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괴 공작 처벌해야"-"유령문건이다"

여수산단의 건설노조 무력화 문건 파문... 원청사 "작성한적 없다"

등록 2005.11.09 21:07수정 2005.11.0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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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여수국가산단내 원청사 34개사가 일용노동자로 구성된 건설노조를 무력화 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여지는 문건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있다. 이 문건에는 원청사들이 하청업체에 대해 프로젝트에 소극적일 경우 패널티를 주겠다는 의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 하청사도 압박하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무력화와 하청업체 개입, 노조탈퇴 유도 등의 내용이 담긴 'CLUB Project 경과보고'라는 모두 22쪽으로 작성된 문서를 공개했다. 민주노총과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CLUB'은 여수지역건설노조를 지칭한 것으로, 노조 무력화를 시도하기 위해 문건이 작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청사 공동대응, CLUB위축에 긍정적"

a 9일 전남 여수국가산단 내 34개사의 공장장협의회에서 논의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이 폭로돼 파장이 일고있다. 이 문서에는 여수건설노조의 무력화를 위한 공동대응 방안 등이 적시돼 있다.

9일 전남 여수국가산단 내 34개사의 공장장협의회에서 논의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이 폭로돼 파장이 일고있다. 이 문서에는 여수건설노조의 무력화를 위한 공동대응 방안 등이 적시돼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민주노총과 여수건설노조 등은 아직까지 내부고발자보호 등을 이유로 입수경위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으며 특히, 어느 회사 누가 이 문서를 작성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있다.

이 문서의 작성일은 지난 8월 17일로 기재돼 있으며 상반기 중점 추진활동 진행 현황 등에 대해 평가하기도 했다. 이 문서 9쪽에는 '상반기 중점추진활동 진행현황' 항목에 ▲간부 및 방송차 현장출입금지 ▲협력사 사장단 교육 등 추진 상황이 기재돼 있다.

하단에는 '원청사의 공동단결 대응이 CLUB 위축 활동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8쪽에는 '산단사 공동대응 활동으로 다음 6가지를 중점 추진키로 4월 7일 간사 공장장 협의회보고 시 추진키로 결정하였음'이라고 적고있다.

이에 따라 여수산단 공장장협의회 등이 지난 4월 7일 공동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지난 8월 상반기 평가와 함께 하반기 활동에 대한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문서에는 'Project Goal'(프로젝트 목표)를 'CLUB Member 축소/무력화' '정상적인 경영활동 기반마련' 등으로 기재, 노조 와해 활동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여수지역건설노조의 동향뿐만 아니라 울산과 광양, 포항지역의 플랜트 건설노조의 동향도 파악하고 있다. 여수건설노조 등은 이 보고서를 작성, 활용한 것은 여수산단내 공장장 협의회와 간사협의회로 판단하고 있다.


조합탈퇴·비협조적 협력사 공동입찰 제한 등 내용 담겨

a 이 문서에는 6개항의 중점 추진계획을 지난 4월 7일 간사공장장협의회 보고시에 공동 추진키로 결정했다고 적시돼 있고, 노조간부들의 현장출입금지 등 대응으로 노조위축활동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간사 공장장 협의회는 34개 산단 내 회사 중 매출액 1위에서 12위까지의 회사 공장장들로 구성된 모임으로 알려졌다.

이 문서에는 6개항의 중점 추진계획을 지난 4월 7일 간사공장장협의회 보고시에 공동 추진키로 결정했다고 적시돼 있고, 노조간부들의 현장출입금지 등 대응으로 노조위축활동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간사 공장장 협의회는 34개 산단 내 회사 중 매출액 1위에서 12위까지의 회사 공장장들로 구성된 모임으로 알려졌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공장장 협의회는 '하반기 중점추진 활동'으로 ▲상반기 Quick Hit 항목 지속실행 ▲성향분석 후 공동대응 ▲대관/대언론 활동강화 ▲우수인원 우선고용 ▲조합탈퇴 ▲임협 등 협력사 관리 - 협력업체 인센티브·패널티 공동대응 등 8개 항목을 추진키로 했다.

