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장관 사퇴하라" - "대법서 무혐의"

[법사위-법무부] 한나라당 의원들, 천정배 장관 집중 포화

등록 2005.10.11 18:10수정 2005.10.1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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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을 취조하는 거냐, 뭐냐?" (우윤근 열린우리당 의원)
"장관 임명 자체가 잘못된 거야!"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자료사진)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자료사진)오마이뉴스 이종호
11일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장에서 '기양건설 비자금 사건'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의원들과 열린우리당 의원들간에 고성이 오가는 설전을 벌였다.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은 "'기양건설 비자금 사건과 한인옥씨 10억 수수설'사건이 정치공작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당시 민주당의 진상조사 특위위원장이었던 천정배 장관이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특히 "천 장관이 당시 허위사실을 주장한 관련자들을 만난 뒤, 관련 사건에 대해 검찰에 고발했고, 법무장관을 만나 압력을 넣었다"며 "기양건설 사건은 천 장관이 철저하게 개입된 공작사건이므로,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천 장관은 "당시 폭로한 사람들이 처벌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당시 한나라당이 명예훼손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았고, 대법원까지 갔으나 결국 무혐의 처리돼, 법률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답하며 사퇴요구를 일축했다.

장윤석 "기양건설 폭로 관련 대통령도 조사받아야" 주장

하지만 천 장관은 "결과적으로 내가 의존했던 그 사람들이 허위 폭로를 했다는 점에 대해서 당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패배한 선거진영의 사람들에 대해 걱정을 끼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장 의원은 "당시 노무현 후보도 '말이 의혹이지 사실 아니냐'고 말했었는데, 노 대통령도 이에 대해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천 장관은 "대통령은 임기 중에 소추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정면 반박했다.

장 의원이 "과거사를 정리하고자 하면 이 사건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재반박하면서, 설전이 이어졌다.


열린우리당 법사위 간사인 우윤근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천 장관은 당시 검사도 장관도 아니었다"며 "지금 기관감사 증인으로 나와있는데 개인적인 부분을 묻는 것은 불필요한 정쟁을 유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원장이 주의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연희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을 총지휘하기 때문에 지나간 일에 대해서도 물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고, 우 의원은 다시 "개인증인으로 불러라, 그럼 동의하겠다"고 반박했다.

이 와중에 주성영 의원이 "다른 분이 장관이 되어도 문제를 삼을 수 있다"면서 "장관임명 자체가 잘못된 거야"라고 고성을 지르자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서로 맞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우윤근 의원은 오후에 자신의 질의에 앞서 "장윤석 의원이 현직 장관에 대해 근거도 없이 정치공작이라고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바로 정치공작"이라고 반박하면서 "면책특권 속에 숨어있기 때문에 법률적인 것과는 별개로 정치적인 책임은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밖에도 대법관 추천발언과 대상그룹 사건 감찰 관련 건으로 천 장관에게 집중공세를 가했다.

김재경 의원은 천 장관이 '내규에 규정된 추천절차를 위반해 심의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 한 경우에는 자문위원회의 의견에 대해 심의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 내규를 위반했다며, 스스로 자문위원직에서 용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정배 장관, 대법관 추천 발언도 도마에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11일 법무부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11일 법무부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김성조 의원도 "문제가 된 상황에서 제청자문위원회에는 자문위원 본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규가 있다"며 "차관을 참석시키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주호영 의원 역시 "법무장관은 제청자문위원이고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대법관 자격이 있는데도 장관이 거론한 것 때문에 대법관이 되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천 장관은 "사석에서 얘기한 것이고 특별히 대법관 인사에 부당한 개입하려는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며 "추천위원회에는 각계의 훌륭한 분들이 모여 있는데 사석에서의 제 말 때문에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의원은 계속해서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사건의 경우 검찰이 비호하려 한 흔적이 뚜렷한데 감찰에서도 문제 안 된다고 한다, 지금도 임 회장에게는 900억원대의 또 다른 비자금의혹이 제기돼 있다"며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천 장관이 속해 있던 법무법인이 변호를 맡은 것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천 장관은 "제가 소속한 법무법인이 그 사건에 선임계를 낸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내가 장관이 될 가능성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박정규 변호사도 당시는 보통의 변호사였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사건 초기부터 기소했어야 마땅했던 사건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해당 수사팀에서는 아직도 법원으로부터 확실한 유죄판결을 받은 만한 충분한 증거 없다는 결론"이라고 해명했다.

천 장관은 그러면서 "검찰이 임 회장에 대해 '참고인 중지' 처분을 한 것은 잘못한 일"이라고 인정했다.

또 이날 여당 의원들과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X파일 사건과 관련해, 도청테이프의 내용을 단서로 해 수사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천 장관은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국회에 제출돼 있는 특검법과 특별법 처리과정과 국민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사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예전 답변을 되풀이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박주선 전 의원 "난 정치적 희생양"
"국가 상대 손배소 신중 검토중"...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신청

▲ 박주선 전 의원이 11일 오후 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의 법무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는 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박 전 의원은 현대건설 비자금 수수사건 등으로 세번 구속됐다 무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국회 법사위원들은 이날 오후 검찰의 무리하고 강압적인 과잉수사에 피해를 입은 사례로 박주선 전 의원을 증인으로 불러 직접 증언을 들었다.

2004년 현대건설 비자금 수수사건 등으로 3번 구속됐으나, 3번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박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검찰의 최정예인 대검 중수부가 3번이나 유·무죄를 판단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정치적 외압이 수사에 작용을 미친 것"이라며 "정치적 희생양이 필요한 상황에서 내가 희생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가 입은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인지 감찰이나 조사 등을 통해 밝혀달라"고 말했다.

주성영 의원이 증인으로 신청한 박 전 의원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적극적으로 질문에 나선 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용규 의원은 "박 전 의원은 16대 국회 정치인에 대한 마구잡이식 사냥의 한 피해자였다"며 "16대 때 같이 법사위에서 활동한 박 전 의원에게 질문하는 것이 민망하다"며 질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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