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 글쎄요..."

학교 현장 냉랭한 반응...합리적 토론 아쉬워

등록 2005.11.11 11:25수정 2005.11.11 18:17
0
원고료로 응원
40-50대 교사 무덤덤, 20-30대 교사 무관심

교원평가를 둘러싸고 치열한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선 학교는 외견상 차분한 분위기에서 일상적인 학교활동을 하고 있다. 대체로 40-50대 교사들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 반면 20-30대 젊은 교사들은 관심 없다는 반응이다.

군포의 ㅅ중학교 ㄱ교사(46·여)는 "어차피 제도가 정착되려면 10여 년 걸릴 것이고, 우리는 직접적으로 불이익 받는 세대는 아닐 것"이라며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천의 한 고등학교 ㅈ교사(51·남)는 "나는 교총회원이지만 전교조가 막아줄 것으로 기대한다. 성과급 때도 전교조가 막아주었다. 많은 선생님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전교조를 심정적으로 지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반명 20-30대 젊은 교사들은 비교적 무관심한 편이다. 교직 3년째라는 안양 ㅂ중학교의 ㅇ교사(28·여)는 "사실 (평가)내용도 잘 모르고 관심 없다"고 말했다. 동료교사 ㄱ씨(29·여)는 "평가가 대세라면 거부할 명분이 없지만 평가라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평가안은 본질 어긋나"

전교조 현직 지회장인 ㅂ교사(47·남)은 "교육부의 평가안은 교육력 제고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 교육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학교자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학부모회, 교사회, 학생회를 법제화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학교 공동체문화를 만들어가야 교육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일부 교사들은 평가시스템이 합리적으로 마련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다. 군포의 ㅅ고등학교 ㅈ교사(49·남)는 "현행 근무평가 제도는 교장, 교감의 독단으로 이루어지는 게 문제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척도가 마련된다면 해볼 만한 것 아닌가? 문제는 교육활동을 평가할 구체적이고 타당한 평가 척도를 어떻게 계발하느냐에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교육의 질 저하 우려" 교사들 한목소리


교사들은 교육의 질 저하와 인성교육 부재를 한결같이 우려했다.

수원의 ㅇ고 ㅇ교사(46·남)는 "학생들의 평가를 염두에 두다 보면 인기 위주의 학생지도를 하지 말란 보장이 있겠느냐? 그러다 보면 교육의 질은 저하될 것 아닌가"하고 반문했다. 수원의 ㅅ고 ㅎ교사(42·남)는 "학부모들의 요구는 입시지도 강화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인성교육 부재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을 우려해 생활지도를 포기하는 교사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것은 오히려 공교육 붕괴를 가속화하는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우려가 교사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무사안일을 배격한다는 교육부의 본래 취지가 오히려 무사안일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학부모 무관심 속 찬성 우세

학부모들도 대부분 관심이 없어 보였지만 대체로 찬성하는 쪽이 많았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나이에 따라 각기 다른 의견을 나타냈다.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잘 챙겨주고 편애하지 않는 섬세하고 자상한 교사를 원했고, 중고등학교 학부모들은 진학지도를 잘 하는 교사를 가장 좋은 교사로 인식하고 있었다. 전교조 교사냐 아니냐는 별 관심 없었다.

대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이아무개씨(47·여)는 "우리 애 고 3때 담임 선생님이 전교조 선생님이셨는데 진학지도를 얼마나 잘 해주셨는지 지금도 늘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다"며 전교조 비난하는 학부모들은 대부분 단체에 속한 일부일 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을 운영하는 ㅂ씨(49·남)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한다. 학생들은 학원선생이 더 잘 가르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그러나 학교와 학원은 시스템이 다르다. 근본적으로 경쟁관계는 아니다. 학교가 학원만큼의 여건을 만들기는 어렵더라도 지금보다는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합리적 토론 아쉬워

이번 교원평가를 둘러싼 논쟁 역시 우리 사회의 미성숙한 단면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것이 아쉽다. 전직 전교조 간부를 지냈다는 ㄱ교사(48·남)는 다음과 같이 교육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전교조에 대한 마녀사냥식 비난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게 뭔가? 전교조 하나 위축시킨다고 해서 교육이 살아나나? 이건 아니다. 합리적 토론이 아쉽다. 교육부안, 전교조의 대안, 교총의 안을 놓고 왜 토론하지 않는가? 평가안에 대해 교사들 설문조사 한번 하지 않은 교육부의 태도가 문제다."

시행 시기를 늦추더라도 공론의 장으로 옮겨 생산적인 토론을 해야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든 비극... 괴물을 낳은 엄마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든 비극... 괴물을 낳은 엄마
  5. 5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