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신화 총서, 신화를 꿈꾼다

[이주의 오마이북] 10월 다섯째 주, 이 책을 주목하자!

등록 2005.10.29 15:53수정 2005.10.2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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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신화의 역사 – 카렌 암스트롱

<신화의 역사>
<신화의 역사>문학동네
세계 최대 최고(最古)의 국제 국제도서전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올해도 어김없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특히 이번 도서전은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대되었을 뿐 아니라 노벨 문학상 후보에 고은씨가 거론되는 등 그 어느 해보다 한국의 출판 행사들이 집중적인 조명을 받을 수 있었던 뜻 깊은 자리.


다채로운 출판 행사가 펼쳐진 가운데 한국의 주빈국 행사만큼이나 주목을 끈 행사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세계 신화 총서>의 출간 기념 간담회였다. 국제 도서전에서 개별 도서의 출간 기념 간담회가 열리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전 세계 30여 개국 이상 100여명의 기자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 간담회가 2005년 전세계 출판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기억될 프로젝트의 첫 발표자리이기 때문.

<세계 신화 총서>는 스코틀랜드 케넌게이트 출판사의 수석 편집자이자 발행인인 제이미 빙이 6년간에 걸친 노력 끝에 내놓은 야심작으로 그의 말을 빌어 표현하자면 '세계 최고의 작가들에게, 작가가 원하는 신화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다시 말하게 하는 프로젝트'. 성경을 비롯하여 그리스, 이슬람, 남미, 아프리카 신화 등 전 세계의 다양한 신화들이 채택 소개될 예정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작품의 내용이나 스타일이 전적으로 작가의 선택의 문제이며, 픽션이 될 수도 있고 논픽션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즉, 작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독창적인 시각과 문체가 고스란히 녹아 있음으로써 기존 총서들의 천편일률적인, 그렇기에 자칫 단조로운 시각이 노출되는 문제점을 벗어나는 모방을 넘어 혁신적인 프로젝트라는 데 있다.

현재까지 확정된 작가들의 면면을 보면 영국의 종교 연구가인 카렌 암스트롱, 부커상 수상작가이자, 최초의 페미니즘 작가라고 일컬어지는 마거릿 애트우드, 21세기의 버지니아 울프로 칭송받는 재닛 윈터슨을 비롯하여 데이비드 그로스만, 도나 타트 등이 있으며, 오르한 파묵, 이사벨 아옌데, 주제 사라마구, 토니 모리슨 등의 작가들과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등 현존하는 전세계 최고의 집필진으로 구성되고 있다.


이번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통해 처음 소개된 작품은 총 3작품으로 그 첫 발은 세계적인 종교 연구가인 카렌 암스트롱의 <신화의 역사>이다.

1만 2000년의 인류 역사를 총 여섯 시대로 구분하여 각 시대에 나타나는 신화의 특징을 설명하고, 인류의 기원과 역사를 설명함에 있어 '사실에 입각한 정보를 주기 때문이 아니라 유효하기 때문에 진실'인 신화가 가지는 의미와 역할을 새삼 일깨워주는 신화 역사 개론서이자, 이 시리즈의 기획 의도를 소개하는 입문서로써의 역할을 십분 발휘하고 있는 작품.


눈여겨 볼 점은 국내에 그리스 로마 신화의 대중화를 선도한 이윤기씨의 딸 이다희씨가 이 작품의 번역을 맡았고, 이윤기씨가 감수를 했다는 점으로 이윤기씨가 예의 작품들에서 선보였던 쉽고 간결한 번역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두 번째 소개작은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 <페넬로피아드>. 최고의 페미니스트 작가다운 면모가 고스란히 표출되어 있는 작품으로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서양의 대표적인 고전 <오디세이아>를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아닌, 그의 아내 페넬로페의 시점으로 바라본다.

그리스 신화의 대표적인 마초영웅 오디세우스의 아내로 살아가면서 그의 방랑기질과 여성편력, 영웅 콤플렉스를 감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숨겨왔던 속마음이 살아생전 라에르테스의 수의를 지겹도록 짜고 풀고 반복했던 한풀이를 하듯 속시원하게 털어 놓는다.

특히 오디세우스가 살해한 열두 명의 시녀들이 중간중간 동요, 목가, 연극 등 다양한 형식으로 등장하여 오디세우스의 비밀을 폭로하는 부분은 마치 한 편의 풍자 뮤지컬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패미니즘의 거장다운 마거릿 애트우드의 풍부한 위트와 해학이 넘쳐난다.

마지막 작품은 재닛 윈터슨의 소설 <무게>로 올림푸스 신들에 저항하며 반란을 주도한 벌로써 지구를 떠받치게 된 외로운 침묵의 '거인' 아틀라스를 향한 작가의 애틋한 감정이 비록 잠시이긴 하지만 '깡패' 헤라클래스라는 말동무와 휴식이라는 달콤한 선물로 전달된다.

