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은 '털머위'를 싫어한다?

출어 하지 않고 정박해 있는 울릉도 오징어잡이 어선들

등록 2005.10.24 10:08수정 2005.10.24 10:08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9월~10월까지 피는 "털머위"
9월~10월까지 피는 "털머위"배상용
매년 10월말이면 울릉도 저동항 부두에는 200~300대의 오징어잡이 어선들이 출어를 하지 않고 정박해 있다.


그 이유로 어민들은 흔히 “달 밝이”라고 얘기한다. 매년 10월15일~25일까지는 달이 제일 밝아 오징어가 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어선에서 밝게 집어등을 밝히면 그 빛을 보고 오징어가 몰려드는데 이 때는 달이 너무 밝아 집어등의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

"달밝이"로 출어를 하지않고 항내에 정박해 있는 오징어잡이 어선들
"달밝이"로 출어를 하지않고 항내에 정박해 있는 오징어잡이 어선들배상용
그래서 이 시기면 대부분의 어민들은 달 밝이의 열흘정도는 어쩔 수 없이 쉴 수밖에 없다고.

동네 어르신들은 이에 대해 이런 소리도 하신다.

“저놈의 털머위가 빨리 져야 오징어가 나지….”

이 말을 가만 생각해보면 그럴듯하게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지는 맞는 말씀인 것도 같다. 노란색의 털머위가 나는 시기는 9월~10월까지다. 울릉도에서 털머위가 최고 만발했다가 지는 시기는 오징어 달 밝이가 지나는 10월15일~25일과 비슷하다.


지금 울릉도에는 곳곳의 산 기슭에 노란색의 털머위가 피어있다
지금 울릉도에는 곳곳의 산 기슭에 노란색의 털머위가 피어있다배상용
어쩌면 100여년 전의 울릉도 개척민들도 10월의 이 꽃이 지기만을 기다렸다가 오징어잡이를 떠났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니 어떻게 보면 밉기도, 고맙기도 한 꽃이기도 하다.
날이 갈수록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기름값에 출어를 포기하는 울릉도의 어민들….

거기에다 작년부터 시작된 중국 쌍끌이 어선의 북한수역 내 싹쓸이 조업은 울릉도 주민들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노란 털머위가 지면 어민들은 만선을 꿈꾸며 또 바다로 나갈 것이다.


오징어가 나지 않는 "달밝이"인 10월15일~25일 사이에 활짝 피어오르는 "털머위"
오징어가 나지 않는 "달밝이"인 10월15일~25일 사이에 활짝 피어오르는 "털머위"배상용
노란색의 털머위처럼, 어민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부지원 정책이 밝은 노란색 이면 얼마나 좋을까?

덧붙이는 글 | 배상용기자는 울릉도관광정보사이트 울릉도닷컴현지운영자이자 울릉군발전연구소 소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배상용기자는 울릉도관광정보사이트 울릉도닷컴현지운영자이자 울릉군발전연구소 소장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2. 2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3. 3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4. 4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5. 5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