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위기는 '반한나라 전선' 복원이 해답?

평화개혁연대, 12월 공식창립 앞두고 토론회

등록 2005.11.10 21:09수정 2005.11.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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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 경선팀 출신들이 중심이 된 `평화개혁연대`가 10일 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의 새로운 당 진로 모색`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 경선팀 출신들이 중심이 된 `평화개혁연대`가 10일 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의 새로운 당 진로 모색`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다시 '반(反)한나라' 전선의 복원인가?

최근 열린우리당 내에서 일고 있는 '민주당 통합론'에서 한발 나아가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지지세력의 복원과 반한나라당 전선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2002년 국민경선 과정에서 '노무현 캠프' 참모들이 주축이 된 평화개혁연대(평개련) 준비위원회는 창립제안서를 통해 "분산되어 있는 민주세력의 역량을 새롭게 결집해 '평화개혁연합'으로 그 외연과 깊이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이를 차기 정권 창출의 토대로 규정했다.

이들은 12월 공식 창립에 앞서 '열린우리당의 새로운 당 진로 모색'이라는 토론회를 열어 정통 민주세력의 복원과 평화개혁의 기치를 통한 외연확대를 주장했다. 한마디로 "노무현 대통령 만들었던 세력이 다시 뭉치자"는 얘기다.

이는 염동연 의원 등이 주장해온 민주당·중부권 신당을 포괄하는 '서부대연합'의 복원과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염 의원측은 "(통합신당론이) 민주당과 통합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며 '평화개혁대연합론'에 지지를 표시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염 의원의 주장에 대해 "역지역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송영길 "민주당에 구걸해선 안돼" 정책 공조 우선

이날 토론회의 패널로 참석한 송영길 의원은 "과거 (민주당 시절)로 돌아가려는 퇴행적인 모습으로 비춰져서는 안된다"며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세력을 규합하는 '평화개혁세력'의 통합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민주당 통합론'과 선을 그었다.


송 의원은 "이념과 정책에 기반한 통합 논의여야 한다"고 전제한 뒤, "통합의 전단계로 사안별·정책별 공조를 통해야지 (민주당에) 구걸하는 모습으로 가서는 안된다"며 열린우리당 중심론을 폈다.

송 의원은 DJ로 대표되는 호남의 민주세력과 동시에 노 대통령의 지역주의 타파 세력을 통합하는 '화학적 결합'을 주장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연정론에 지지했던 세력과는 선을 그었다.


송 의원은 당내 세력에 대해 ▲대통령제를 전제로 평화개혁세력의 대단결을 통한 정권재창출을 고민하는 측과 ▲선거구제 개편과 다당제, 연정, 내각제를 고민하는 세력간의 시각차가 존재한다며 "후자의 경우 우리나라 정치환경에서 시기상조"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현미 의원은 "당 지지도를 떨어뜨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연정론을 정면 비판했다. 김 의원은 "20, 30년간 민주당을 지지해온 국민들에게 그들의 정치적 가치를 회의하게 하고 신념을 깨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본전을 지키는 정치를 하자"고 주장했다.

a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유창선 "고집스러운 대통령과 무기력한 여당"

한편 이날 평개련 주최의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열린우리당의 위기를 '내부 요인'에서 찾았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하락과 관련 "국민의 이념성향이 보수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열린우리당 노선(정체성)의 혼란"이라고 꼬집었다. 그 결과 중도성향의 지지층은 유동층과 한나라당으로 일부 유입되었고, 강경한 개혁세력층은 민주노동당으로 유입되었다는 것. 아울러 주요한 지역 기반인 호남·충청에서의 지지가 사실상 붕괴돼 다른 당으로 각각 분산, 유입되었다고 진단했다.

일종의 자구책인 '민주당 통합론'에 대해서도 김 소장은 "호남을 제외한 화이트칼라, 개혁 열망 세력 등은 합당을 부담스러워 한다"며 "전국전선 창출이냐, 서부연합의 재생이냐에 대해 여론의 향배를 주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현재 열린우리당의 문제를 한마디로 "고집스러운 대통령과 무기력한 여당"이라고 표현했다. 유씨는 노무현 후보와 열린우리당의 승리는 "대의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감동의 정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개혁을 위해 자신을 던지지도, 국민의 경제적 고통을 덜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는 것도, 성난 민심에 무릎을 꿇는 것도 아니"라고 비판했다.

특히 유씨는 "노선이나 정책에 대한 불만이 아닌 정서적 반발의 문제가 더 크다"며 국민들이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이유를 설명했다. 가령 청와대의 홍보방식에 대해 "정당성과 논리만 내세워 국민들이 우리의 생각을 알아주지 못한다고 푸념한다"며 "민심에 대해 겸허하지 못한 태도가 더 민심을 긁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정상호 교수(한양대·한국 현대정치 전공) 역시 문제의 원인을 '내부'로 돌리며 "이명박 서울시장을 주시하자"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정 교수는 ▲리더십 ▲능력 ▲성과를 참여정부와 집권여당의 삼불(三不)로 꼽으며, 이 시장을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춘 '생산적 보수주의자'로 칭했다.

그러면서 '기본'으로 돌아가 '생활 정치'에서 답을 찾으라고 충고했다. 정 교수는 참여정부에 대해 "미래에서 현재를 조망하는 계몽정치와 실험정부"라며 "성과가 당장 나오지 않은 중장기적 과제에만 치중, 엄숙함과 비장미에 경도되었다"고 일갈했다. 그 결과 '상식 있는 시민'들의 외면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a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하락과 관련 "국민의 이념성향이 보수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열린우리당 노선(정체성)의 혼란"이라고 꼬집었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하락과 관련 "국민의 이념성향이 보수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열린우리당 노선(정체성)의 혼란"이라고 꼬집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 당원의 토로 "부도난 회사에 마지막 남은 회사원 같다"

당원의 비판은 더 신랄했다. 기간당원인 전은제씨는 "당원노릇 못해 먹겠다"고 말해 참석 의원들을 당혹케 했다. 전씨는 당원의 처지가 "마치 부도난 회사에 마지막 남은 회사원 같다"며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이 대체 뭐냐"고 쏘아붙였다. 전씨는 열린우리당의 '망조'를 '닫힌' 당사의 모습에서 찾았다.

"한번도 당사에 가지 않다가 최근에 한번 갔는데 과거 민주당사도 이러지는 않았다. 민원인, 지명수배자 등 각종 사람들로 당사가 북적거렸다. 그런데 열린우리당 영등포 당사에는 일단 들어가기도 힘들고 누가와도 '왜 왔냐'고 쳐다보지도 않더라. 민원인 한 명 없고 당직자들만 웰빙하는 곳인가. 기간당원이 이 정도 푸대접인데 일반 국민들은 오죽하겠나."

한편 김헌태 소장은 이른바 차기주자들의 내년 2월 전당대회 '빅매치'설을 그닥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지 않았다. 김 소장은 "지방선거 패배시 당내 대립 분열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과 "또 다른 정치적 승부수를 던져 여론을 바꾸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역풍을 우려했다. 위기 해법을 '정치 카드'가 아닌 근본적인 반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a 토론회에 참석한 염동연 의원(앞줄 가운데)이 패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염동연 의원(앞줄 가운데)이 패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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