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도 문화재위원회 제1분과위원회 제9차 회의록에는 '국보 제1호 재지정' 논란에 대한 검토의견과 토의결과가 수록되어 있다.
10년만에 반복되는 논쟁
1996년 11월 28일에 개최된 문화재위원회 제1분과위원회 제9차 회의록에 보면, 당시의 논의를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이것을 살펴보면, 찬성이나 반대 측에서 내세우는 논점과 논리는 지금의 그것과 하등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안사항: 일제지정문화재 재평가시 국보 제1호만큼은 대표적, 상징적이어야 하므로 서울 남대문은 재지정하여야 한다는 언론보도 및 국민 일각의 주장이 있어서 이에 대하여 문화재위원 및 전문가의 의견을 조사하고, 전문여론기관인 극동조사연구소에 의뢰하여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재지정여부를 검토하고자 하는 것임.
▲문화재관리국 검토의견: 국보 제1호 서울남대문은 일제가 행정편의에 의해 제1호로 지정한 것으로 일제지정문화재 재평가사업을 계기로 국보 제1호만큼은 상징적인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문화재를 선정하여 재지정하자는 문화재전문가(38.5%, 52명) 등의 의견도 있으나,
의견조사대상 문화재전문가 및 일반국민 여론조사대상 과반수가 서울 남대문을 현행대로 존속시키자는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있고, 국보 제1호의 지정번호는 문화재 가치순서가 아닌 단순한 관리번호이며, 남대문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 건축예술적 가치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어 재지정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음.
▲여론조사결과로 드러난 반대이유: 국보 제1호의 번호는 문화재의 가치순서가 아닌 단순한 관리번호이며, 문화재는 그 분야의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가치 때문에 우열을 매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되지 못하고 이미 국민들의 인식 속에 깊이 새겨진 국보 제1호에 대한 관념과 국내외적으로 각종 문헌자료 등의 기록이 정정되어야 하는 등 심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 우려되고, 남대문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 건축 예술적 가치에 특별한 문제가 없어 그대로 유지 보존하는 것이 좋겠음.
▲여론조사결과로 드러난 찬성이유: 국보 제1호는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어야 하며 국민 전체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세계 어디를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역사적, 문화적 의의가 큰 문화재이어야 하나 남대문은 우리의 대표적 문화재로서 상징성이 부족하고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음.
여기에서 보듯이 그 당시에는 문화재관리국(문화재청 전신)에서 반대의견을 갖고 있었고,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그 다지 호응도가 높지 않았다. 따라서 결론은 '부결'이었다.
물론 이 당시에 실시된 여론조사의 문제점도 지적될 여지는 있다.
조사 대상자가 전체 국민의 무작위 추출방식이 아니고 "최근 2년 이내 박물관, 사적지 등 문화재를 탐방한 경험이 있는 20세 이상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했다고 표시되어 있다. 내 나름의 추측이지만, 문화재에 대한 식견이나 탐방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문화재 지정번호 자체가 문화재의 가치를 나타내는 표시가 아니라는 점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일반 국민의 국보 제1호 변경에 대한 찬성도가 높지 않았을 수 있다고 여겨진다.
"문화재는 우열을 가려낼 대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