이처럼 처음 소개되는 3작품의 면면만을 살펴보더라도 백년 이상 읽힐 수 있는 고전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2038년 3월 15일 제 100권을 발행할 예정인 이 <세계 신화 총서> 프로젝트는 대단한 성공작이자, 조심스레 출판계의 신화 그 자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키리노 나츠오, 수 통과 같은 주변국 중국과 일본의 작가들이 이미 계약을 마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작가가 아직 언급이 되지 못했다는 부분이다.

이 시리즈가 번역 출간되는 전세계 31개국 중 한국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한민족의 신성한 전승설화가 소개하지 않고서는 <세계 신화 총서>의 기획 의도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놓고 볼 때, 지나친 기우에 불과하리라. (문학동네 / 9500원)

[역사] 건축사의 대사건들 – 우르술라 무쉘러

<건축사의 대사건들>
<건축사의 대사건들>열대림
'역사적으로 위대한 시대는 단지 그 기념비적 건축물로만 기억된다'는 히틀러의 말마따나 피라미드, 바벨탑, 파르테논 신전, 베르사유 궁전, 에펠탑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건물들은 또한 세계사를 논함에 있어서 절대 빠뜨릴 수 없는 기념비적인 존재들이다.

<건축사의 대사건>은 이러한 유명한 건물들이 각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세워지고 자리잡기까지 벌어졌던 모든 정치, 사회적인 배경은 물론이요, 건물에 얽힌 에피소드 등 수 천 년의 역사를 흥미롭고도 생생하게 풀어쓴 책이다.

현존하진 않지만 오만과 탐욕의 상징 바벨탑에서부터 시작된 인간의 건축물을 통한 과시욕과 명예욕의 표출은 피라미드, 파르테논 신전, 루이 14세의 베르사유 궁전을 거쳐 에펠탑과 현대도시 브라질리아에까지 이어진다.

특히 이 책의 장점은 건축물을 권력의 상징적인 존재로만 기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활양식의 구현이자, 예술미의 발로로써 건축물의 극치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으로 세계 건축사에 대한 지적 욕구 충족과 함께 충분한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열대림 / 1만 6500원)

[사회과학] 대한민국의 함정 – 정희상

<대한민국의 함정>
<대한민국의 함정>은행나무
지난 2005년 4월, 수많은 의혹과 추측을 낳고 있던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실종 사건이 차지철 경호실장의 지시에 의해 살해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가 시사저널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담당기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탐사기자 정희상씨.

<말>지를 거쳐 <시사저널>의 사회부, 정치부 등 현재는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맡아왔던 수많은 사건들에 대해 지면의 한계 등으로 말미암아 미처 담아내지 못했던 내용들을 보다 심도 깊게 정리하여 이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김형욱 실종 사건, 김훈 중위 의문사 사건, 이완용 송병준과 같은 친일 매국노 후손들의 땅 찾기 소송 행각 등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화제의 사건들을 비롯하여 민간인 집단 학살 사건,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2세의 고통스런 삶, 효산 콘도 비리 사건의 양심선언가 현준희 씨의 가슴 아픈 현실 등 우리들의 냄비 근성으로 이제는 철저히 잊혀져 간, 그러나 저자를 통해 우리들과 나아가서는 국가 권력 기관의 일말의 양심을 자극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왜곡과 거짓을 파헤치는 치열한 싸움, 세상에 맞서 진실을 외치는 목소리에 박수를 보낸다"는 소설가 김훈씨의 말에 깊은 공감을 표한다. (은행나무 / 2만 1900원)

[경제] 선택 – 스펜서 존슨

<선택>
<선택>청림출판
하루에도 수 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별다른 고민 없이 물 흐르듯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진학과 취업, 결혼 등 인생을 좌지우지할 중대한 문제가 아닌 이상 습관과 타성에 젖어 매일매일 늘 하던 대로 반복된 선택을 하면서 살아 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선물> 등의 베스트셀러를 써온 스펜서 존슨이 이번에는 선택이라는 명제를 들고 우리 곁을 찾아왔다. 우리가 늘 습관대로 해 오는 그때 그때의 선택이 어느 순간 평생을 좌우할 중대한 결과로 다가올 뿐만 아니라 한번 잘못된 선택은 절대 되돌릴 수 없는 도미노와 같기 때문에 인생에 있어서 선택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충고한다.

스펜서 존슨이 소개하는 최선의 선택 비법은 다름 아닌 YES NO 시스템. 이것은 주위의 상황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게끔 해주는 실제적인 질문 3가지와 자기 자신의 성품을 알도록 해주는 개인적인 질문 3가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6가지 질문을 통해 우리가 찾아야 할 최선의 선택의 길로 인도해 준다.

