도굴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반환하라는 정당한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당하는 등 반민족, 반사회 세력의 도전을 받고 있다"고 선언했다.

정부와 국회의 노력 및 사법부의 결단촉구

법안스님은 이어서 "지난 세기 우리의 역사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왜곡된 역사에 대한 진실 규명, 성숙한 국민들의 너그러운 용서를 통한 21세기 민족과 국가의 비전을 위한 민족화합과 윤리적 발판을 만들기 위해 10월6일 촛불집회를 갖고자 한다"고 밝히고 "국회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환수 특별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제정할 것, 사법부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계승이라는 건국이념에 반하는 '친일재산 찾기'가 위헌임을 결정해줄 것, 정부는 정부주도의 과거사 청산 영역을 넓히고 민간차원의 자발적 과거사 청산노력이 이루어지도록 모든 정책적 수단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때로는 조사(祖師)의 죽비(竹篦)도 필요하다"

법안스님은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종단의 이런 의지(친일청산에 대한)는 이번 촛불집회 같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을 것이며 필요하다면 친일에 관한 연구소를 설립하여 연구 활동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27일 봉선사를 찾아 참회한 이해창 후손에 대해 관음보살의 자비를 베풀 용의가 없느냐?"는 질문에 "이 문제는 민족정기에 관한 문제로 이해창 후손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참회하는 자들은 관음보살의 자비로 포용하겠지만 아직도 깨우치지 못한 중생들에게는 조사(祖師)의 죽비(竹篦)가 필요한 때"라고 말하고 "민족정기가 바로 서고 친일재산문제가 법적으로 해결될 때에야 전체적인 용서와 화합 등 근원적인 해결이 될 것이며 그것이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원력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a 10월6일 조계사 촛불집회 포스터

10월6일 조계사 촛불집회 포스터 ⓒ 촛불집회추진위 자료

공약삼장을 행동 강령으로…다양한 문화행사 곁들여


한편 민족문제연구소와 대한불교조계종 25교구 본사 봉선사와 말사인 내원암, 조계종 중앙신도회 등이 추진하는 '친일청산과 민족정기 확립을 위한 조계사 촛불집회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6일(목) 오후 6시 30분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각 정당대표와 시민사회단체, 종교단체 인사를 초청해 촛불집회를 열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환수에관한특별법'(대표 발의 노회찬·최용규 의원)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추진위' 실행위원인 혜문스님은 "불교계가 친일청산의 물꼬를 튼 것은 만해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민족정기를 확립하기 위해서"라며 "'最後(최후)의 一人(일인)까지, 最後(최후)의 一刻(일각)까지 民族(민족)의 正當(정당)한 意思(의사)를 快(쾌) 히 發表(발표)하라'는 만해스님의 독립선언문 공약삼장을 촛불집회의 행동강령으로 삼을 것" 이라고 밝혔다.

'추진위'는 6일 촛불집회를 문화제 형식으로 꾸며 불교 신도는 물론 일반 시민들 누구나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가수 정태춘 박은옥 부부, 최근 독립군가 리메이크 음반작업에 참여한 인디 락 밴드 '더 문'(The Mu:n), 타악그룹 '하늘땅', 어린이합창단 '예쁜 아이들', 민중가수 서기상- 윤미진씨, 국악인 김현주씨 등이 자진출연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친일파재산 환수 특별법' 대표발의자인 최용규. 노회찬 두 의원이 참석할 예정이며 개신교 일부 목사들도 참석해 불교계의 역사정의 실현 활동에 경의를 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위'는 대회장에 철안 스님(봉선사 주지) 재문 스님(내원암 주지) 손안식(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상임부회장) 임헌영(민족문제연구소 소장), 실행위원장에 가산 스님(봉선사 총무국장), 실행위원에 혜문 스님(봉선사 총무과장) 청진 스님(내원암) 정순영(중앙신도회 사회팀장) 김창희(민주노동당 남양주지역위원장) 박정규(조계종 총무원 사회계장) 이세용(조계사 총무과장) 문만기(민족문제연구소 경기동북지부장) 방학진(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 등으로 구성됐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3. 3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4. 4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5. 5 국방부의 놀라운 배짱... 지난 1월에 그들이 벌인 일 국방부의 놀라운 배짱... 지난 1월에 그들이 벌인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