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찬 소주 한 잔으로 추위를 쫓는 새벽시장

원주천 둔치의 새벽시장 풍경

등록 2005.10.30 15:48수정 2005.10.3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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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고 새 우는 봄소식은 산 너머 남촌으로부터 올라오지만 눈 내리고 얼음 어는 겨울 소식은 북쪽에서 내려옵니다. 단풍이 절정이라며 이름깨나 난 산마다 사람 또 사람으로 미어터지지만 강원도에는 여명과 함께 다가오는 새벽의 추위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원주천 둔치에서 열리는 새벽시장의 추위가 매섭습니다. 새벽 세시부터 나와 돗자리 펴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얼굴이 빨갛게 얼어 있습니다. 페인트 빈 깡통이나 화로를 준비해서 불도 피우고 담요로 손발을 덮어도 보지만 바람막이 하나 없는 둔치의 찬바람을 다 막을 순 없습니다.

가을 들녘을 보며 평화와 풍요를 느끼는 이들도 있지만, 그 가을 들녘을 가꾸고 지켜온 나이 지긋한 이들의 가슴은 시리고 아플 뿐입니다. 애써 가꾼 벼를 길바닥에 흩뿌리며 시위하는 농민들의 마음에 평화와 풍요는 가당치도 않은 일이지요. 자신이 가꾼 농산물을 새벽부터 와서 팔고 있는 농민들의 가슴도 시리고 아프기는 매 일반입니다.

얼음까지 얼었다는 강원도의 추위를 애써 이겨내며 손수 가꾼 열무 몇 단, 당근 몇 단, 태양초 고추 몇 자루, 생강 몇 무더기 앞에 놓고 손님 기다리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얼굴이 추위에 빨갛게 얼어 있습니다.

할아버지들은 옹기종기 모여 서서 찬 소주 한 잔으로 추위를 쫓고, 할머니들은 화롯불에 손 녹이고 담요로 손발 감싸며 도회지 아낙네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회지의 신새벽을 추위와 함께 열어가고 있습니다.

새벽 시린 가슴으로 찬 소주를 마시며
새벽 시린 가슴으로 찬 소주를 마시며이기원

막걸리 줘, 소주 줘?
막걸리 줘, 소주 줘?이기원

추워, 너무 추워
추워, 너무 추워이기원

담요 가져오길 잘 했지
담요 가져오길 잘 했지이기원

생강 많이 드릴께 사 가셔
생강 많이 드릴께 사 가셔이기원

잘 팔려야 안 춥지
잘 팔려야 안 춥지이기원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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