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려놓고 뭘 해야 할 것 아닌가"

시민단체, 음식·물 반입차단 하이스코 사측 맹비난... 인권위, 실태파악 착수

등록 2005.10.31 15:38수정 2005.10.3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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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농성자들에게 물을 제공하라"며 노동자 10명이 인권위 광주사무소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농성자들에게 물을 제공하라"며 노동자 10명이 인권위 광주사무소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 호남투데이 차광석

현대하이스코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장 점거농성이 8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정당 등의 긴급회견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소속 조합원 10명은 "농성장 노동자들에게 음식과 물을 제공하라"며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지역사무소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31일 오전 기아자동차·공공서비스연맹·캐리어 등 노조원 10명은 인권위 광주분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장 음식물과 물, 전기 제공 ▲강제 진압 중단 ▲해고 노동자 복직 등을 요구했다.

점거농성에 참여한 이기권 기아자동차 노조원은 "다른 무엇보다 사측과 경찰이 가족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음식물 반입마저 막고 있다"면서 "농성에 들어간지 벌써 8일째을 맞고 있다, 사람은 살려놓고 뭘해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분노했다.

"음식물 반입 허용하라" 인권위 사무실 점거

이어 "이러한 인권탄압에 대해서 국가인권위가 실태조사를 벌여야 한다"며 인권위 사무실 점거농성 배경을 밝혔다. 이씨는 "우선 가장 급한 것은 음식물 제공에 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점거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점거 농성자들은 조금의 생쌀, 라면과 물을 가지고 들어갔다. 그러나 농성 8일째를 맞아 물 등이 거의 바닥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농성 가족들과 종교계 등이 나서 음식물 반입 허용을 호소하고 있지만 사측이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 조합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노조결성을 이유로 하청업체가 120명을 집단해고하고 원청관리자는 조합탈퇴 공장을 유도하는 등 대화를 통한 해결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공권력이 투입돼 발생할 불상사에 대한 책임은 현대 자본과 경찰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성자 가족에 대한 무차별적인 연행, 폭력을 자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인권위는 반인륜적인 인권실태조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인권위, 순천공장 실태조사 착수..."인권침해 여부 조사 벌이겠다"

이와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지역사무소는 이날 오후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 위해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을 찾았다.

인권위 광주사무소는 이날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하청업체 해고근로자들의 점거농성사태와 관련해 민주노총으로부터 진정서가 접수돼 현장조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현장 농성 근로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여부,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원청업체의 인권침해 여부, 비정규직 해고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이날 이정강 인권위 광주사무소 소장 등 인권위 관계자 2명이 경찰과 회사 관계자 등을 만나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인권위 광주사무소 관계자는 "진정서가 접수됨에 따라 현장에서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며 "경찰에 대한 조사를 별 문제가 없겠지만 침해여부에 대해서 사측을 조사할 권한이 없고 출입을 막아선다면 어떻게 조사를 벌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30일 하청업체 해고 노동자들이 크레인 5대를 점거농성하고 있는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B동의 벽면과 차광막을 뜯어내고 옥상으로 통하는 문을 차단했다.

31일 오후 5시께 허준영 경찰청장이 직접 순천공장 현지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이후 경찰의 강제진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민노당·시민단체 "현대는 대화에 나서라" 한목소리

a 지난 29일 순천지역 종교계 인사들이 음식물 반입을 허용하라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지난 29일 순천지역 종교계 인사들이 음식물 반입을 허용하라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 뉴시스

이와 관련 경찰의 강제진압 중단과 현대하이스코의 협상을 촉구하는 긴급기자회견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 오전 전국민중연대·민주노동당·민주노총 ·비정규직연대회의 등은 현대그룹 본사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현대 측이 직접 나서 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민주노동당 전남도당과 소속 국회의원, 광주전남 민중연대 등도 이날 오후 순천공장 앞 등에서 긴급회견을 열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기자실에서 연 브리핑을 통해 "노조 결성만을 이유로 노동자를 내쫓는 전근대적인 노사관계와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를 테러범 다루듯이 강경 진압하려하는 공권력의 폭거가 자행되고 있다"며 "헌법상의 권리조차 묵살되고 있는 이 참혹한 노사관계의 현실을 앞에 두고 정부가 공권력 투입밖에 할 일이 없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심 의원은 "정부는 이번 사태의 원청인 현대하이스코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현대중공업의 박일수씨 사례에서도 중노위에서는 실질적 업무지시 관계인 원청인 현대 중공업의 책임을 인정한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현대하이스코는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피조사기업 중 유일하게 공정위원회 조사를 방해하며 서류를 빼돌리는 행위까지 범하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태료까지 부과받은 기업"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즉시 현대하이스코를 검찰에 고발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전남도당도 기자회견에서 "지난 99년 전라남도와 현대 자본이 여수 율촌산단 277만평을 개발하면서 직원 50%를 지역민으로 채용하겠다는 계약을 위반해 왔다"며 "전라남도는 계약연장을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의 사태해결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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