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것은 '을'이 부담한다 GS건설은 특기시방서 조항을 근거로 추가 공사비 지급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오마이뉴스
그렇다면 S사는 왜 손해를 무릅쓰며 이 공사를 맡았을까?
S사는 상하수도, 측량을 주로 담당하는 건설업체로 GS건설 하도급 공사 이전에 비슷한 공사를 A건설과 계약을 체결해 수행한 적이 있다. 그 때 지역은 달랐지만, A건설은 추가비용을 내역서와 함께 청구하면 비용을 지불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S사는 3개월 동안 공사를 하다가 GS건설에서 지불한 기성 금액(일반적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지급하는 공사비)이 턱없이 모자라자 처음에는 구두로 GS건설측에 추가 공사비 지급을 요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추가 비용 지급은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7월 말에 더 이상 공사를 했다가는 일용직 노임 지급도 힘들겠다고 판단한 S사는 공사를 중단했다. 그리고 8월 두 차례에 걸쳐 GS건설 측에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의 요지는 추가 공사비를 반영한 하도급 계약 변경 요구와 추가 공사비 지급 요청. 그러나 GS건설은 애초 계약했던 내용 가운데 '특기 시방서' 조항을 들어 추가 비용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방서'는 설계·제조·시공 등 도면으로 나타낼 수 없는 사항을 문서로 적어서 규정한 것이다.
GS건설은 환경관리공단으로부터 턴키로 사업을 따냈지만, 하도급을 줄 때에는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해 업체를 선정했다. 여기다 계약 조건에 해당하는 현장설명서에 특기 시방서 조항을 넣어 공사에 소요되는 제반 비용을 '을'(S 건설사)이 부담하도록 명시했다.
GS건설은 설계변경을 요청한 S사 공문에 대한 답변에서 "특기 시방서에 '을'이 부담하기로 명시돼 있기 때문에 설계 변경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GS건설의 이같은 계약은 거래상 지위를 이용 하도급업체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을 담은 것으로,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건설하도급 계약서상의 불공정 계약조항 실태조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 조항'의 사례로 '추가공사가 예상됨에도 하도급 계약시 추가공사 비용을 인정하지 않거나 하도급 업체에 부담하도록 하는 행위'를 명시하기도 했다.
| | 공정위 "불공정 계약 이행 접수되면 조사하겠다" | | | 삼성물산·현대산업개발·SK건설 등 20개 업체 조사 | | | |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설업체의 불공정 하도급 실태에 대한 전면 조사에 나섰다.
공정위 건설하도급과는 올해 처음으로 건설업체가 하도급업체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 조항을 넣고, 그 이행을 강요하는 실태를 10월 27일부터 11월 16일까지 3주 동안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위는 불공정 조항의 예로 ▲하도급 계약시 추가공사 비용을 불인정 하거나 하도급업체에게 부담시키는 것 ▲법적으로 원도급자가 부담해야 할 산재보험료 등 제반 비용을 하도급업체에 전가하는 경우를 제시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2005년 시공능력평가액순위 100위 이내 업체 가운데 무작위로 20개 업체를 선정했으며,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 SK건설, 동부건설, 경남기업 등이 그 대상이다.
건설하도급과 관계자는 "불공정 계약 이행 강요 사례가 신고·접수되면 원도급자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면서 "이번 조사는 실태 조사인 만큼 이 결과를 토대로 불공정 사례를 점검하고 향후 다른 업체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 | | |
간접비 허위 작성... 환경관리공단의 묵인
문제는 불공정한 하도급 계약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사비 증가로 인해서 일용직에게 지급할 돈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S사는 사업발주처이자 이 공사를 관리하고 책임지는 환경관리공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GS건설과 S사의 하도급 계약이기 때문에 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답변뿐이었다.
고심 끝에 S사는 GS건설이 환경관리공단에 신고한 하도급 내역서를 정보 공개를 통해 받아보기로 했다. 도대체 하도급액이 얼마로 책정돼 있기에 추가로 투입된 공사 금액을 줄 수 없는 것인지 궁금해서였다.
그러나 GS건설이 환경관리공단에 신고한 내역과 실제 지급 받은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
GS건설이 환경관리공단에 신고한 하도급 비율은 90%였지만, 실제 지급한 하도급 비율은 71.2%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S사는 확인할 수 있었다. 안전관리비나 기타 경비 등 간접비를 부풀려서 하도급 비율이 18.8%나 차이가 나도록 만들었다. 간접비를 부풀려서 공사비 18.8%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지 않은 셈이 된다.
하도급 비율 90%라는 의미는 발주자인 환경관리공단이 1000원에 GS건설에 공사를 발주했다면, GS건설은 하도급 업체에 900원에 공사를 줬다는 의미다. 그런데 S사의 경우 환경관리공단 서류에는 900원을 받았다고 돼 있지만, 실제 18.8%은 GS건설이 가져가고 712원만 받았다.
발주처인 환경관리공단과 GS건설이 하도급 비율을 90%로 맞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건교부가 제시한 '건설공사 하도급 지침'에 따르면 '발주자는 하도급 관련 서류의 검토결과 하도급율이 82% 미만인 경우에는 하도급의 적정성 여부에 대하여 심사'하도록 돼 있다. 이는 하도급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조항이다.
이 때문에 원청업체는 발주자에게 하도급 관련 서류를 제출할 때 심사를 피하기 위해 하도급 비율을 82% 이상으로 맞추는 것이 관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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