'Quick Hit'는 곧바로 시행한다는 의미로 보이며, 간부 및 방송차 현장출입금지, 조끼착용자 출입금지, 협력사 사장 교육 등의 내용을 담고있다. 여수건설노조와 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이 같은 내용이 실행돼 노조와 사측간 갈등을 빚어오고 있었다.

또 '대관/대언론 활동'에는 간사회 차원에서 전략을 개발, '간사회-Key 협력회사-지역상공단체'가 연대해 활동하기로 되어있다. 원청회사들이 'Key 협력회사'를 육성, 공무팀장 회의에서 개발전략을 도출해 협력사 테스크 포스팀(TFT)에서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들 원청사들은 조합원들의 노조탈퇴를 유도하기 위해 비조합원들을 우수인력으로 대우해 주면서 노조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합탈퇴활동과 관련 ▲비조합원 우선고용 ▲성향우수자 우선고용 등을 실행방안으로 논의했다.

특히 원청사들은 이 같은 노조무력화 활동에 대해 협력업체(하청업체)들을 압박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에는 '임협 등 협력사 관리' 항목에 ▲협력업체 인센티브 및 패널티 공동대응 ▲비협조적 협력사 공동입찰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있다.

조끼착용자 출입금지 등에 대해 하청사들이 얼마나 잘 실행하는지 모니터해서 평가 자료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밝히고 있다. 원청사의 노조 무력화 프로젝트에 소극적일 경우에는 이에 따르는 불이익까지 주겠다는 것이다.

a 원청사들은 노조활동 무력화 프로젝트와 관련 하청사의 임금협상 등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또 노무관리와 관련 비협조적이거나 성과가 미비한 하청사에게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원청사들은 노조활동 무력화 프로젝트와 관련 하청사의 임금협상 등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또 노무관리와 관련 비협조적이거나 성과가 미비한 하청사에게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여수건설노조, "보고서 내용대로 실행...검찰고발" 반발

이에 대해 민주노총, 전국건설연맹, 여수건설노조 등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등은 이날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수산단 내 국내 굴지의 재벌회사들이 한국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있는 건설일용노동자들의 노조활동에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무력화 공작을 자행해 왔던 사실이 드러났다"며 "34개 원청회사는 노조무력화 공작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원청사의 하청노조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는 있어 왔지만 국내 굴지의 34개 원청사의 집단적인 하청노조 무력화 사실은 처음 밝혀진 것"이라며 "검찰과 노동부는 즉각적인 조사를 해 관련자를 엄정 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원청사들이 임금협상에서 하청협력업체의 노조 대응정도를 평가하고 이를 공사 수주에 직결시키겠다는 것은 올해 여수지역 건설노조 임금협상의 파행의 배후에 여수산단 원청사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수건설노조 이기봉 위원장은 "이 보고서의 내용대로 실제 원청과 하청사들이 노조 간부들의 출입을 제한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를 이용해 노조를 와해시키려 했다는 점에 분노를 감출수 없다"고 말했다.

여수건설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원청업체 현장에서 노조 조끼를 입었다는 이유로 출입정지라는 이름으로 3명의 노조간부 등을 해고시키기도 했다. 탱크분회 조합원 122명은 20여일 동안 출입거부조치를 당했다. 일용직에게 현장 출입금지는 사실상의 해고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 전국건설산업노조연맹 등은 조만간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자료를 더 수집해 해당 업체들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공장장협의회 "작성 한 바 없다... 휴대폰 금지 등은 일상적 조치"

이 보고서에 대해 여수산단 공장장협의회측은 보고서 작성과 존재 자체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있다.

여수산단 공장장협의회 한 관계자는 "실체가 없는 유령문건"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협의회에서는 이런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없다"며 "협의회라는 단체 성격상 이런 문건을 만들어서 획일적으로 따라오는 곳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여수산단 내 한 업체가 작성했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생각도 들지만 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보고서 내용대로 현장에서 출입금지 등이 실행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휴대폰 휴대금지 등 조치는 기계 오작동 등을 우려해서 현장 근로자들 모두에게 이런 조치를 하고 있다"면서 "'노조조끼 착용자 출입금지'는 조합원과 비조합원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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