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경쟁 탓에 오락프로그램이 지나치게 자주 개편돼, 특정 꼭지를 즐겨보는 시청자의 권리를 외면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말 황금시간대에 편성되는 오락 프로그램들 대부분이 잦은 개편을 일삼고 있다.
MBC의 간판 오락프로그램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의 경우 지난 주 가을 개편을 맞아 '돌아온 몰래카메라', '행복한 나눔 고맙습니다!', '천사들의 합창' 등 새로운 꼭지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 꼭지들이 몇 주간 지속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반응이 뜨겁지 않다면 바로 폐지되는 신세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올해 봄 개편 이후 '일밤'은 이미 여려 차례 대대적인 개편을 시행한 바 있다. '주먹콘', '브레인 서바이버', '대단한 도전'으로 이뤄졌던 프로그램은 지난 4월 하순경부터 '상상원정대', '김용만의 전국이 들썩', '신동엽의 D-day'로 새롭게 단장했다. 하지만 6월부터는 '김용만의 전국이 들썩'은 빠지고 '놀이왕'이 신설됐다. 곧이어 '신동엽의 D-day'도 '진호야 사랑해'로 바뀌었다.
8월 중순부터는 이마저도 변경됐다. '진호야 사랑해'만 남고, 나머지 두 꼭지는 'Mr. 요리왕'과 '추격남녀'가 새롭게 신설된 것이다. 이 중 시청자에게 방송 중 폐지를 공지한 경우는 '상상원정대'가 유일하다. 봄 개편 이후 6달 동안 무려 10꼭지가 새롭게 선보인 것이다.
지난 4월에 첫선을 보인 MBC의 '토요일'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커이커이', '무모한 도전', '수퍼루키'로 시작한 '토요일'은 6월에 '수퍼루키'를 '웃음바이러스'로 바꿨다. 8월 중순부터는 '커이커이'가 빠지고 '순정만화'란 새 꼭지가 첫선을 보였다. 가을 개편부터는 '무(리)한 도전', '박경림의 데이트'로 프로그램 전체가 바뀔 예정이다.
KBS도 마찬가지다. 지난 해 11월에 시청자들에게 첫 선을 보인 '해피선데이'는 '여걸 파이브', '오방불패 틀리지마', '노가네 로망스'로 시작했다. 그 뒤 '일단 뛰어', '찰나스포츠', '빙고왕', '지금 만나러 갑니다', '자유선언' 등 끊임없이 새로운 꼭지를 선보였다.
방송 후 '일밤' 게시판에서 한 시청자(ALLOPP)는 '왜 자꾸 코너를 바꾸는지'라며 '차라리 미스터요리왕이랑 추격남녀가 훨 낫던데'라며 폐지된 꼭지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시청자(PUHAHA7942)는 '한참 재미있던 미스터요리왕, 그리고 추격남녀, 왜 없앤 겁니까'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방송의 편성권은 방송사의 몫이다. 하지만 지나친 개편과 폐지는 시청자의 권리를 외면하는 처사다. 그간 몇몇 드라마와 공익성 프로그램 등이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폐지돼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오락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차후 신중한 개편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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