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돌 위에도 소나무가 자라다이기원
선돌 위로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가을 하늘이 시원하게 펼쳐졌습니다. 깎아지른 바위절벽 위에 20m 높이의 선돌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그런데 눈여겨보면 거대한 선돌 꼭대기에 소나무 한 그루 서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낙엽이 썩어 폭신폭신하고 거름기 넉넉해서 뿌리내리기 좋은 땅도 둘러보면 많은데 하필이면 선돌 꼭대기에 뿌리를 내렸을까 궁금합니다. 저 높은 곳만 가치 있다 여기고, 세상을 내려다보며 살고 싶은 욕망 때문일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솔씨가 제 뜻대로 뿌리내릴 장소를 고를 재주는 없습니다. 바람결에 흩날리다 떨어진 곳에 뿌리를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곳이 바위 꼭대기여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산다는 게 무언지 선돌 위의 소나무가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모진 고생 끝에 바위 틈새를 비집고 뿌리를 단단히 박고 자란 소나무는 비바람 앞에서도 끄떡없습니다. 막바지 단풍 곱게 물든 치악산 계곡을 두루두루 굽어볼 여유까지 생겼습니다. 소나무의 그 질긴 생명력이 바람결에 살랑대는 단풍처럼 눈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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