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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한발짝 물러섰는지 아침 공기가 제법 선선해졌습니다. 배란다 문을 열고 크게 숨 한번 몰아쉬었습니다. 뻐근한 어깨를 앞뒤로 흔들고 허리도 살짝 돌리면서 몸을 풀었습니다.
매일 보는 바깥 풍경인데 볼 때마다 깔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집 배란다에서는 앞쪽에 있는 나무 많은 정원은 잘 안 보이고 농구장과 롤러스케이트장 그리고 그 주변에 잘 다듬어진 수목들이 내다보입니다.
이 아파트에 이사 와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잘 가꾸어진 정원과 그 가장자리에 마련된 주차장이었습니다. 선이 그려져 있고 중간 중간 나무들이 있는데다가 잔디까지 깔려있어서 '설마 여기다 주차를?'하며 의아해 했습니다만 저녁마다 차들로 가득 찬 것을 보니 주차장이 맞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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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선이 그려진 주차장에 잔듸가 깔려있습니다. ⓒ 전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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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들이 하나둘씩 주차되었네요. ⓒ 전은화
한국에 있을 땐 잘 가꾸어진 잔디밭이 있으면 꼭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하고 쓴 표지판이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곳은 기후가 기후인지라 잔디가 흔하고 또 잘 자라기에 주차하는 곳까지 잔디를 깔아놓은 듯합니다.
아파트에 농구장이 있어서 그런지 해가 저무는 저녁 시간이면 농구하는 사람들로 소란스럽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가 농구라고 들은 적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학교 운동장에도 모래가 아닌 시멘트 농구장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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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한산한 놀이터와 농구장 ⓒ 전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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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터에 모여든 사람들 ⓒ 전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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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구장에 모여들기 시작하는 사람들 ⓒ 전은화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11시 30분 정도엔 직장인을 비롯해 학생들로 북적입니다. 오후 5시 정도가 되면 퇴근하는 사람들이 아파트를 가득 채웁니다. 그리고 자기들만의 시간을 즐깁니다. 사람들의 모습에선 여유가 느껴집니다.
저녁시간 배란다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농구장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평소엔 개인별로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가끔씩 제법 실력있는 사람들이 팀을 짜서 경기를 벌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농구장 주변으로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여유롭게 살고 싶건만 이른 출근과 항상 늦는 퇴근으로 지쳐 보이는 남편을 보면 어쩐지 사치스러운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해집니다. 그래도 열심히 살면 반드시 더 좋은 날이 올 거라 믿으며 낯선곳 낯선 사람들 틈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리라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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