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달걀로 만든 최고의 달걀찜

[이효연의 멋대로 요리]달걀 네개를 가지고 식탁을 풍성하게

등록 2005.11.02 19:10수정 2005.11.0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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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여러가지 재료를 섞어 만든 소스를 뿌린 색다른 달걀찜입니다.

여러가지 재료를 섞어 만든 소스를 뿌린 색다른 달걀찜입니다. ⓒ 이효연

시장에 들러 달걀 한 판을 사 오는 날은 비록 손이 무거워서 낑낑댈망정 기분만큼은 날아갈 듯 좋습니다. 쓴 돈에 비해 묵직하게 느껴지는 장바구니의 중량감이 더없이 마음을 뿌듯하게 해 주기 때문일까요? 별로 산 것도 없이 홀쭉해진 지갑을 보면서 속상해하는 날과는 전혀 반대의 느낌입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냉장고 속의 달걀 수에 따라서도 제 기분은 좌우되는 듯합니다. 달걀칸이 넉넉하게 채워져 있는 날은 저녁 준비를 할 시간이 다가와도 마음이 여유로운 반면 그렇지 않은 날은 다른 반찬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찜찜한 기분에 불안할 때도 있습니다.

아직은 어린 딸아이가 반찬 투정이라도 할라치면 얼른 달걀 프라이라도 부쳐 내야 할 텐데 그런 경우 냉장고에 달걀이 한 알도 없다면 좀 난감하지요. 혹은 한껏 기분을 내서 상을 차리는 도중에 고명으로 쓸 달걀이 없어도 김이 빠지니까요.

오늘도 두어 개 밖에 안 남아있는 달걀에 자꾸만 신경이 쓰여 오후에 시장에 가서 달걀 한 판을 사 왔습니다.

아직도 가끔은 '우리 어릴 적에는 달걀이 얼마나 귀했는지 아느냐?'는 어르신들의 얘기를 듣습니다만 슈퍼마켓에 진열되어 있는 다양한 종류의, 가격도 천차만별인 달걀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이미 다 지난 얘기란 것을 다시금 실감합니다.

옛날엔 아무나 먹을 수 없었던 달걀이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그 '누구나' 먹을 수 있는 달걀이 요즘에는 부자들이 먹는 달걀과 서민이 먹는 달걀로 나뉘어 진 걸 보면 세상사 참 묘하고 재미있단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한국의 슈퍼마켓도 그러했지만 달걀의 종류가 많기는 홍콩의 슈퍼마켓도 마찬가집니다. 노란 달걀, 흰 달걀, 유정란, 무정란의 구분은 오히려 구식에 속합니다. 무엇 무엇을 먹인 닭이 낳은 달걀이니, 특수 영양소를 첨가한 달걀이니 해서 가짓수도 십여 개에 이릅니다. 게다가 홍콩 시장에서는 한국에서 흔히 보기 힘들었던 오리알에 흔히 '피딴'이라 불리는 것까지 가져다두고 판매하니 더욱 정신이 없습니다. 또 일본, 대만, 호주에서 수입한 달걀까지 보다보면 무엇을 골라야 할 지 막막해 달걀 코너 앞에서만 한참을 서성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제 선택은 비슷합니다. 간혹 제일 비싼 것도 만지작거려 보지만 호주머니 사정상 이내 마음을 접고 가족에게 너무 미안하지 않을 정도의 중간 정도 크기에, 중간 정도 가격의 달걀을 고릅니다.

솔직히 마음먹고 사면 제일 비싸다는 고급 달걀, 딱히 못 살 형편도 아니고 최고의 물건을 산다는 것이 비난 받을 일도 전혀 아닙니다만, 쓸데없이 오지랖이 넓은 까닭인지, 세상 보는 눈이 넓지 않아 그런 것인지, 아직도 끼니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 나 같은 사람마저 최고급 달걀을 고집한다는 것은 어쩐지 미안한 사치란 생각이 들어 슬며시 도로 내려놓게 됩니다.


하지만 1등짜리 달걀을 사지 못하고 돌아서는 마음이 허전하지는 않습니다. 달걀을 장바구니에 넣으면서 늘 하는 생각이 있으니까요.

'제일 비싼 1등급 달걀이 아니면 어때? 최고의 달걀 요리를 만들어 내면 되지, 뭐.'

명품달걀이니 웰빙달걀이니 하는 것들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그저 평범한 달걀 한 꾸러미를 집어 담아 오는 길이지만 그래도 무언가 특별한 요리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은 쉽게 버려지지가 않네요.

