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익은 국화가 요염하다

1만평 국화밭에서 두번째 이야기

등록 2005.11.11 09:23수정 2005.11.1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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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농원의 조그만 동산을 뒤덮은 분홍색 소국
한농원의 조그만 동산을 뒤덮은 분홍색 소국안서순
농익었다.

그새 된서리가 몇 차례나 내려 붉디붉게 타던 단풍마저 맥없이 바닥에 져 다시 흙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국화는 이제야 익을 대로 익어 터질듯 만개했다.


10일 보름 만에 '한농원'(충남 서산시 고북면 가구리)을 다시 찾았다. 그땐 꽃이 핀 송이보다 동글동글한 꽃망울이 훨씬 많았는데 이젠 터질 듯 부풀어 올라 절정의 자태를 드러내는 수백만 송이의 국화꽃이 요염하다.

흰대국과 노란대국, 노란 중국, 붉은 중국, 붉은 소국, 흰소국, 노란소국, 천향만가, 국화의력, 국화죽림 등 250여 종이 넘는 국화가 저마다 희고 노랗고 붉은색을 한껏 드러내며 1만 평이 넘는 동산에 색색의 수를 놓았다.

만개한 노란 소국
만개한 노란 소국안서순
장승 다섯이 서 있는 밭둑 너머 수백 평이 넘는 밭에는 수십 종류의 국화가 야생화처럼 제멋대로 들어차 있다. 조롱박이 얹힌 비닐하우스에는 묵은 박의 속을 빼내고 색전구를 박아 그 안에 들어있는 갖가지 색의 국화꽃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게다가 드문드문 매달아 놓은 스피커에서는 클래식이 낮게 깔리며 막바지 가을물을 들이고 있는 국화밭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었다.

농장주인 한엄식(54)씨는 "그동안 오마이뉴스(10월 25일자) 등 언론매체에 실린 기사를 보고 다녀간 관광객이 3만 명이 넘는다"며 즐거워 했다. 엄씨는 "현재 국화꽃이 만개해 있는 상태로 이달 중순께가 지나면 서서히 지기 시작하나 이달 말께까지는 괜찮을 것으로 보여 전시회를 그때까지 계속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사과밭에 흰소국과 분홍색 소국이 어우러져 있다.
사과밭에 흰소국과 분홍색 소국이 어우러져 있다.안서순
앞으로 20여 일 정도는 국향을 만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주말(11월 5~6일)에는 1만5000여 명이 넘는 관광객이 각지에서 관광차 등을 전세 내어 몰려드는 바람에 진땀을 뺐다면서도 엄씨는 환하게 웃었다.


평일인데도 외지에서 온 관광차 2대가 한 무리의 관광객을 풀어놓았다. 그들과는 따로 친구들끼리 국화꽃을 보기 위해 일부러 왔다는 김지윤(38·전북 익산)씨는 "올 때는 1시간 정도만 둘러보고 가려 했는데 2시간 넘게 보았는데도 가고 싶지 않다"며 "내년에도 가족들과 함께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갖가지 색깔의 소국이 야생화처럼 수백평의 밭에 가득하다
갖가지 색깔의 소국이 야생화처럼 수백평의 밭에 가득하다안서순
한농장에서는 일체 파는 것이 없으나 대신 한씨를 아주 귀찮게 괴롭히면(?) 쉽지는 않지만 거저 얻어갈 수 있는 행운이 있기도 하다. 아름다움은 값없이 얻는 게 아니다. 한씨는 관광객들이 농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국화에 취해가고 있는 동안 다음의 아름다움을 마련하기 위해 사과밭 한구석에 퇴비를 쌓아놓는 등 벌써 내년 농사를 준비하고 있다.


한씨는 자신이 국화꽃을 기를 수 있는 힘이 있을 때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농장을 해마다 무료로 개방할 것이라고 했다.

연목가에 피어있는 흰중국과 노란 중국
연목가에 피어있는 흰중국과 노란 중국안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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