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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공연 중 ⓒ 허선행
지금 청주에서는 국제공예비엔날레가 열려,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해서 아이들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전시관도 많고 각종 체험관과 볼거리가 즐비해서 어른들도 마냥 즐거운 표정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한가롭게 거니는 분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무엇에 쫓기듯 가다보면 어찌나 예쁜 꽃들이 보이던지 다시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곤 했습니다. 어디서나 아이들의 모습은 예쁩니다. 담임선생님을 놓칠세라 짝과 손을 꼭 잡고 두 줄로 줄을 서서 관람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꼬마천사였습니다. 어른들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것도 아이들의 눈에는 대단하게 보이는 모양입니다.
감탄사를 연발하는 그 귀여운 녀석들의 행렬 뒤를 쫓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유모차를 미는 분들이 전시관에서 다른 전시관으로 가기 위해 줄을 지어 가던 우리 행렬 사이를 비집고 들어섭니다.
"어!"
아이들이 우왕좌왕 하며 비켜서느라 순식간에 줄이 흩어졌습니다. 너무나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줄이 길다면야 기다려주기 어렵겠지만, 고작해야 열 몇 줄 되는데 무 토막 자르듯 뚝 자르고 유모차를 밀고 가야 하는지 이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유모차에 발이라도 다칠까봐, "얘들아, 조심! 잠깐 기다리자" 하며 유모차 부대가 지날 때까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기다렸지만, 솔직히 그 어른들이 원망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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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에서든지 아이들이 줄지어 가는 모습을 보시거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허선행
그 유모차에 아이들이 타고 있던데 아이엄마니까 다른 집 아이들도 내 아이처럼 생각해서 1분만 기다려 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간신히 다시 줄을 정돈해 걸어가는데 한 번 흩어진 아이들 줄은 잘 세워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떤 아주머니가 "아이 예쁘기도 해라" "앞을 보고 선생님 잘 따라가라" 하시는 겁니다.
유모차를 무작정 밀고 가던 분과 우리가 지나기를 기다려주던 분이 비교되었습니다. 제 자신도 돌아보았습니다. 혹시 나도 다른 사람의 다니는 길에 방해가 된 적은 없었는지 말입니다.
다른 전시관에서도 마찬가지로 관람객이 많았습니다. 도우미도 여럿 보였지만 질서정연하게 관람하는 어른들과 달리 여러 곳에 관심과 흥미를 보이며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은 귀찮은 존재로 여기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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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에게 솔선수범하는 어른이 되어주세요. ⓒ 허선행
"만지면 안돼요."
"앞에 보고 빨리 가세요."
미처 눈여겨 볼 사이도 없이 무작정 앞으로 떼밀러 가야하는 형국입니다. 전시관에서의 홀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아이들은 다양한 체험활동에 관심을 둡니다. 좀 더 느긋하게 돌아 볼 여유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부탁드립니다. 어디에서든지 아이들이 줄지어 가는 모습을 보시거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우리 아이가 넘어질까 노심초사 하시는 부모님 마음으로 다른 아이들도 내 아이와 똑같이 대해 주시는 넓은 마음을 기대해 봅니다.
곳곳에 놓여있는 아름다운 장식과 공예품이 빛나듯 우리들 마음도 반짝반짝 빛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어른들의 훌륭한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여러분과 똑같이 멋진 어른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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