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측의 직장폐쇄에 맞서 지난 5일 파업 동참을 선언한 관리직 사원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 제공: 한국시멘트 노조).
한국시멘트 노사 대립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전직 경영진의 비리로 진통을 겪어온 한국시멘트가 이번에는 노조의 파업과 회사 측의 직장폐쇄 조치로 또다시 파행을 맞고 있다.
특히 불법주식 매입 등의 혐의로 현 경영진이 재판을 받고있는 데다가 노조위원장(이희원)과 전 비상대책위원장(김종한)의 해고 문제 등으로 감정의 골까지 깊어져 이번 파장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급기야 회사 측은 지난달 29일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하다며 사내에서 농성중인 노조원들에게 직장폐쇄를 공고한 상태다. 또 노조위원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과 집회 시위 금지 가처분, 업무방해 등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회사, 손배 등 민형사 제기... 노조 "인간적으로까지 모욕"
파업중인 40여명의 노조원들은 주 생산시설이 위치한 포항철강 공단 내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이들은 지난달부터 본사가 있는 광주에 원정을 와, 지금까지 1달여가 넘게 거리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임단협 결렬로 파업에 돌입한 한국시멘트 노조는 지난 17일로 전면 파업 61일째를 맞았다.
노조는 임금 13만원 인상, 해고된 노조위원장과 우리사주조합장의 원직 복직, 2004년도분 성과급 지급 등을 촉구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임금 6만9천원 인상과 성과급 대신 생산 장려금 100% 지급으로 맞서고 있는 상태다.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인 해고자 복직 문제에 대해서는 인사권에 해당되는 문제라며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 | 해고자 복직, 노사갈등에 불씨 | | | 노조 "보복 인사"... 회사 "행정소송 봐야" | | | | 노사 갈등의 요인에는 해고자 문제 등 부당인사 논란이 중첩돼 있다. 노조는 '보복성'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현 경영진이 취임 후, 전직 임원의 부정비리를 고발해 온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노조 간부들을 해고하거나, 광주에서 대구와 부산으로, 포항에서 광주 등으로 연고가 없는 원거리로 부당 전보하거나 직위를 강등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해 왔다는 것.
지난해 전직 임원의 비리 규명에 앞장서 온 김종한(57)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해고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관리직 사원과의 쌍방 폭행을 빌미로 교섭과정 중 이희원(47) 노조위원장이 해고되기도 했다. 부당 전보 등을 이유로도 마찰은 계속되고 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의 경우, 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지난 8월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부당해고 판정이 내렸지만 회사 측은 아직 복직 명령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행정소송과 대법원 절차가 남아 있어, 아직 결과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 | | |
임단협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지만 현 경영진과의 불신도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범죄자로부터 불법주식을 인수한 현 경영진이 경영권 장악 직후부터 부당해고와 대기발령 등을 통해 보복 인사를 남발해 왔다"며 "동태를 감시하기 위해 곳곳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상생해가야 할 종업원들을 인간적으로까지 모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지난 5일에는 관리직 사원 7명이 회사 측에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파업 동참을 선언하고 나서 노사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노조원도 갈수록 늘고 있는 양상이다.
관리직 사원은 '우리의 입장'이란 글에서 "노조와 불성실한 자세를 지속해온 회사가 직장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로 동료들을 회사 밖으로 내몰았다"며 "관리직 사원으로서 파업투쟁에 합류하는 현실에 자괴감도 들지만, 힘들게 노숙 투쟁을 하고 있는 동료들을 나몰라라 할 수 없었다"며 동참 배경을 밝혔다.
회사측 "노조, 경영권 문제에 초점" - 노조 "도둑이 제 발 저린 꼴"
회사 측 한 관계자는 "노조가 임단협 문제보다는 경영권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해결을 어렵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조위원장이 자신의 명의로 파업 노조원들의 주식을 일괄 매입한 바 있다"며 "임단협 문제라면 지금이라도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조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 조합원 지분을 합해도 10%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무슨 경영권 간섭이냐"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우호지분까지 합하면 80% 넘는 지분을 확보한 현 경영진은 이미 지난 해부터 무리 없이 경영권을 행사해 오고 있다"며 "불법주식 취득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보니, 오히려 도둑이 제 발 저린 꼴 아니냐"고 주장했다.
14일 상급단체인 화학노련과 한국노총이 회사 측과의 중재 노력을 펼쳤지만 최종 무위로 돌아가면서, 한국 시멘트의 노사갈등은 더욱 장기화될 분위기다.
▲파업 노조원의 대부분이 포항 공장 직원들로 광주 원정 투쟁도 1달여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추석 명절 합동차례를 지내고 있는 모습(사진 제공: 한국시멘트 노조).
| | | "공적자금 수혜, 제3자와 주식 인수 회사 차지" | | | | 95년 회사 부도 이후 공적자금 2000여억 원이 투입돼 2003년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한국시멘트는, 각종 비자금과 회사자금을 이용한 불법 주식 취득 등의 혐의로 전직 회사 대표가 사법처리를 받는 등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지난 8월 광주지법은 뇌물 수수와 범죄수익 은닉 등을 이유로 전 대표 이모씨에 대해 징역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35억여원을 선고한 바 있다.
지난해 7월부터는 이미 사법처리 된 전 대표로부터 186억여 원에 주식을 사들인 ㈜남화산업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현 경영진도 불법주식 취득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등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공적자금 2000억원, 국감에서도 논란
최근 끝난 국정감사장에서도 한국시멘트 문제는 주요 이슈가 됐다. 지난 5일 환경노동위원회 대구지방노동청 감사에서는 산재 은폐 의혹 문제가 거론된 데 이어, 10일에는 공적자금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열린우리당 문학진 의원은 10일 열린 한국자산관리공사 국감에서 "공사가 (공적자금의) 신속한 회수에 비중을 두다 보니, 회생 가능한 기업조차 헐값에 매각해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인수주체의 검증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문 의원은 특히 "공적자금 2000억 원이 투입됐으나 인수 과정의 비리로 인해 법정다툼 중인 한국시멘트의 경우, 공사가 책임 경영할 인수자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하지 않아 구조조정회사가 인수 후 되팔아 차익만 챙기는 결과를 방기했다"고 질책했다.
문 의원은 "공적자금의 최대 수혜자는 회사 회생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 채권단, 정부, 종업원들이 아닌 제3자와 그로부터 부당한 주식을 인수한 회사가 됐다"며 "04년 매출액 1255여억 원, 순이익이 120여억 원의 우량한 회사로 거듭났으나, 한국시멘트 회생에 헌신적인 역할을 한 종업원들과 그 가족들은 종업원들은 다시 고용불안의 위협에 빠져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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