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와 시민기자는 '물과 물고기'의 관계입니다

시민기자와의 대화(1)

등록 2005.10.24 19:17수정 2005.10.2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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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 저는 지난 10월 19일에 부산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서 '시민기자와의 대화'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강의라서 변변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을 위해 몇 회에 걸쳐 강의내용을 소개할까 합니다. 부족하더라도 끝까지 읽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1. 내가 본 시민기자

(1) 나와 시민기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박희우라고 합니다. 여러분, 저녁은 드셨습니까? 맛있게 드셨다고요. 저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영광도서 맞은편 골목길에 식당이 많더라고요. 그곳에서 갈치찌개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있지요. 갈치찌개를 먹는데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장날이면 갈치를 사오시곤 하셨습니다. 거나하게 막걸리를 드시고 허리춤에 갈치를 꿰차고 오는 것이었지요. 저녁노을에 갈치비늘이 반짝반짝 빛을 냈어요.

어머니는 큰 냄비에 갈치찌개를 끓였습니다. 저녁밥상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늦은 식사를 했습니다. 아버지는 장터에서 한술 떴다며 밥을 들지 않으셨습니다. 7형제인 우리는 아버지 밥을 서로 먹겠다고 싸웠습니다. 보다못해 어머니께서는 당신의 밥을 덜어주곤 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노라니 괜히 콧등이 시큰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 지금 시간이 8시40분 가까이 되네요. 하루 중 가장 편안한 시간이 바로 이 시간대가 아닐까 합니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가족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면 얼마나 좋습니까. 하루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모습,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지 않으세요.

그런데 여러분께서는 그렇게 귀중한 시간을 제 강의에 할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의 귀중한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 그런데 있지요. 제가 강의 나간다고 하니까 아내가 원고를 보잡니다. 제가 보여줬지요.


아내가 한번 읽고 나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거예요. 읽고 나서 남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저보고 그러는 거 있지요. 강단에 서면 이런 원고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듣고 제가 얼마나 충격 받았는지 아세요. 진짜 어렵게 쓴 원고였거든요. 지금도 아내가 한 말이 귀에 생생합니다. 강의 받는 사람들은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는 거예요. 강의한 내용 중 10%만 기억하면 훌륭한 강의라는 거예요. 할 수 있습니까. 저는 원고를 대폭 뜯어 고쳤습니다.

그래요. 오늘 저는 많은 걸 강의하지 않겠습니다. 꼭 필요한 것 3가지만 강의하겠습니다. 첫째는 내가 본 시민기자고, 둘째는 시민기자의 글 쓰기, 세 번째는 내 글은 이렇게 쓰여졌다 입니다.

a 근무중에 잠깐 웃어보았습니다

근무중에 잠깐 웃어보았습니다 ⓒ 박희우

여러분, 저는 전문적으로 글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여태껏 문단에 얼굴도 못 내밀었습니다. 시인도, 수필가도, 소설가도 아닙니다. 단지 <오마이뉴스>에 글 몇 편 올린 시민기자일 뿐입니다. 시민기자들 사이에서도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오마이뉴스>에서는 저를 성공한 시민기자로 평가해주었습니다. 급기야 부산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 강의를 할 수 있도록 주선까지 했습니다. 제 심정이 지금 어떤지 압니까. 솔직히 겁부터 납니다. 여러분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봐 가슴이 다 떨립니다. 하지만 열과 성을 다하겠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널리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 제 소개를 정식으로 하겠습니다. 저는 창원지방법원 마산등기소에서 등기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혹시 등기에 궁금한 분 계세요? 언제든지 제게 연락주세요. 친절히 답변해드리겠습니다.

(2) 시민기자란

자, 그럼 지금부터 시민기자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혹시 여러분들 중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아닌 분 계세요? 다른 언론매체 시민기자 있으세요? 제가 왜 물어보느냐 하면 말이지요. 혹시 오해할까봐서 그럽니다. 왜 <오마이뉴스> 얘기만 하느냐고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있지요. 제가 <오마이뉴스>를 예로 드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만큼 시민기자제도가 활성화된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오마이뉴스>가 시민기자의 모범인 셈이지요. 이런 뜻에서 <오마이뉴스>를 예로 드는 것이니 오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먼저 <오마이뉴스>가 어떤 매체인지부터 얘기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진보매체입니다. 진보매체 중에서 이만큼 성공한 매체는 드뭅니다. <오마이뉴스>는 시사저널에서 조사한 2005년 영향력 있는 언론 6위에 올랐습니다. 1위가 KBS, 2위가 조선일보, 3위가 MBC, 4위가 중앙일보, 5위가 동아일보, 6위가 <오마이뉴스>였습니다. 이 중에서 진보매체는 <오마이뉴스>밖에 없습니다.

저는 <오마이뉴스>와 시민기자와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하고 싶어요. 마치 물과 물고기 관계 같다고 말이에요. 물이 <오마이뉴스>라면 물고기는 시민기자지요. 그래요. 시민기자가 없었다면 <오마이뉴스>의 탄생과 성공은 불가능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시민기자는 일반 전문기자와는 구별됩니다. 전문기자는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것을 사명으로 합니다. 오죽했으면 사람들이 전문기자를 “고발장이”라고까지 했겠습니까. 그러나 시민기자는 다릅니다.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시민기자들도 없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는 칼럼, 생활정보, 자기의 체험 등을 주로 씁니다.

시민기자의 또 다른 특징은 기자가 본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시민기자들은 대부분 직장이 따로 있습니다. 학교 선생님도 있고, 군인도 있습니다. 교수도 있고, 부동산중개사도 있습니다. 저처럼 공무원도 있고, 자영업자도 있습니다.

웬만한 직장이나 사업장치고 시민기자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나이 제한도 없습니다. 초등학생도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니까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놀라지 마십시오. 무려 4만 여명 가까이 됩니다.

<오마이뉴스>에도 전문기자에 해당하는 상근기자가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분들은 대개 사회적 이슈가 될만한 것들을 집중 취재합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말을 하기도 합니다. 시민기자들의 역량이 상근기자들보다 떨어진다고 말입니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전문분야에서 나름대로 두각을 나타내는 분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윤근혁 시민기자라고 계십니다. 교육기사를 전문으로 쓰는데 웬만한 교육전문기자보다도 훌륭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그분은 현재 교사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책을 소개하는 최종규 기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헌책 소개를 전문으로 하는데 그 분야에서만큼은 제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많은 분이 계십니다. 사진전문기사 뺨치는 김민수 시민기자, 불교에 해박한 임윤수 시민기자, 여행전문기사를 쓰시는 이종찬 시민기자 등등. 쟁쟁한 시민기자들이 많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상근기자와 시민기자와의 차별도 없습니다. 기사 취급에서도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1면 머리 기사 비율만 봐도 상근기자 기사와 시민기자 기사가 비슷합니다. 상근기자 중에는 시민기자 출신이 많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 합니다.

상근기자는 시민기자가 취재하기 어려운 부분을 공동으로 취재해주기도 합니다. 저도 제가 근무하고 있는 법원문제를 직접 취재하기가 곤란해서 상근기자의 도움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기사가 나갈 때는 상근기자와 제가 공동 취재한 걸로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그 기사로 <오마이뉴스>에서 시상하는 특별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나는 왜 시민기자가 되었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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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맞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저는 수필을 즐겨 씁니다. 가끔씩은 소설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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