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는 안하면서 비싼 연체료 내라니..."

[제보취재] 프라임산업 신도림 테크노마트 건축 지연되자 계약자 반발

등록 2005.10.27 19:38수정 2005.12.2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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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녹아 내리는 것 같습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살고 있는 조태임(64. 여)씨. 2002년 10월의 일만 생각하면 요즘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당시 조씨는 20년간 호텔에 다니다 정년 퇴직한 후 갑자기 집에서 쉬는 것이 불안해 퇴직금의 대부분인 4300여 만원을 투자해 동생 명의로 신도림 테크노마트 분양권 1구좌(10평)를 2억3000만원에 구입했다.

조씨는 사업을 추진한 프라임산업이 이미 강변역 테크노마트로 실력을 인정 받았던 업체였다는 점을 믿고 분양권을 샀다. 물론 투자를 통해 이익을 볼 생각이었다.

프라임산업은 신도림역과 연계해 지하 7층, 지상 26층 연면적 8만6070평의 대형쇼핑몰을 운영하기 위해 기존 테크노마트 점포 운영자를 중심으로 하는 조합원과 일반 분양자 모집을 통해 3000구좌 분양을 마무리했다. 조태임씨는 일반 분양자였다.

공사 지연, 그래도 중도금에 연체료까지 내라?

프라임산업은 이미 토지를 매입한 상태였기 때문에 2002년 5월부터 일반 분양을 진행하면서 계약자들에게 2005년 9월에 입주한다는 약속을 했다. 문제는 프라임산업이 개발하고자 한 신도림역 주변 지역이 장기 미집행 유수지(遊水池. 홍수 때 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여 하천의 수량을 조절하는 천연 또는 인공의 저수지)라는 점.

따라서 이 곳에 대형쇼핑몰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도시계획시설 변경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도시계획시설변경이 늦어지면서 공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그러면서도 프라임은 분양금액의 50%를 이미 받아 챙겼다.


2005년 9월 입주라는 말만 믿고 4300만원을 투자한 조태임씨는 공사가 계속 지연되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공사는 시작하지 않고 계속 중도금만 납입하라는 요구만 하더군요. 그러면서 계속 기다리라고만 하는 거예요. 거기다 계약서에 보면 분양대금을 납부일시까지 납부하지 못하면 15% 연체료를 내야 한다면서, 연체료 요구까지 해왔어요."


2003년 6월께 터진 동대문 굿모닝시티 비리사건은 조씨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굿모닝시티 사건은 윤창열씨가 동대문구청으로부터 사업허가만 받은 뒤 입주 희망자 3000여명에게 3500억원의 분양대금을 끌어모아 수백억원을 횡령한 사건이다.

굿모닝시티는 사업예정 부지의 절반밖에 확보하지 않은 채 사업을 벌여 3000여명의 피해자를 양산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건축물 분양에 관한 법률'(이하 분양법)을 제정해 올 4월 23일부터 연면적 3000㎡가 넘는 상가나 20실 이상 되는 오피스텔은 골조 공사를 3분의2 이상 끝내야만 분양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프라임산업의 신도림 테크노마트 분양은 분양법 제정 이전이기 때문에 이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조태임씨는 프라임산업 측에 계약 해지와 함께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행정절차를 거쳐 올해 초부터 공사를 시작한 프라임산업은 조씨에게 나머지 분양대금과 연체료를 내고 본 계약을 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그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본 계약 체결을 하려면 공사 지연에 대한 어떠한 이의제기나 청구도 하지 않는다고 합의해야 하고, 중도금 40%를 무이자로 지원하는 대신 그동안 금액의 연체료는 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자기들은 피 같은 남의 돈 4300만원 받아서 3년 동안 아무런 보상도 안 해주고, 공사도 안 한 건물 분양대금에 대해서 연체료 15%를 내라니요. 이게 말이 됩니까?"

"계약해지 해달라" - "형평성 맞지 않다"

신도림테크노마트계약자협의회 회원 30여명이 26일 강변역 테크노마트 앞에서 '계약 해지와 이자 배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도림테크노마트계약자협의회 회원 30여명이 26일 강변역 테크노마트 앞에서 '계약 해지와 이자 배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오마이뉴스 박수원
그러나 프라임산업 측은 이미 2003년 7월 공사가 지연될 수 있다는 내용을 신도림 테크노마트 계약자들에게 공지했고, 공사 지연으로 5차 중도금부터 받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프라임산업 관계자는 "신도림 테크노마트 계약자의 대부분은 강변 테크노마트의 기존 상인들이며, 일반 계약자는 10~20% 사이에 불과하다"면서 "그 가운데 극소수인 20~30명만이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굿모팅시티와는 달리 땅을 매입한 상태에서 건물 분양을 시작했고,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서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것은 다른 계약자와 형평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계약을 통해 투자를 했으면 그 만큼의 리스크(위험 부담)를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태임씨처럼 당장 한 푼이 아쉬운 계약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조씨는 손주를 유치원에 보내고, 피해자 30여명과 함께 10월 26일부터 강변 테크노마트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자식들한테 이 일 때문에 약점이 잡혀서 얼굴을 들 수가 없어요. 합법적인 도둑들 아닌가요. 자식들은 그만 하라고 하지만, 20년 일한 퇴직금을 모두 빼앗겼는데 어떻게 가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신도림 테크노마트 계약자협의회(cafe.daum.net/stmart)에 소속된 계약자 60여명은 강변 테크노마트 앞에서 집회를 벌이며, 회사를 상대로 계약해지와 원금반환, 이자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프라임산업은 "계약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최대한 공사를 단축해 신도림 테크노마트를 2007년 하반기까지 완공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김성달 경실련 간사는 "상가 분양의 경우 계약자와 업체간의 불공정거래가 일어나 계약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올해 분양법이 시행되기 이전까지 이를 구제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며 "분양업체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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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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