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흰돌이 흰둥이' 새 주인 찾아

<오마이뉴스> 통해 12일 여행동반자로 입양

등록 2005.10.13 17:07수정 2005.10.1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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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디자이너 최규성씨 품에 안긴 흰돌이와 흰둥이 ⓒ 박병춘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12일 오전 11시, 대전의 한 동물병원에 네이버 카페 '유기견을 사랑하는 모임(이하 유사모)' 회원 다섯 명이 모였다. 이들은 서울에서 내려온 최규성씨(33ㆍ건축디자이너, 서울 도봉구 거주)에게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거듭해서 건넸다.

지난 9월 6일과 9일 <오마이뉴스>에 보도된 떠돌이 개 '흰돌이 흰둥이'가 새 주인을 만나 입양된 것이다.

학교 신발장에서 유기견 보호소로 이송되었던 흰돌이 흰둥이는 유사모 회원 박정순씨(대전 갈마동 거주)의 도움으로 동물병원에 옮겨져 1달여 동안 눈 수술, 피부병 치료, 중성화 시술 등을 마치고 새 주인 최규성씨에게 입양됐다.

각막 궤양으로 오른쪽 눈을 잃을 뻔했던 흰돌이는 수술 경과가 좋아 완전 정상을 되찾았고, 흰둥이 역시 심각했던 피부병과 귓병이 호전돼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새로운 주인의 품에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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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후 20일이 지난 9월 29일에 찍은 사진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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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의 품에 안긴 흰돌이 흰둥이의 건강한 현재 모습 ⓒ 박병춘

애초에 흰돌이 흰둥이를 책임지기로 했던 박정순씨는 현재 유기견 3마리를 포함하여 8마리 애완견을 키우고 있는데, "흰돌이 흰둥이의 입양을 희망하는 분이 없었다면 내가 키우려 했다"고 말하고, "흰돌이와 흰둥이가 워낙 건강하고 애교도 많아 좋은 분과 더불어 행복하게 잘 살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서로 헤어지지 않고 한 가정으로 입양되어 무척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흰돌이 흰둥이가 정상을 되찾는 데 적지 않은 치료비용이 들었는데, 동물병원 측은 박정순씨를 비롯한 유사모 회원들의 정성을 감안하여 상당액을 감면해주었다고 한다. 이 치료비는 박정순씨의 사비와 유사모 회원들의 정성이 담긴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흰돌이와 흰둥이는 제 여행 동반자"

최씨는 유기견이든 애완견이든 강아지 이야기만 들리면 심한 죄의식에 빠져든다고 한다. 자신의 관리 소홀로 두 차례에 걸쳐 두 마리 강아지와 사별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워낙 강아지를 좋아하여 몇 년 전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몽구'라고 이름 붙인 애완견 한 마리를 구입했다. 어느 날 사료가 떨어져 소시지를 구입하여 자신도 먹고 몽구에게도 주었는데, 최씨는 식중독에 걸려 응급실로 실려갔고 몽구는 장염에 홍역이 겹쳐 죽고 말았다.

최씨는 몽구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저승으로 간 몽구를 잊기 위해 '초코'라고 이름 붙인 강아지 한 마리를 다시 구입했다. 그러나 어찌된 사연인지 초코 또한 홍역에 걸려 죽고 말았다.

최씨는 연거푸 불행이 겹치면서 그 충격에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으려고 했는데, 지난 9월 6일자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고 마음이 움직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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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6일 첫 보도 사진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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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춘

학교 신발장 안에서 힘들어하며 지쳐 있는 강아지 사진을 보는 순간 마치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처럼 보였고, 자칫 안락사에 처해질 것 같은 느낌에 관심을 갖고 후속 기사를 읽어보며 입양할 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후 최씨는 유사모 카페를 통해 입양 의사를 밝혔고, 입양 전 지난 9일에는 서울에서 대전까지 내려와 흰돌이 흰둥이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두 아이에게 일부러 주인 냄새도 풍겨주었다.

'흰돌이 흰둥이를 품에 안은 심정이 어떠냐'는 필자의 질문에 최씨는 "우선 겁이 난다"고 말하면서 "주변 유사모 회원들의 격려와 축하에 감사드린다. 흰돌이 흰둥이가 생기발랄하고 하는 짓도 예뻐서 기분이 좋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잘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현재 건축디자이너로 서울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는데, 최씨가 가장 즐겨하는 것은 혼자서 여행을 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일이라고 한다. 최씨는 여행 동반자로 흰돌이와 흰둥이를 선택한 것이다.

"이제 흰돌이와 흰둥이를 가졌으니 과거 몽구와 초코의 죽음에 대해 조금이나마 죄의식을 털어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흰돌이와 흰둥이는 제 여행 동반자입니다. 제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함께 열심히 여행 다니렵니다."

덧붙이는 글 | 흰돌이와 흰둥이가 최규성씨에게 입양되기까지 지극한 정성으로 돌봐주신 박정순씨와 네이버 카페 ‘유기견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http://cafe.naver.com/tvpet.cafe)’ 회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모임의 발전을 빕니다.

덧붙이는 글 흰돌이와 흰둥이가 최규성씨에게 입양되기까지 지극한 정성으로 돌봐주신 박정순씨와 네이버 카페 ‘유기견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http://cafe.naver.com/tvpet.cafe)’ 회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모임의 발전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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