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길 중에 으뜸 가는 문경새재길

문경새재 3관문까지 올라가는 오솔길 산행

등록 2005.11.07 17:45수정 2005.11.0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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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안보에서 고사리 수목원으로 가는 길목에서 찍은 사진이예요. 낙엽길이 정말 멋지지요.
수안보에서 고사리 수목원으로 가는 길목에서 찍은 사진이예요. 낙엽길이 정말 멋지지요.권성권
오랜만에 교회 청년들과 함께 단풍과 낙엽이 깃든 멋진 숲 속 오솔길을 거닐었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문경새재 3관문 길이 그것이었다. 충주에서 수안보를 거쳐 고사리 수목원까지는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곳에서 윗길로 조금 더 올라가 보니 넓은 주차장이 나왔다. 첫 오름길은 그곳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엔 모두 함께 발을 맞추며 걸었다. 나란히 그리고 한 줄 두 줄 비슷한 발걸음으로 걸었다. 우리 일행 걸음걸이에 숲 속 단풍들도 발걸음을 맞추듯 앞 쪽 단풍들도 그리고 뒤 쪽 단풍들도 모두 울긋불긋 따라다녔다. 길바닥 아래에 쌓인 낙엽들은 비가 온 뒤라 그런지 모두들 축축했다.


산 중턱에 올라가면서 찍은 우리 일행들 사진이예요. 빨간 단풍들이 얼마나 고운지 몰라요. 정말로 울긋불긋 형형색색이었죠.
산 중턱에 올라가면서 찍은 우리 일행들 사진이예요. 빨간 단풍들이 얼마나 고운지 몰라요. 정말로 울긋불긋 형형색색이었죠.권성권
한참을 올라갔다. 가는 길목마다 오른쪽엔 형형색색 단풍잎들이 멋진 수를 놓고 있었다. 왼쪽 길목에는 솔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다. 자연히 코끝은 왼쪽을 향했지만 눈을 따라가는 고개는 오른쪽을 향하고 있었다. 솔숲 피톤치드 향내에 취했고 또 멋진 단풍 빛깔에 취했다. 산속 취기는 그 오솔길을 따라 가는 동안 내내 가득했다.

한참을 더 걸어 산 중턱에 다다랐다.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멋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두 명씩, 세 명씩, 또 서로 어울려서 멋진 몇 컷을 남겼다. 당연히 이 때는 사람이 주인공은 아니다. 산과 나무와 단풍과 그리고 낙엽이 주인공인 셈이다. 사람은 단지 그 속에 끼어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게 자연을 아끼면 얼마나 좋을까.

한양 과거길을 알리는 푯말이었어요. 여기서 나도 잠깐이나마 과거 시험을 보러가는 선비가 되어 보았지요.
한양 과거길을 알리는 푯말이었어요. 여기서 나도 잠깐이나마 과거 시험을 보러가는 선비가 되어 보았지요.권성권
조금 더 올라갔더니 푯말 하나가 서 있었다.

"한양 과거 길에 오르던 옛 오솔길을 보존합시다."

그때서야 이 길이 본시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가는 길임이 생각났다. 등에는 책과 짚신자루를 담은 봇짐을 지고 머리에는 갓을 쓴 선비가 이 길을 걸어갔을 터이다. 그 생각을 하고 있자니 문뜩 내가 그 선비가 돼 걸어가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영남에서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는 길목은 본시 세 갈림길이 있었다고 한다. 추풍령 길과 죽령 길, 그리고 새재(鳥嶺) 길이 그것이다. 헌데 추풍령을 넘으면 낙엽 같이 떨어지고, 죽령은 대나무 잎처럼 떨어지니 사람들은 새재 길을 택했다고 한다. 물론 그것은 웃자고 하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새재 길로 갔던 것은 두 길에 비해 그만큼 한양에 빨리 당도할 수 있는 까닭이었다.

3관문 성문이예요. 저기를 넘으면 2관문, 그리고 1관문으로 내려가는 길이겠지요. 성이 어찌나 크고 단단해 보이던지, 참 아늑하고 고요했어요.
3관문 성문이예요. 저기를 넘으면 2관문, 그리고 1관문으로 내려가는 길이겠지요. 성이 어찌나 크고 단단해 보이던지, 참 아늑하고 고요했어요.권성권
드디어 3관문 앞에 도착했다. 옛 성문을 보는 듯 크고 튼튼한 성문이 우리 앞에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양 옆으로는 휘어진 나무들이 낙엽을 떨군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성문 옆길로는 소복소복 눈이 쌓여 있는 것처럼 많은 낙엽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그 길을 밟아 보니 소리와 감촉이 스르륵 스르륵 감미로웠다.


성문 오른쪽으로 놓여 있는 길목이예요. 이 길목에 얼마나 많은 낙엽들이 떨어져 있는지 마치 눈길을 걸어가는 듯했어요.
성문 오른쪽으로 놓여 있는 길목이예요. 이 길목에 얼마나 많은 낙엽들이 떨어져 있는지 마치 눈길을 걸어가는 듯했어요.권성권
우리 모두는 그 관문 안까지는 들어가지 못했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 빠듯했기 때문이다. 원래 목적도 그 3관문 앞까지만 갔다 오는 것이었다. 더욱이 그 관문 앞에는 매표소 아저씨가 입장료도 받고 있었다. 옛날로 따지면 그게 통행세일지도 모를 일이겠다.

3관문 바로 문 앞에서 찍은 사진이예요. 날씨가 좋았다면 더 멋진 광경을 담아냈을 것 같았어요. 그래도 참 좋지 않나요? 다음엔 이 길로 2관문에서 1관문까지 걸어가 봐야 하겠어요.
3관문 바로 문 앞에서 찍은 사진이예요. 날씨가 좋았다면 더 멋진 광경을 담아냈을 것 같았어요. 그래도 참 좋지 않나요? 다음엔 이 길로 2관문에서 1관문까지 걸어가 봐야 하겠어요.권성권
그 성문에서 2관문 쪽을 향해, 우리 일행은 아쉬움을 달래며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올 겨울이 다가와 눈이 쌓이면 2관문에서 1관문까지 그 때 실컷 걸어보리라 다짐했다. 그때는 좀 더 색다른 느낌이겠지만, 단풍과 낙엽이 깃든 이 3관문 오솔길만으로도 오늘은 흐뭇하고 정말로 좋았다. 그 소리와 감촉이 산길을 내려오는 동안 잊혀지지 않고 자꾸자꾸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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