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의 길이'는 얼마나 될까?

[서평] 다우베 드라이스마 <나이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등록 2005.10.18 17:29수정 2005.10.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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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시간이 빨리 흐름을 절감한다. 어린 시절에는 빨리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고 싶은데, 나이를 먹으면서 세월이 너무나 빠름을 절감한다. 항상 '바쁘다'를 연발하며 살아가는 때문일까? 인생의 황혼이 빨리 올까 두려워하는 마음 때문일까?

누구나 한 번쯤 나이를 먹으며 느끼는 이 의문점을 이 책에서 저자는 심리학 교수답게 여러 학자들의 최근 연구결과를 두루 꿰면서 심리학과 문학, 철학을 넘나들며 차근차근 설명을 한다. 흥미를 유발하는 제목이기는 하나 심심풀이로 읽고 버릴 내용은 아니다. 그렇다고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심리학에 전혀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도 진지하게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다우베 교수의 설명은 재미있다.


지은이 다우베 드라이스마는 네덜란드의 심리학자이다. 1995년 <기억의 은유>로 호평을 받았고, 2001년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2003 유레카상 등 과학과 문학 분야의 여러 상을 수상하였다.

이 책은 '기억은 마음 내키는 곳에 드러눕는 개와 같다'는 제목으로 서두를 시작한다. 우리의 기억 중 우리 삶의 연대기라 할 수 있는 개인적인 기억을 학자들은 '자전적 기억'이라 부른다.

우리 인생이 기억상실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초의 기억을 이야기할 때 두 살에서 네 살 사이의 어느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전에 있었던 일은 전혀 기억나지 않고, 최초의 기억으로 생각나는 것도 서로 동떨어진 짧은 이미지들이다. 프로이트는 이런 기억상실을 '유아기 기억상실'이라고 했고 지금은 일반적으로 '아동기 기억상실'이라고 한다.

이런 기억상실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한 최근의 이론은 아이의 '자기의식 부족'을 지목한다.
'나' 또는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경험을 개인적 기억으로 저장할 수 없다. 어린 아이가 다른 사람들과 분리된 '나'로서 자신에 대해 어느 정도 통찰력을 쌓아야만 자전적 기억이 생긴다는 것이다.

자, 그러면 왜 우리는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것일까? 여러 학자들의 다양한 이론 중에서 다우베 교수는 '회상효과'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느려지는 생리시계', 두 가지를 가장 신빙성 있는 것으로 꼽는다.

1979년 D.매코맥은 평균 연령이 80세인 노인들을 대상으로 자전적 기억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대부분의 기억이 삶의 1분기에 속했다. 또한 수십 건의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발견되었다. 이는 대개의 사람들이 사춘기부터 성인기 초기까지 경험이 성격과 정체감 형성에 큰 영향을 받으며, 신경생리학적인 면에서도 기억력이 절정에 달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때 이후부터는 단조롭고 틀에 박힌 일상으로 들어가면서 기억이 단순화되는 것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스무 살 때의 일을 더 쉽게 기억해내는 이런 현상을 회상효과라고 한다. 우리 몸속에서는 호흡, 혈압, 맥박 등 수십 가지의 생리적 시계들이 똑딱거리며 우리 삶에 리듬과 박자를 부여해 준다. 이 많은 생리시계들을 통제하며 주인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 뇌의 시상하부 교차상핵(SCN)이다. SCN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통해 빛의 통제를 받는데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도파민의 생산량이 줄어들고, SCN의 세포도 줄어들게 된다.
마치 모래시계가 오래된 것일수록,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 조금씩 모래시계의 허리가 모래알갱이에 갈려 넓어지면서 흘러내리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현실 속의 시간을 헤아릴 때, 무의식적으로 생리적 시계를 기준으로 삼으므로 생체시계의 속도가 빠른 젊은 시절은 길게 느껴지고 반대로 노년기는 짧게 느껴지는 것이다. 프랑스의 미생물학자 카렐은 시간을 일정한 속도로 흘러가는 강물에 비유하여 설명하였다. '시계에 표시되는 시간은 계곡을 흐르는 강물처럼 일정한 속도로 흐른다. 인생의 초입에 서 있는 사람은 강물보다 빠른 속도로 강둑을 달릴 수 있다. 중년에 이르면 속도가 조금 느려지기는 하지만, 아직 강물과 보조를 맞출 수 있다. 그러나 노년에 이르러 몸이 지쳐버리면 강물의 속도보다 뒤쳐지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강둑에 드러누워 버리지만, 강물은 한결같은 속도로 계속 흘러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길게 늘이는 방법은 없을까? 프랑스의 철학자인 장 마리 귀요의 말을 빌어 다우베 교수는 우리에게 충고를 한다.

"시간을 길게 늘이고 싶다면, 기회가 있을 때 새로운 것들로 시간을 채워라. 신나게 여행을 다녀오거나, 새로운 삶을 받아들여 한층 젊어지는 삶을 살도록 하라."

이 책에는 이외에도 기억과 관련된 여러 가지 현상들, 데자뷰,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때 인생이 영화처럼 극적으로 나타난다는 파노라마 현상, 수치스러운 기억은 왜 안 잊히는지, 절대적 기억력을 가진 백치천재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덧붙이는 글 | 도서명 : 나이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지은이 : 다우베 드라이스마 저, 김승욱 역
출판사 : 에코리브르

덧붙이는 글 도서명 : 나이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지은이 : 다우베 드라이스마 저, 김승욱 역
출판사 : 에코리브르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다우어 드라이스마 지음, 김승욱 옮김,
에코리브르,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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