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 생산하는 사회지배이념, 언론이 확대보급"

참여연대 김기식 처장, '재벌과 언론' 강의에서 주장

등록 2005.11.10 14:43수정 2005.11.10 18:46
0
원고료로 응원
"사회가 민주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군사정권 시절의 지배이데올로기가 아직도 해체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나는 '성장제일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한미 동맹론'입니다. 특히 성장제일주의는 시민사회 깊숙이 자리잡고 있어서 간단히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전북민언련
11월 9일 전북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www.malhara.or.kr)에서 연 언론학교에 네 번째 강사로 참석해 강의를 한 참여연대 사무처장 김기식씨는 이러한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가 대부분 자본에 의해 생산되고 있으며 이것을 언론이 확대 재생산한다고 하였다.

80석 가량의 강의실을 가득 메운 수강생들에게 김 처장은 "여러분들이 저보다 더 언론의 강화된 위상과 우리 언론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으리라"고 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처장은 한 시간 반 정도의 강의시간에 시민운동의 핵심 간부답게 현 시대의 흐름을 언론과 재벌이라는 주제에 맞춰 날카롭게 풀어냈다. 다 아는 사실의 나열이나 상투적인 비분강개가 전혀 없이 외모만큼이나 깔끔하고 입체감 있는 강의였다. 함께 갔던 중 2년생 아들도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는 몰라도 한 순간도 졸지 않고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언론이 여론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여론을 만들기도 한다는 점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이 요구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자본과 기득권의 지배아래 들어 간 언론의 실상들을 김 처장은 하나하나 소개하기도 하였다.

김 처장은 강의주제인 '재벌과 언론'을 '자본과 언론'으로 바꾸어 읽어도 된다면서 "지금의 언론은 기업 봐주기 식 보도를 하는데 머물지 않고 자본에게 유리한 주류의 지배이데올로기 조성의 산실이 되고 있다"고 하였다.

재벌기업들의 모임인 전경련이 제일 먼저 사용했던 '고비용 저효율 정치구조의 타파'라는 구호는 우리의 정치행태를 비판하면서 또한 정치의 민주주의 과정에서 파생되는 지루한 논쟁과 혼란을 국민들이 극도로 혐오하게 만들어 은근히 개발독재형 성장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하였다.

일사불란했던 박정희군사독재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구호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내 놓았던 '1인당 국민소득 2만 불 시대'라는 구호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숙명적 패배의식의 반영인 '한미동맹론' 역시 냉전체제가 무너졌음에도 우리 국민들의 의식 속에서 맹렬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하였다. 김 처장은 이 대목에서 이라크 파병반대 국민운동본부 관계자로서 당시 청와대를 방문해서 나눴던 노무현 대통령과의 대화를 소개하기도 하였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이 명분 없는 침략전쟁이라는 걸 안다. 파병이 절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나는 두렵다. 파병하지 않는 것이 솔직히 두렵다. 한미동맹에 균열이 오면 한국 경제가 거덜 난다는 말이 두렵다"고 할 정도로 한미동맹은 우리에게 미신의 수준에 와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김 처장은 개혁세력의 과제가 절대 만만하지 않음도 지적하였다.

전북민언련
한때는 '민주화'가 최대의 사회의제였지만 이제는 '세 번이나 집권한 민주화 세력들도 알고 보니 별 볼일 없다'는 식의 민주화에 대한 정치적 회의가 넓게 확산되고 있으며 부동산 개혁이나 세제 개혁, 의약분업, 장애인 정책 등에서 이제는 모든 시민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성장주의 이데올로기에 감염되어 있는 것이 큰 과제라고 하였다.

장애인 전체 예산보다도 장애인 차량지원금 예산이 더 많은 현실과 근로소득공제대상 노동자와 면세점 자영업자가 전체의 반이 넘어 서고 있는 불합리한 세제현실도 지적하였다. "모든 소득에 과세하고 복지예산을 늘여 자원과 소득의 재분배를 이루어야 함에도 감세정책이 갑자기 사회적 의제가 되고 있는 현실"을 걱정하기도 하였다.

다시 말해서 시민사회의 기득권적 저항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 사회경제개혁의 벅찬 과제라는 것이다. 시민운동에는 정권만이 아니라 (기득권적)시민이 극복과 설득의 대상인 현실이라는 것이다.

개혁은 총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말로 해야 하는데 말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언론이다. 정치개혁과 달리 사회경제개혁은 옮고 그름이 간단하게 선이 그어져 있지 않다. 이해관계가 모든 시민들에게 여러 겹으로 얽혀있다. 시민집단 간의 힘겨루기도 일어난다. 그래서 논란은 싶게 판가름 나지 않는다. 따라서 오랫동안 '말'을 주고받아야 한다. 그런데 언론은 자본과 기득권층 이데올로기 전파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처지다.

김 처장은 이런 현실을 바로 보고 진보세력들이 자기편 논리에서 벗어나 자정능력을 어서 키우고 곧 국민에게서 심판받을 날이 올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하였다.

이 언론학교에는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기자가 첫 강사로 나섰으며 다음 주 수요일(11월 16일)에는 한양대 리영희 교수가 <6자회담의 성과와 한반도 정세>라는 주제로 특강을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농(農)을 중심으로 연결과 회복의 삶을 꾸립니다. 생태영성의 길로 나아갑니다. '마음치유농장'을 일굽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3. 3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4. 4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5. 5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