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과거길을 알리는 푯말이었어요. 여기서 나도 잠깐이나마 과거 시험을 보러가는 선비가 되어 보았지요.권성권
조금 더 올라갔더니 푯말 하나가 서 있었다.
"한양 과거 길에 오르던 옛 오솔길을 보존합시다."
그때서야 이 길이 본시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가는 길임이 생각났다. 등에는 책과 짚신자루를 담은 봇짐을 지고 머리에는 갓을 쓴 선비가 이 길을 걸어갔을 터이다. 그 생각을 하고 있자니 문뜩 내가 그 선비가 돼 걸어가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영남에서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는 길목은 본시 세 갈림길이 있었다고 한다. 추풍령 길과 죽령 길, 그리고 새재(鳥嶺) 길이 그것이다. 헌데 추풍령을 넘으면 낙엽 같이 떨어지고, 죽령은 대나무 잎처럼 떨어지니 사람들은 새재 길을 택했다고 한다. 물론 그것은 웃자고 하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새재 길로 갔던 것은 두 길에 비해 그만큼 한양에 빨리 당도할 수 있는 까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