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용어 스피드퀴즈! 법제처장도 20점

[법사위-법제처] '몽리' '저치' '분마' '삭도'를 아십니까

등록 2005.10.10 14:49수정 2005.10.1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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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10일 국회 법사위의 법제처 국정감사에서 법률 용어 6개를 한문으로 적어온 카드를 들고 김선욱 법제처장에게 단어의 뜻을 묻고 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10일 국회 법사위의 법제처 국정감사에서 법률 용어 6개를 한문으로 적어온 카드를 들고 김선욱 법제처장에게 단어의 뜻을 묻고 있다.노회찬 의원실

'蒙利(몽리)', '貯置(저치)', '轉囑(전촉)', '決潰(결궤)', '위기(委棄)', '호창(呼唱)'….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10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제처 국정감사장.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법률 용어 6개를 한문으로 적어온 카드를 들고 김선욱 법제처장에게 단어의 뜻을 물었다. 이 단어들은 법전에 한문으로만 기재된 용어다.

'몽리'는 민법 233조에 나오는 용어로 '저수지 등 수리시설의 혜택을 입음'이라는 뜻이고, 역시 민법용어인 '저치'는 '저축하여 둠'이라는 뜻이다. 또한 형법 184조에 나오는 '결궤'는 '둑 따위가 무너짐', 형사소송법 221조의 '호창'은 '높은 목소리로 부름'이라는 뜻이다.

심지어 형사소송법 77조의 '전촉'과 민법 299조의 '위기'는 아예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단어들이었다.

이어 노 의원은 한글로 적어온 '분마' '장리' '삭도' '정려' 등 4개 단어의 뜻도 물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5조의 '분마(奔馬)'는 '급히 뛰는 말', 감사원법 19조 2항 '장리(掌理)'는 '일을 맡아서 처리함', 교통안전법 2조 2호 '삭도(索道)'는 '케이블카 등의 케이블', 국가공무원법 40조의 4호 '정려(精勵)'는 '부지런히 일함' 이라는 뜻이다.

이같은 질문에 김선욱 법제처장은 10개의 질문 중 '삭도'와 '장리' 2단어만을 정확하게 맞췄다.


"법률전문가가 못 맞추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

김선욱 법제처장이 10일 법제처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선욱 법제처장이 10일 법제처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노 의원은 "법령정비와 법률심사가 주 업무이고 법률전문가인 법제처 장관이 이 문제들을 맞추지 못한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라며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일본식 한자어가 법전에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 의원은 "법제처가 법률 한글화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한문에 한글을 병기해도 뜻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구거'를 '개울'로 '정려'를 '노력'으로 바꾸는 식으로 단어 자체를 실생활에 쓰이는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759개 법률에 대해 한글화 작업을 하고 있으나, 한글과 한문을 병기해도 일반인은 물론 법률 전문가들이 이해하기에도 여전히 법률용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노 의원 뿐 아니라 이날 법제처 국감에서는 법률 한글화작업이 여야 의원들의 주요 지적사항이었다.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은 "각 부처에서 법률 심사를 요청할 때 '한글로 (용어를) 고치지 않으면 심사 못 해준다'고 해야 고쳐진다"며 "하나라도 실질적으로 우리말답게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3공 때부터 한글화 작업을 고민했다고 하는데 거의 답보 상태"라면서 "최근에는 제목에 '디자인' '옴부즈만'등의 용어가 들어가는 법률이 법제처 심사에서도 그대로 통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병렬 열린우리당 의원도 "법률 한글화작업을 위한 기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민간위원들의 비상설기구가 있다"는 답변이 나오자 "비상설 민간위원회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겠느냐"고 추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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