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 급식조례 '부정적 의견' 제출 논란

3일 구의회 임시회 앞두고 첫 주민발의 조례안 가결 난항 전망

등록 2005.11.02 17:48수정 2005.11.0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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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부평구에서 첫번째 주민발의 조례안으로 이번 회기 중에 처리해야할 "학교급식조례안"이 난항에 부딪혔다. 부평구청장이 구의회에 제출할 의견서에 학교급식 조례안에 대한 부정적 의견만 담겨있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부평구청장의 의견서 요지는 "학교급식은 구청 소관이 아니며, 국내농산물 사용의무화는 WTO와 GATT협정 위반이고, 일반회계 2% 조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부평구청의 의견서 내용이 알려지자 즉각 '부평구학교급식조례제정 운동본부(이하 급식본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하고 기만적인 의견서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급식본부에 따르면 박윤배 구청장은 지난 8월 23일 면담과정에서 "주민발의라는 긍정성을 고려,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구청은 정작 급식조례 공청회에 불참하고 공식적 대화를 회피해오다가, 결국 이같은 의견서를 제출해 조례제정의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을 뿐이라고 한다.

1일 부평구청에서 급식본부가 구청장 규탄 및 의견서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일 부평구청에서 급식본부가 구청장 규탄 및 의견서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장호영
급식본부는 1일 부평구청 현관 앞에서 학교급식지원조례안을 구의회에 부의하며 제출한 구청의 기만적 의견서 철회와 부평구청 규탄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인천생활협동조합 김영미 운영위원장은 "하루 걸러 터져 나오는 식품안전 사고에 대해 구청장은 눈귀를 막고 사는 것 같다. 납김치, 중국산 찜쌀(묵은 쌀의 색깔을 하얗게 하기위해 표백제를 사용한 쌀)도 들어보지 못했는가? 위탁급식하면 중국산 쌀을 사용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농산물을 먹여야 한다는 것은 아이를 가지 부모로서 당연한 요구사항이다. 왜 이런 요구를 묵살하는가?"라며 구청장을 비난했다.

급식본부 한상욱 대표는 "이미 행정자치부에서 '학교급식조례는 기초자치단체에서 제정이 가능하며, 이는 대법원판결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공문을 발송했다"며 "박윤배 구청장이 그걸 모르고 이런 의견서를 제출했다면 직무능력이 없는 것이고, 알면서도 그랬다면 이는 직무유기이다"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이어 공무원노조 부평지부 우영숙 수석부지부장은 구청장의 의견서에 대해 반대의견을 조목조목 제시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먼저, 구청장 권한 밖의 사항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학교급식시행령 7조 5항에 의거, 특별시장, 광역시장, 도지사 및 시장, 군수, 자치구의 구청장은 학교급식에 품질이 우수한 농산물을 사용될 수 있도록 식품비를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10월 13일 기준 전국의 88개 지자체에서 학교급식에 대한 조례를 제정 또는 시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두 번째로 국내농산물 사용 의무화는 WTO와 GATT 협정위반이라는 문제에 대해, "2004년 7월 22일 국무조정실에서 학교급식조례마련시 반영할 사항을 지자체에 전달했다"며 "WTO 조달협정 및 WTO 농업협정에 의거, 시장, 군수, 구청장은 식재료를 구매할 경우 우리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고,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2% 예산확보에 관해선 "2008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가자는 것이지, 지금 당장 2%를 확보하라는 것은 아니기에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청장과의 면담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구청장실앞에서 항의 중인 급식본부 대표들
구청장과의 면담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구청장실앞에서 항의 중인 급식본부 대표들장호영
이후 급식본부 대표들은 박윤배 구청장을 면담하려 했으나 일정 때문에 안된다는 통보를 받아 1시간 가량 구청장실에서 실랑이가 오갔고, 결국 시간을 잡겠다는 비서실장의 다짐을 듣고 대표단은 구청장실을 빠져나왔다.

이후 오후 5시 박윤배 구청장과의 면담이 진행됐으며, 이 자리에서 박 청장은 "구의 의견서를 철회하는 것은 어렵다"며 "의견서는 부정적인 의견만을 넣은 것이 아니라 이 조례의 시행시 나타날 법적인, 행정적인 문제점들을 열거한 것일 뿐이다. 긍정적인 내용은 조례안에 다 있지 않냐. 구도 조례제정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급식본부 관계자들은 구청장의 "반대하지 않는다"는 말을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 조례 제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구의회 임시회는 바로 코앞인 3일부터 개최될 예정이고 임시회에 논의될 안건 자료집도 벌써 구청의 의견서가 첨부되어 발간된 상태이다. 대화를 계속 거부하다가 시기가 다 되어 부정적인 의견서를 제출해놓고 배 째라는 식이 아니냐는 것이다.

기자회견 사회를 보고 있는 급식본부 김진덕 공동집행위원장
기자회견 사회를 보고 있는 급식본부 김진덕 공동집행위원장장호영
급식본부 김진덕 공동집행위원장은 "원래 의견서에는 문제될 소지가 있는 의견만 집어넣는 것이 맞다는 말은 납득할 수 없다. 의견서에 대해서도 충분히 함께 논의할 시간이 있었는데도 대화를 거부한 것은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 의견서를 본 부평구민들은 구청장과 구청이 조례제정을 반대하는 입장을 가졌다고 생각할 것이다"고 밝혔다.

급식본부는 이후 2일부터 구 청앞과 부평지역을 돌며 의견서 철회와 박윤배 구청장 규탄 1인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며 구의회 임시회가 열리는 3일 오전 9시 구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지역인터넷뉴스사이트 ICNEWS(http://icnews.net)에도 실린 내용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천지역인터넷뉴스사이트 ICNEWS(http://icnews.net)에도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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