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독선에 놀랄 뿐"-"최소한 인격 지켜달라"

천정배-장윤석 날선 공방 5시간

등록 2005.10.18 21:16수정 2005.10.19 09:44
0
원고료로 응원
[기사 수정 : 19일 오전 9시44분]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최근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둘러싸고 여·야간의 격돌이 벌어졌다.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이 천정배 법무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최근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둘러싸고 여·야간의 격돌이 벌어졌다.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이 천정배 법무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18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강정구 교수 사건' 수사 지휘권 발동과 관련, 5시간여 동안 이어진 한나라당 의원들의 공세에 맞서 할말을 다했다. 특히 천 장관과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의 공방이 격렬하게 진행됐다.

천 법무장관은 장 의원의 질의에 차분히 답변하기보다 흥분과 격앙된 목소리를 낼 때가 많았다. 이날 장 의원은 기본 질의에, 추가 질의, 추가 보충질의까지 모두 활용하면서 천 장관을 상대로 집요한 질문공세를 폈다.

장 의원은 추가 보충질의에서 "긴 시간 천 장관의 이야기를 듣고 천 장관이 이렇게 법률을 '왜곡할 수 있구나', '곡학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니 허탈하고 공허하다"며 "천 장관의 독단과 독선에 놀랄 뿐이고 나(천 장관)만 옳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장 의원은 김종빈 검찰총장의 퇴임사를 인용하면서 수사권 지휘를 한 책임을 천 장관에게 물었다. 이에 천 장관은 "퇴임한 검찰총장의 퇴임사에 대해서 논평을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해 장관이 '불구속'하라는 것은 정치적인 것이고, 아마도 검찰총장이 '불구속'을 주장했다면 비정치적 것이라고 해서 문제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장 의원은 이를 놓치지 않고 "형법상 직권남용죄 아니냐"며 "만약 이번 지휘권 발동이 외부 영향을 받아서 정치적으로 발동했다고 볼 수 있지 않나"라고 천 장관에게 김 전 검찰총장의 사퇴 책임을 추궁하듯 물었다.

이 말에 천 장관은 격분해서 "장 의원이나 저나 상당한 평가를 받는 법조인이라고 생각한다"며 "명백히 법에 따라 한 행위가 '직권남용'이라고 한다면…, 말도 제대로 안나오는데 소급처벌이 안되는 그것… 죄형법정주의는 어디로 가나"라며 장 의원에게 반격했다.


장 의원은 이 같은 천 장관의 역추궁에 "질의는 내가 하는 것"이라며 말을 돌렸다. 그러자 천 장관은 "장 의원의 말은 중대한 발언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도 제 양심과 인격을 걸고 (직권남용 발언은)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는 중대한 문제"라며 "국회에서 청문회를 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최근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둘러싸고 여·야간의 격돌이 벌어졌다. 천정배 법무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최근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둘러싸고 여·야간의 격돌이 벌어졌다. 천정배 법무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천정배 "터무니없는 색깔론, 정치공세 계속 하면 용납 못해"


천 장관과 장 의원의 충돌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앞서 장 의원은 "천 장관은 원래 명석하니까 답변도 잘하는 것 같은데 이 자리에서 아무리 인권을 부르짖고 불구속 수사를 이야기해도 4천만 국민들은 다안다"며 "국보법 폐지에 앞장섰던 천 장관이 교언구사를 해도 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자신의 손으로 강 교수 구속을 추인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 아니냐"고 공세를 펼쳤다.

이에 천 장관은 장 의원의 질의가 끝나기도 전에 "터무니없는 색깔론이고 정치공세"라며 "그런 발언을 계속하면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저도 국회의원이기도 하지만 의원들을 존중해 답변하고 있다"며 "공직자의 최소한의 인격을 지켜줄 것을 부탁드린다"면서 감정을 억제했다.

그러나 장 의원은 "왜 질의하는데 끼어드냐"며 "그래서 검찰과 경찰이 열심히 수사를 해서 구속 의견을 올린 데 끼어들지 않았냐, 끼어들지 마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한편 한나라당 소속의 최연희 법사위원장도 은근히 천 장관을 비꼬는 말을 내뱉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천 장관의 답변이 길어지자 "명석한 장관의 답변이 너무 길다"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으며, 장 의원 질의가 끊임없이 이어지자 "핵심 위주로 질의하라"면서도 "원래 천 장관이 그런 식으로 답변하는 것을 몰랐냐"고 말하기도 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