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뭔들 맛이 없을까?김규환
배 깔고 단잠을 자다 사람소리 들려 깨어보니 "차르르 찰찰" 집안에 기름 퍼지는 소리가 물방울 소리보다 더 간절하게 진동을 한다. 꿀잠에 벌꿀을 훔쳤던가. 부추 전에 막걸리 한 주전자 대령하였다. 몽롱한 꿈에서나 맛본 음식이 차려졌구나.
속이 더워지니 살맛나고 알딸딸한 기분이면 가을을 맘껏 즐기기에 충분한 것 아닌가. 아, 얼마나 좋은가. 한량(閑良) 흉내 내기 쉽지 않지만 무념 세계에 빠져드는 게으름 한번 피워보는 게 소원이다.
비가 오면 몸과 마음, 생활 용품까지 온통 재래식으로 바꾸자. 초가지붕에 구들장, 장독대, 마루, 아궁이, 정지, 마당, 측간이 그립다. 먹는 건 그 시절 즐겼던 부침개, 묵은지, 도토리묵, 된장국이면 좋겠다. 무엇보다 돌만 두개 나란히 놓인 뒷간에 앉아 즐거운 상상을 늘려가고 싶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