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세력이 던지는 화두, 그 난해함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뉴라이트, '초심'을 잊지 않고 지켜보자

등록 2005.11.08 09:52수정 2005.11.0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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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7일 오후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뉴라이트 전국연합 창립대회'에서 소개를 받은 지역직능 대표들이 '뉴라이트'를 외치고 있다.

7일 오후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뉴라이트 전국연합 창립대회'에서 소개를 받은 지역직능 대표들이 '뉴라이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난해하다.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른바 보수세력이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지고 있지만 개별 화두들을 이어붙일 접착제를 찾기가 쉽지 않다.

우선 몇 개의 화두부터 정리하자.

화두 1. 보수신문은 간곡히 당부했다. 어제 발족한 뉴라이트 전국연합을 향해 정치권에 발을 담그지 말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뉴라이트 단체들이 내년 지방선거나 2007년 대선 때 특정 정파나 주자와 손잡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도 떠다니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뉴라이트'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도 "신보수주의 운동은 기존 정치세력과는 거리를 두는 것이 옳다"고 했다. "운동의 순수성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호응하기라도 하듯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제성호 대변인은 "우리는 한나라당의 외곽조직이 아니다"고 했고, 또다른 뉴라이트 조직인 뉴라이트 네트워크의 신지호 대표는 "(한나라당과의) 정치적 결합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화두 2.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발족하던 날 한나라당 외부인재영입위원회는 인재 영입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토론 참석자들은 한나라당의 혁신을 위해 '젊은 피' 수혈이 필요하고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는 전략공천도 필요하다는 점을 제기했다.

기조발제를 한 박효종 서울대학교 교수는 "보수주의를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보수주의를 비판하는 사람, 합리적인 반미주의자와 진보주의자들도 포용하라"고 주문했다.

화두 3. 토론회가 열리기 하루 전 한나라당 외부인재영입위원장인 김형오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 공급처가 학계-법조계-관계로 편향돼 있다며 당 체질 개선을 위한 외부 인재 영입 폭 확대를 주장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꼭 그들(뉴라이트)이 정치권에 들어오거나 시도지사 자리로 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했다.

화두 4.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은 오늘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의 정체성은 '혁신보수'라면서 극단적인 색깔론을 버리고 '광야'에서 활동한 개혁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 접착제를 찾아보자. 이들의 주장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방법은 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다. 오히려 서로를 배척하는 차이점만 확인된다.

차이 1. 박 교수와 원 의원은 각각 '합리적 반미·보수주의자'와 '광야의 개혁인사' 영입을 주장했다. 김 의원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른바 '잘 나가는' 사람들이다 보니 투쟁성이 부족한 '책상형'이라며 '새 인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세 사람의 주장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기득권에 물들지 않은 채 광야에서 열심히 일해 온 합리개혁주의자'를 영입하자는 것이다.

그럼 이 세 사람이 주장한 '새 인재', '젊은 피'의 대안이 '뉴라이트'가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자신들의 지향점을 '공동체 자유주의'로 설정하는 한편 참여정부를 '좌편향'이라고 규정했다. 그래서 다음 대선에서 좌파 세력의 재집권을 기필코 막겠다고 했다.

농민은 연일 벼 야적시위를 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크레인 위에 올라가 극한투쟁을 하는 마당에, 이들이 '정권퇴진운동 불사'까지 외치고 있는 마당에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참여정부를 좌파 정권으로 규정했다. 그래서 <경향신문>은 "뉴라이트가 내세우는 '자유주의' 이념의 실체도 모호하다"고 평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젊은 피'와 '뉴라이트'는 상관이 없다.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 스스로 한나라당에 발을 담글 의사가 없다고 공언한 상태이니 '수혈' 대상에서 이들을 빼면 된다. 그럼 한나라당의 고민은 덜어진다. 굳이 '접착'하려 할 필요 없다. '선택'하면 된다. '광야의 개혁인사'를 간택하면 된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차이 2. '뉴라이트'는 공언했다. 우리는 한나라당 외곽조직이 아니므로 정치적 결합을 하지 않겠노라고 했다. 또 한편으론 다음 대선에서 좌파 세력의 재집권을 기필코 막겠다고 했다.

상상해 보자. 죽기살기식 선거전이 달아오른 상태에서 한나라당과 거리를 두면서 좌파 세력의 재집권을 막는 방법이 뭘까? '뉴라이트'가 지향하는 바가 보수 대중운동의 활성화라고 하니까 더욱 궁금해진다. 대중이 운집한 광장에서 한나라당을 편들지 않으면서 좌파 세력의 재집권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현행 선거법은 특정후보 지지운동 뿐 아니라 낙선운동까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두차례 총선 때 시민사회단체가 펼친 낙선운동에 대해 법원은 '유죄'를 선고했다. 특정 정파가 아니라 모든 정파의 후보자를 아우르는 낙선운동이었는데 '유죄'였다. 요건도 상당히 까다롭다. 2002년 대선 때 노사모의 돼지저금통이 선거법 위반 판결을 받을 정도였다.

'뉴라이트'가 까탈스런 선거법을 어기지 않으면서 좌파세력의 재집권을 막는 대중운동 모델은 뭘까? 극심한 경쟁구도에서는 특정 경쟁자를 치는 것 자체가 상대 경쟁자를 편드는 것으로 비쳐진다는 경험칙의 울타리까지 뛰어넘어 전개할 새로운 대중운동은 뭘까? 보수세력이 기존 시민사회단체를 '중립을 가장한 정권 홍위병'으로 몰아치기 일쑤였는데 '뉴라이트'가 이와 비슷한 또 다른 역공을 차단하며 독자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이제 갓 걸음을 뗀 사람에게 너무 많은 걸 묻는 것도 실례다. 이쯤 해두자. 지금은 지켜볼 때다. '뉴라이트'의 '초심'이 뭐였는지 잊지 말고 일단 지켜보자. '지금'이 '과거'가 됐을 때 '뉴라이트'의 초심이 뭐였는지 되새기며 질문을 던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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