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석계동에 위치한 태릉 민방위교육장은 시설이 현대화 되어 있다. 직접 소화기로 불 끄는 연습을 하지만 수용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김규환
변화의 중심에 선 민방위 교육
훈련이라면 치를 떠는 내 성격에 군복만 봐도 짜증이 나고 어떻게 한번이라도 벗어나볼까 별 궁리를 다 해보았다. 어찌어찌 대한 남아로서 군대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완수하고 어엿한 어른으로 대접받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군대를 늦게 가는 바람에 예비군교육을 8년 동안 마치고 서너 해 흘렀다. 한결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도록 마음이 여유로웠다. 명단이 누락되었던지 민방위대원 편성이 되지 않아 살다보니 이 나라에서 혜택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여기며 태평성대를 구가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이 자유, 구속되지 않은 행복감이라니!
한 동안 잊고 지냈던 소집 통지서가 올 봄에 날아왔다. 또 하나의 관문인 민방위교육이다. 북한 노농적위대에 필적하는 대항마를 키우겠다는 애초 뜻은 굉장한 변화를 거쳐 이젠 군사교육이나 이념 따위를 선전하는 도구에서 생활 현장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안전사고에 대비한 탈바꿈을 하여 꽤나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몰라보게 바뀐 것은 정권안보가 아닌 지자체장의 치적을 자화자찬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학원을 우리 구에 유치하였느니, 상습침수구역이었던 어디 어디 일대를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한 점을 부각한다. 두 차례 갈 때마다 대동소이했다.
취임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구청장이 마치 자신이 다 해결한 듯 선거운동을 할 때는 실로 따지고 싶었지만 또 튄다는 소리 들을까봐 참는 게 약이라는 격언을 떠올리며 훈련에 임했다. 다음 순서로 이른바 말짱하던 사람 졸게 하는데 특효인 마약 정신교육은 여전하였다.
시장판보다 더 소란하고 난장판인 어른들 구경하려면 아침에 민방위교육장을 가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연차가 짧아 태릉교육장에 몸소 납신 우리는 안전핀을 뽑고 소화기로 직접 불을 꺼보는 소방훈련, 심폐소생술을 실제 체험하기도 했다. 대피 요령도 시청각 교육을 곁들이니 여기까지는 좋았다.
민방위 교육이 달라진 점은 또 있다. 날짜를 선택할 수도 있고 어느 지자체에서나 그 해 훈련을 소화하면 인정된다는 측면에서는 꽤나 민간인 취급을 조금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