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왼쪽)의 <조선>·<동아>에 대한 '독극물' 발언에 대해 <동아일보>는 20일 사설을 통해 반격에 나섰다.오마이뉴스 이종호/동아일보사설
"법적으로 보장된 권한을 법무부장관이 행사한 것을 마치 우리 정부와 대통령, 여당이 사상적으로 이상하다고 선동 보도하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독극물과 같다."(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
"다수의 국민을 모독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말대로라면 발행부수 600만부를 오르내리는 세 신문의 애독자들은 매일 독극물을 마시고 불량식품을 먹고 있는 셈이다."(<동아일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향한 '독극물' 발언이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과 <동아>간 2라운드 논쟁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유 의원이 지난 17일 당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한 <조선>와 <동아>의 최근 보도를 문제 삼으며 '독극물'이라는 비난한 데 이어 19일에는 <중앙일보>를 향해 '불량식품'이라는 독설을 퍼부었다.
<동아>는 이에 20일 사설에서 유 의원을 지목해 "권력 맛에 취한 젊은 의원의 독선과 오만방자함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반격에 나섰다.
<동아일보> "칼럼 집필 거부하자 석달 뒤 '절독기' 기고"
<동아>는 이날 사설에서 '유시민 의원의 과거행적이 떠오르는 이유'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최고 권력을 쥔 대통령 편에 서서 대한민국의 역사, 제도, 문화를 칼질하고 85년 전통의 신문을 향해 모진 공격을 퍼붓는 유 의원같은 사람들은 '5년 정권'이 영원할 줄 알고 있는 것일까"라며 "어떤 정권도 무대에서 내려오고 나면 역사의 평가 앞에 알몸으로 서게 되는 법"이라고 경고했다.
<동아>는 또 '유 의원이 <동아>에 등을 돌리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유 의원과 <동아>의 '오랜 인연'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본보에 1년 3개월간 칼럼을 쓰다가 TV 시사토론 진행을 맡게 되자 2000년 6월 집필을 중단했다. 그리고 2002년 1월 방송 진행을 그만두게 되자 다시 본보에 칼럼이나 기획연재를 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지만 본보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있고 석 달 뒤 그는 한 잡지에 '나의 동아일보 절독기'를 발표했다. 그는 '칼럼을 실어주지 않는다고 열받아서 동아일보를 욕한다는 오해만큼은 피하고 싶다'고 했지만 본보가 칼럼 집필을 수용했어도 절독기를 썼겠는지 스스로 되물어 볼 일이다."
유시민 "독자와의 약속 지키기 위했던 것"
이에 대해 유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개인의 견해(독극물 발언)를 자유롭게 표명했을 뿐인데, 수백만부 발행 부수를 무기로 삼아 (<동아> 애독자들은 언급하며) 이렇게 협박하는 이런 행태야말로 조폭들이나 하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유 의원은 또한 <동아>의 의혹 제기에 대해 "2000년 6월 <동아> 기고를 그만두면서 '다시 돌아오면 제일 먼저 인사드리겠다'고 독자와 약속했기 때문에 방송을 그만 두면서 외부 필진 관리팀에 이메일을 보냈다"며 "독자들에 대한 도리를 다 하기 위함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유 의원은 지난 2000년 6월 28일 <동아>의 고정코너 '유시민의 세상읽기' 마지막 칼럼에서 "제 칼럼이 사라지는 것을 조금이라도 아쉬워하시는 분이 있다면 저로서는 큰 영광"이라며 "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지 모를 '외도'(TV 토론 진행자)를 끝내고 본업인 글쓰기로 돌아오면, 제일 먼저 그 분들께 인사를 드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 의원은 또 이 글에서 <동아>와의 각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하필 왜 <동아일보>냐는 문제는 사연이 좀 깊습니다. 제가 글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된 것은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던 1985년 봄 재판부에 제출했던 '항소이유서'가 '지하 베스트셀러'가 된 우연한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항소이유서'를 단독보도해서 특종 비슷한 기사로 만들어 낸 신문이 바로 <동아일보>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동아일보는 '글쟁이 유시민'에 대해 일종의 '지적 소유권(?)'을 보유한 셈입니다.
98년 1월 졸지에 'IMF 귀국 유학생'이 되어 공부를 중단하고 독일에서 돌아왔을 때, 말할 수 없이 곤궁한 처지에 있던 저에게 아낌없이 지면을 허락하여 준 것도 <주간동아>와 월간지 <신동아>였으며 '유시민의 세상읽기' 연재 역시 그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입니다."
유 의원이 바라보는 <동아>는 '글쟁이 유시민의 지적 소유권자'에서 '독극물'로 극명한 변화를 보인 셈이다.
'글쟁이 유시민의 지적 소유권자'던 <동아>가 '독극물' 된 이유
유 의원은 이에 대해 "<동아>에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개인적인 마음이고, 절독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공적인 행위"라며 "아무리 고맙게 생각하는 면이 있더라도, <동아>의 잘못을 눈감고 지나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옛날 <동아>와 지금 <동아>는 다르다"며 "80년대 <동아>에는 기자들이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정신을 갖고 있었고 민주주의에 대한 칼럼진들의 절절한 욕망이 느껴졌지만, 2002년 언론의 자유가 열린 이후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동아>가 이번 사설에서 언급한대로 유 의원은 2002년 <인물과 사상> 4월호에 기고한 '나의 동아일보 절독기'에서 <동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유 의원은 "구독을 중단하기로 한 직접적인 계기는 9·11 테러 이후 <동아>가 보여준 대북정책 관련 보도들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시의 '악의 축' 발언으로 북미간의 긴장이 높아지고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 고려되는 상황에서 <동아>가 사설과 해설기사, 노재봉씨 등 외부필진 칼럼을 통해서 보여준 것은 햇볕정책에 대한 비아냥, 김대중 정부 외교정책이 곤경에 빠진 것을 즐거워하는 듯한 무책임한 논평이 거의 전부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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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대 <동아>, '독극물' 논쟁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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