주부로서 갖는 어쩌면 당연한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물가는 점점 더 오르고 장바구니는 더욱 더 가벼워지는 요즘, 적은 돈으로 풍성한 식탁을 만들고자 하는 이 소박한 욕심을 지켜나가기란 참 어렵고도 힘든 일이란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색다른 달걀찜 만들기

반찬거리 가운데 싸고 흔한 것이 달걀이지만 만드는 방법과 재료를 조금만 달리하면 풍성하게 식탁을 꾸밀 수 있는 꽤 괜찮은 요리로 변신합니다. 흔히 만들어왔던 뚝배기 달걀찜이 아닌, 갖은 재료를 섞어 따로 만든 소스를 따라 붓는 식의 달걀찜을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게맛살이나 피망, 양파 등 평소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만 넣어 만들면 부담 없는 한 끼 식탁 반찬이 됩니다. 새우나 은행, 호두 등 고급재료를 넣어 만든 후 모양을 내서 접시에 담으면 손님 접대 요리로도 손색없습니다. 상에 올릴 때에는 작은 국자나 커다란 서빙용 숟가락을 곁들여 내면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편합니다.

재료
달걀찜 재료
달걀 4개, 물 2컵(종이컵으로 2개 분량), 설탕 1작은술, 소금 1/2작은술, 맛술 1큰술, 간장 1/2큰술, 후춧가루 약간

소스 재료 (야채 등의 재료는 가능하면 냉장고 속 재료를 활용하세요)
물 1컵(육수), 버터나 올리브 오일(식용유) 1/2큰술, 소금과 간장 약간, 버섯 종류(2-3개), 양파 1/8개 (새끼손톱 크기), 새우나 게맛살 약간, 밤이나 잣 등 견과류가 있다면 약간, 피망 등 파란색 야채 약간(잘게 썰어서)

a 평소에는 냉장고 속 재료를 이용하고 특별한 날에는 새우나 밤 등 고급 재료를 이용해요.

평소에는 냉장고 속 재료를 이용하고 특별한 날에는 새우나 밤 등 고급 재료를 이용해요. ⓒ 이효연

1. 큰 용기에 달걀과 물 등 달걀찜 재료를 넣어 잘 섞어 줍니다.

a 달걀만 넣고 찌면 퍽퍽하니 꼭 물을 넣어주세요

달걀만 넣고 찌면 퍽퍽하니 꼭 물을 넣어주세요 ⓒ 이효연

2. 김이 오른 찜기에 1을 넣어 15분정도 쪄 줍니다. 젓가락으로 찔러 보아 달걀물이 묻어 나오지 않으면 다 익은 겁니다.

a 달걀찜이 혹시 짜다면 소스를 좀 싱겁게 만들어서  간을 맞추세요

달걀찜이 혹시 짜다면 소스를 좀 싱겁게 만들어서 간을 맞추세요 ⓒ 이효연

3. 달걀찜을 찌는 동안 다른 냄비에 소스 재료인 야채 등을 넣고 기름을 둘러 재료가 익도록 살짝 볶아줍니다.

a 버터를 넣어 볶으면 고소한 향이 배어들어 더 맛있습니다.

버터를 넣어 볶으면 고소한 향이 배어들어 더 맛있습니다. ⓒ 이효연

4. 3에 물을 넣고 끓이면서 소금, 간장으로 간을 맞춥니다.

a 물 보다는 육수를 넣는 편이 맛이 좋습니다. 맑은 국이 남았을 때 국물을 활용하세요.

물 보다는 육수를 넣는 편이 맛이 좋습니다. 맑은 국이 남았을 때 국물을 활용하세요. ⓒ 이효연

5. 야채와 새우 등에서 맛이 우러나도록 충분히 끓여줍니다.

a 버섯이나 새우 등 재료의 맛이 충분히 우러나도록 끓여주세요

버섯이나 새우 등 재료의 맛이 충분히 우러나도록 끓여주세요 ⓒ 이효연

6. 접시에 쪄 낸 달걀찜을 펴서 보기 좋게 담고, 그 위에 4의 소스를 가만히 따라 부으면 완성입니다.

a 찐 달걀을 먼저 접시에 담고 주변으로 가만히 소스를 따라 부어주세요

찐 달걀을 먼저 접시에 담고 주변으로 가만히 소스를 따라 부어주세요 ⓒ 이효연

덧붙이는 글 | 달걀이 떨어져 급하게 사러 나갈 때면 동화책에 나오던 '황금알을 낳는 닭' 이야기가 생각납니다.'낳아랏! 달걀!'하면 어김없이 달걀을 선물했던 그 닭 말이지요. 황금알은 아니지만 매 끼니 유용한 반찬이 되어주는 달걀이 냉장고에 가득하니 오늘도 마음이 든든합니다.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 이야기 http://blog.empas.com/happymc

덧붙이는 글 달걀이 떨어져 급하게 사러 나갈 때면 동화책에 나오던 '황금알을 낳는 닭' 이야기가 생각납니다.'낳아랏! 달걀!'하면 어김없이 달걀을 선물했던 그 닭 말이지요. 황금알은 아니지만 매 끼니 유용한 반찬이 되어주는 달걀이 냉장고에 가득하니 오늘도 마음이 든든합니다.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 이야기 http://blog.empas.com/happy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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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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