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국민 눈에 흡족한 대통령 없었다"

13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경선 불복하냐고? 이인제 후유증인 듯"

등록 2005.10.13 11:18수정 2005.10.1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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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열린 이명박 서울특별시장 초청 관훈토론회
13일 열린 이명박 서울특별시장 초청 관훈토론회오마이뉴스 문경미

[기사 보강 : 13일 오후 1시 40분]

"누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더라도, 승복하고 도울 것인가?"(패널)
"기본적인 문제를 심각하게 물어보는 것 같다.(웃음), 이인제 후유증 같다. 1995년 서울시장 내부 경선 때의 불공정 경선에서도 승복했다."(이명박 시장)


13일 오전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참가한 이명박 서울시장이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13일 오전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참가한 이명박 서울시장이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문경미
13일 오전 중견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총무 박정찬) 초청토론회에 참가한 이명박 서울시장.

김창기 조선일보 부국장, 고대영 KBS 해설위원, 성한용 한겨레부장급 정치부 기자, 황정미 세계일보 정치부장 등 4명의 패널이 '대권출마 선언' 발언을 얻어내기 위해 집요하게 던진 유도성 질문에 그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대권출마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시장은 "시중에서 이명박은 탈당을 하든, 무소속이든 무조건 대선에 출마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는 관련질문에 "무조건 출마라는 얘기는 들어본 적은 없는데 꼭 나왔으면 한다는 것으로 이해한다. 아전인수인가"라고 답했다. 이어 "1995년 서울시장에 도전했을 때의 당시 YS는 정원식씨를 추대했으나 대통령과 2시간 동안 독대하면서 반대해 결국 결선을 이뤄냈다"며 "그러나 나를 지지하는 대의원들을 교체하는 불공정 경선 이었으나, 경선을 이뤄냈고, 내가 불복하면 우리 당이 선거에 질 것 같아 결국 승복했다"고 말했다.

또 "그 때 YS가 승복 안 할 줄 알았는데, 대단하다고 하더라"며 "'이렇게 사람을 볼 줄 모르나' 하는 생각을 했다, 더 이상 얘기 않겠다"고 말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청계천 성공과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 시장은 시종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으로, 패널들의 질문을 여유 있게 받아넘겼다.

'내각제와 대통령제 중 어느 제도를 선호하느냐"는 질문에는 "통일문제, 강대국사이에서의 생존문제, 통일이후의 새롭게 닥쳐올 안보문제 등을 감안할 때 대통령제가 낫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흡족한 대통령을 못 만나서 그런데, 제대로 된 대통령제 해봐야 한다"며 "건국이후 우리가 대통령제를 해왔기 때문에 국민체질이 거기에 맞아 있다"고 답했다.


"경북 출신이라 지지 받는 거 아니다"

'경북 포항 출신이라는 점에서 대선주자로 이점이 있는 반면, 수도이전 반대로 충청권 지지가 낮은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그는 "경북대 총학생회 초청강연을 갔더니 학생 대다수가 나를 서울사람으로 알더라"며 "내가 지지를 받는다면 서울시장으로서의 역할 때문이지 경북 출신이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표를 얻는 것과 국가 이익 선택하라면 국가 이익을 선택할 것"이라며 "어느 것이 충청권을 위하고 어느 것이 국가를 위하는 것인지 충청도민들이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넘어갔다.

'경부운하 건설'에 대해서는 "선진국들은 강과 바다를 잘 이용하는 나라들"이라며 "대통령 꿈이 없을 때부터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직자들은 안 된다고 하는데, 한 번도 먼저 된다고 한 공직자를 본 일이 없다"면서 "대사업이라고 하지만 이해당사자는 청계천보다 적다"고 주장했다.

"예비조사를 보면 16개의 댐, 17개의 관문이 필요하고, 강물을 운하용으로 쓰기 위해 항상 댐에 갇혀 있어야 한다"며 "잘 몰라서 묻는데, 이 대사업이 과연 환경친화적이 될지 의문"이라는 질문에 "질문하는 것을 보니,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그 정도의 기술검토는 다 됐다"고 답했다.