쉽게 와 닿을 수 있는 이야기 식 구성을 통해 인생의 참다운 진리를 깨닫게 해주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 역시 가정과 직장문제라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한 젊은이가 3일 간의 산행을 통해 중요한 선택의 원칙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림출판 / 9800원)

[문학] 도쿄 타워 – 에쿠니 가오리

<도쿄 타워>
<도쿄 타워>소담출판사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작가로 불리고 있는 <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저자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장편 소설 <도쿄 타워>가 출간되었다.

오는 11월 17일 국내 개봉 예정인 동명 영화의 원작소설. 세련된 문체와 여성 특유의 감수성으로 서정적인 사랑 이야기를 잘 표현해 내는 그녀가 이번에는 그 동안의 전작들과는 달리, 여주인공이 아닌 두 명의 스무 살 청년들의 조금은 특별한 사랑이야기를 소개한다.

어머니 친구와의 연애라는 파격적인 사랑 이야기를 소재로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아무런 거부감 없이 읽힐 수 있는, 주인공들의 관계를 부각하기 보다는 상처받은 영혼들의 만남과 사랑을 통한 치유의 과정을 너무나 순수하고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는 에쿠니 가오리의 탁월한 능력이 돋보이는 수작.

사족으로 주인공 토오루가 듣는 Suzanne Vega 의 음악을 적극 추천해 본다. 올 초 내한 공연을 하기도 했던 그녀는 미국의 대표적인 포크 뮤지션으로 특히 무반주 곡으로 들려주는 Tom's Diner 란 곡은 에쿠니 가오리 소설의 분위기와 너무도 흡사하리 만치 애잔하게 들려온다. (소담출판사 / 9000원)

[예술] 그림동화의 숨겨진 진실 - 이민수

<그림동화의 숨겨진 진실>
<그림동화의 숨겨진 진실>예담
출간된 지 200여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림 동화>가 지난 2005년 6월, 그 역사성과 작품성을 인정 받아 초판본 1, 2권이 유네스코 문서부문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올 11월에는 비록 픽션이긴 하지만 그림형제의 일대기를 환타지풍으로 엮은 영화 <그림형제> 또한 개봉 예정에 있는 만큼 <그림 동화>의 인기는 더욱 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판계에서도 <그림동화>의 재편집판이 꾸준히 발행되고 있는 가운데 <낭만과 전설이 숨쉬는 독일 기행>의 저자 이민수씨가 그림 형제가 태어난 고향 하나우를 비롯하여 유년 시절을 보냈던 슈타인나우, 제 2의 고향이라고 일컬어지는 카셀 등 그들의 삶이 살아 숨쉬는 도시들을 따라가며 오늘날의 <그림 동화>가 전해지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신작을 발표했다.

독일의 민담을 모아 엮은 전래동화집인 <그림 동화>의 1812년 1권 초판에서부터 1857년 최종본이 나오기까지의 탄생 배경과 함께 '잔혹하고 야하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동화가 아니다' 등 <그림 동화>에 관한 수많은 궁금증을 속시원히 풀어주고 있을 뿐 아니라 풍부한 도판과 책 말미에 실은 <그림 동화 속으로>를 통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예담 / 1만 2000원)

[어린이] 밤티 마을 봄이네 집 – 이금이

<밤티 마을 봄이네 집>
<밤티 마을 봄이네 집>푸른책들
이금이 선생님의 밤티 마을 시리즈가 3부 <밤티 마을 봄이네 집> 출간을 통해 드디어 완간 되었다. 1994년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이 출간된 지 11년만의 일이다.

그 기간도 기간이거니와 작가의 의지가 아닌, 이 작품 말미에도 작가가 직접 '막연한 대상으로만 여겨지던 독자들이 내 앞에 그 존재를 뚜렷이 드러낸 결과의 산물' 이라고 밝힌 점에서 엿볼 수 있듯이 독자들의 간곡한 요청에 의해 후속편이 쓰여진 독특한 출간 배경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밤티 마을 시리즈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연작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작품을 따로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을 만큼 탄탄한 스토리와 완성도 있는 작품성을 갖추고 있어 여타 인기에 편승하여 억지 전개의 한계성을 드러내는 다른 작품들과 사뭇 그 궤를 달리 한다는 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꿋꿋이 자라나는 큰돌이와 영미, 두 오누이를 진심 어린 사랑으로 보살피는 새엄마와 새로 태어난 귀여운 막내둥이 봄이 등 한 가족이 펼치는 가슴 훈훈한 가족사랑 이야기를 통해 이 책을 읽을 아이들로 하여금 따뜻한 가족애와 함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줄 것이다. (푸른책들 / 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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