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민언련
11월 9일 전북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www.malhara.or.kr)에서 연 언론학교에 네 번째 강사로 참석해 강의를 한 참여연대 사무처장 김기식씨는 이러한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가 대부분 자본에 의해 생산되고 있으며 이것을 언론이 확대 재생산한다고 하였다.
80석 가량의 강의실을 가득 메운 수강생들에게 김 처장은 "여러분들이 저보다 더 언론의 강화된 위상과 우리 언론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으리라"고 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처장은 한 시간 반 정도의 강의시간에 시민운동의 핵심 간부답게 현 시대의 흐름을 언론과 재벌이라는 주제에 맞춰 날카롭게 풀어냈다. 다 아는 사실의 나열이나 상투적인 비분강개가 전혀 없이 외모만큼이나 깔끔하고 입체감 있는 강의였다. 함께 갔던 중 2년생 아들도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는 몰라도 한 순간도 졸지 않고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언론이 여론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여론을 만들기도 한다는 점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이 요구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자본과 기득권의 지배아래 들어 간 언론의 실상들을 김 처장은 하나하나 소개하기도 하였다.
김 처장은 강의주제인 '재벌과 언론'을 '자본과 언론'으로 바꾸어 읽어도 된다면서 "지금의 언론은 기업 봐주기 식 보도를 하는데 머물지 않고 자본에게 유리한 주류의 지배이데올로기 조성의 산실이 되고 있다"고 하였다.
재벌기업들의 모임인 전경련이 제일 먼저 사용했던 '고비용 저효율 정치구조의 타파'라는 구호는 우리의 정치행태를 비판하면서 또한 정치의 민주주의 과정에서 파생되는 지루한 논쟁과 혼란을 국민들이 극도로 혐오하게 만들어 은근히 개발독재형 성장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하였다.
일사불란했던 박정희군사독재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구호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내 놓았던 '1인당 국민소득 2만 불 시대'라는 구호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숙명적 패배의식의 반영인 '한미동맹론' 역시 냉전체제가 무너졌음에도 우리 국민들의 의식 속에서 맹렬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하였다. 김 처장은 이 대목에서 이라크 파병반대 국민운동본부 관계자로서 당시 청와대를 방문해서 나눴던 노무현 대통령과의 대화를 소개하기도 하였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이 명분 없는 침략전쟁이라는 걸 안다. 파병이 절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나는 두렵다. 파병하지 않는 것이 솔직히 두렵다. 한미동맹에 균열이 오면 한국 경제가 거덜 난다는 말이 두렵다"고 할 정도로 한미동맹은 우리에게 미신의 수준에 와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김 처장은 개혁세력의 과제가 절대 만만하지 않음도 지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