이어 "이 문제를 완벽하다, 문제없다는 뜻으로 말하는 것은 아니"라며 "국민소득 3만불이 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아젠다를 제시한 것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에 대해 나보다 진보적인 사람 없어"

13일 열린 이명박 서울특별시장 초청 관훈토론회
13일 열린 이명박 서울특별시장 초청 관훈토론회오마이뉴스 문경미
이 시장은 남북관계와 관련 "흔히들 (북에 가기 위해) 돈을 얼마 주고 하는데, 그런 구차스런 방문을 할 필요 있느냐"며 "북한을 어떻게 자립하도록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95년 국회질의 때 우리 중소기업 500개가 북에 투자하자고 얘기했다, 나보다 북에 대해 진보적인 사람은 없다"고 자신했다. 이어 "이를 위해 먼저 북이 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누가 투자하겠느냐"며 "그런 면에서 현대가 (대북사업과 관련해) 지금은 어려움 겪고 있지만, 긍정적으로 가고 있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평양 방문 추진하다 적지 않은 돈을 날렸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일생을 살면서 돈을 벌어봤지 뜯겨보지는 않았다"며 "용선 사건 등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면서 통일부에 보고된 것이 왜곡돼 해석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시장은 토론회 중간중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비판하면서, 차별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가 부채는 200조원을 넘어 300조에 이르고 있지만, 서울시는 경영마인드를 도입해 부채를 줄이면서도 일은 더 많이 하고 있다."
"요즘 국책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청계천의 경우처럼 시민에게 신뢰받으면 그 어떤 어려운 일도 할 수 있다."
"지역간 균형발전을 이유로 강남 것을 빼앗아 강북에 억지로 옮겨 놓으면 안 된다. 강남은 강남대로 강북은 강북대로 새롭게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균형발전도 그런 식으로 해야 한다."
"2002년 10월 <노무현리더십>이라는 책에서 해양수산부 이전에 대해 행정부는 대통령 주변에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을 자랑한 노 대통령이 어떻게 이런(수도 이전) 일을 한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수도서울 봉헌', '청계천 복원은 하나님의 도움' 등의 발언으로 종교관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질문에 이 시장은 "한국을 국제적으로 자랑하는 것 중 하나가 다종교가 잘 화합한다는 것"이라며 "근래 가장 가까운 분은 법장스님이었다, 추석때 수덕사에서 보내자고 해놓고 약속 안 지켰느냐고 추모사를 했다"고 말했다.

또 "내가 내 종교에 성실한 신앙인이라는 것은 감춰야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걸 굳이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너무 슬픈 일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재벌회사 간 게 아니라 종업원 100명도 안 되는 건설회사 간 것"

"운동권 출신인데, 민주화운동 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밥되는 일 한 게 뭐냐'고 하는 등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질문에 이 시장은 "우리처럼 산업화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민주화 이룬 나라는 드물다"며 "산업화 세력을 깡그리 부정하는 사람들에게 '너는 뭐했냐'고 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대학 학생회장 시절 환경미화원으로 일할 때를 회상하면서 "서울이 다 같이 잘 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며 "학생운동 끝내고 정치를 했다면 그 사상을 갖고 정치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또 "운동권이 왜 재벌회사에 들어 갔냐고 하는데, 재벌회사에 간 것이 아니라 취업할 데가 없어서 종업원 100명도 안 되는 건설회사에 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회는 취재진 포함해 25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서울시 관계자는 "애초 150명 정도 참석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시장 업무하면서 말솜씨가 많이 는 것 같다"
농담 섞어가며 분위기 주도... 이 시장 능수능란 말솜씨 화제

이날 토론에서 이명박 시장은 상당한 말솜씨를 선보였다. 간간이 농담을 던져, 참석자들의 폭소와 박수를 끌어내기도 했다.

이 시장은 자신에 대한 '불도저 이미지'에 대해 "세계 CEO들 시각엔 빠르지 않은데, 유독 정치권에서만 빠르다고 한다"며 "정치권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받아쳤다.

이어 '이명박 무조건 출마설'에 대해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은 없는데 꼭 나왔으면 한다는 것으로 이해한다, 아전인수인가"고 답해 웃음을 끌어냈다.

또 "운동권출신인데 운동권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질문을 받고는, 플로어에 있던 정태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가리키면서 "부시장도 386 운동권인데 생각이 바른 사람이다, 지금도 친한 사람은 운동권에 다 있다"고 말하며 넘어갔다.

이 시장이 직접적인 대선 출마의사를 밝히지 않자 한 패널은 "서울시장 한 번 더하면 서울이 세계최고가 될 것 같다, 한 번 더 할 의향이 있느냐"고 역으로 묻자 "시장으로서 최선을 다했다"며 "그런데 최선 다하는 것은 너무 오래할 수 없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패널들에 질문에 대해서도 "질문하시는 거 보니까, 잘 모른다", "단순한 얘기를 복잡하게 한다"고 제압(?)하는 모습도 있었다. 한 측근은 "시장업무 하시면서 말씀이 많이 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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