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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집에서 흙장난을 하고 있는 세린이. 누나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따라 가고, 누나가 하는 대로 그대로 따라하는 둘째 태민이. 이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제가 부모가 되고 있다는 것과 그 속에서 제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 장희용
다른 분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면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읽는다는데, 사실 세린이가 태어나고, 백일이 되고 돌이 될 때까지,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날 때까지도 세린이가 마냥 귀엽다는 생각만 했을 뿐 다른 분들처럼 부모님을 마음에 담지 못했습니다.
세린이가 밤에 안 자고 울어도 예쁘고, 목욕 시키는 것도 즐겁고, 옹알이 하는 세린이와 하루 종일 노는 것도 그저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돌이 지나면서부터 서서히 놀아달라고 하는 세린이가 반가웠고, 걸음마를 지나 걷고 뛰어다니는 세린이의 손을 잡고 거리로 나서면 사람들이 다 저를 쳐다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면서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고집이라는 것을 알면서 떼를 쓰는 모습까지도 사랑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둘째 태민이가 태어나고서는 조금씩 제 모습에서 부모님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생선에 가시를 발라 줄 때, 비싼 쇠고기 등심 사다 아이들만 구워줄 때, 밤에 추울까봐 자다 말고 일어나 이불을 덮어 줄 때, 주사 맞기 전 아이의 울음소리가 내 가슴에 파고 들 때, 비가 오는 날 혹여 비 맞을까 아이를 감쌀 때, 늦게 들어간 날 잠든 아이들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 볼 때….
저도 조금씩 부모가 되어 가는 모양입니다. 그런 저의 모습들 속에서 문득문득 스치듯이 제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이 생각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저를 이렇게 키웠겠지요. 어버이 은혜에 나오는 노랫말처럼 기르실 때 밤낮으로 애쓰면서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셨겠지요.
돌이켜 보니 '품 안의 자식'이라더니 제가 딱 그 짝입니다. 아이들을 보면서 한 번쯤은 내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했어야 하련만 그저 내 자식 예쁜 것만 바라보는 데 온통 마음을 빼앗겨 부모님을 미처 보지 못했습니다.
세린이와 태민이가 밥을 먹는 것을 보면서 부모는 자식이 밥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는 말, 예전에도 어렴풋이 그 말이 마음에 닿은 적은 있지만 오늘처럼 가슴 진하게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한 장면 한 장면 사진 속에 담긴 아이들 모습 속에서 어린 아기였을 저와, 제가 지금 두 아이를 바라보는 것처럼 저를 보고 있었을 부모님 얼굴이 떠오릅니다.
땅 위에 그 무엇이 이 어버이의 마음보다 높다하련만 두 아이의 아빠가 되고서도 한참이 지난 오늘에야 그 높음의 하나를 겨우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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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태민 잘 봐. 밥은 이렇게 먹는 거야! ⓒ 장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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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할 줄 알아. 아암~ ⓒ 장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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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읍! 너무 많이 먹었나봐 ⓒ 장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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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다 먹었네. 뭐야? 누나는 아직 남았잖아. ⓒ 장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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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라 모르겠다. 누나 거라도 먹어야지. ⓒ 장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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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배가 고프네. 엄마, 밥 주세요 밥! ⓒ 장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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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 그릇만 남기고 둘 다 텔레비전 보러 갔습니다. 사진 찍느라 밥을 못 먹었지만, 자식들 먹는 것만 보아도 배가 부르다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 장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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