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정 나눠요"

양로원 찾아다니며 공연하는 전북교육청 동아리 밴드 '청보리'

등록 2005.10.31 10:38수정 2005.10.3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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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여자 / 나쁜 여자 / 따로 있나 / 남자하기 나름이지.'


흥겨운 노래가 흘러 나오자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머리 위에 새하얗게 내려앉은 세월을 잊고 적어도 오늘만큼은 아이들로 돌아간 듯하다.

지난 29일 전북 장수군 장수리에 있는 작은 요양원인 '장수수양원'(원장 김기성). 이 곳에 기거하는 50여 명의 노인들은 전북교육청 음악동아리 밴드 '청보리'(회장 최기옥·한별고 행정실장) 멤버들 덕분에 육체의 불편함을 날려버리고 청춘으로 되돌아갔다.

a '청보리'의 공연모습

'청보리'의 공연모습 ⓒ 소장환

청보리의 요양원 위문공연은 올 들어 벌써 두 번째. 지난 4월 전주요양원을 찾아 중증 노인병 환자, 치매환자, 무의탁 노인 등 80여 명의 어르신들과 한바탕 잔치판을 벌인 '청보리'가 이번에는 장수수양원을 찾은 것이다.

이들은 전문적으로 음악을 배운 사람들이 아니다. 단지 음악을 좋아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사회봉사를 목적으로 지난해 3월 결성한 아마추어 밴드다.

그냥 음악이 좋다는 이유 하나로 뭉친 사람들이 사비를 털어 악기를 마련하고 음악학원도 다니면서 기량을 갈고 닦았다.


이렇게 모여서 '쿵짝쿵짝'하더니 지난해 연말 자그마한 카페에서 조촐한 데뷔공연을 갖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회봉사활동에 나선 것이다.

이 날 오전 장수수양원에 도착한 '청보리' 멤버들은 약속보다 늦게 도착한 음향장비때문에 조마조마해하다가 리허설을 해볼 틈도 없이 공연에 들어갔다.


a 연습실에 모인 '청보리' 멤버들

연습실에 모인 '청보리' 멤버들 ⓒ 소장환

밴드 멤버들이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하는 사이 공연에 참여하지 않는 일반 회원들은 준비해 간 다과를 어르신들과 나누면서 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공연 사이사이 말벗이 되기도 했다.

최기옥 '청보리' 회장은 "양로원 위문공연을 통해 노인공경과 불우이웃 사랑의 생활을 몸소 실천하는 기쁨이 무엇보다 크다"면서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대로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연을 꾸준히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연을 지켜보던 김기성 장수수양원장 또한 "누구나 언젠가는 여기 계신 어르신들처럼 늙어가기 마련이기 때문에 노인들을 존경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청보리 공연으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게 돼 너무 기쁘고 고맙다"고 말했다.

여성보컬 전도희씨는 "비록 아마추어지만 음악으로 정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라면서 "청보리 멤버들은 서로에게도 힘들때마다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라고 자랑했다.

'청보리'는 2차 정기공연을 앞두고 다시 새로운 곡 연습에 들어갈 예정이다.

'청보리'밴드 멤버 - ▲전도희, 민윤진(여자 보컬) ▲김정배(남자보컬) ▲송기범, 박병관(키보드) ▲권용은, 권혁수(전기기타) ▲강남기(어코스틱 기타) ▲박영민(베이스 기타) ▲하강용(드럼)

덧붙이는 글 | <전민일보>에도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전민일보>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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