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에 떨어진 떨잎들박도
산과 들, 그리고 거리에도 떨잎들이 우수수 쏟아지는 늦가을이랄까 초겨울의 썰렁한 계절이다. 부지런한 농사꾼들은 들판의 곡식들을 모두 거둬들여서 들판조차도 썰렁하기 그지없다. 벼를 거둬들인 농사꾼들은 날로 떨어지는 쌀값으로 죽을상이다. 평생 농사만 지어왔는데 영농비는 해마다 오르고 쌀값은 더욱 떨어질 테니 이제는 뭘 해야 하느냐고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동안 조상이 물려준 땅을 차마 버리고 떠날 수 없어서 남들이 다 떠나도 그대로 고향을 지켰건만 남은 건 빚이요, 냉대요, 고독이요, 병이라고 푸념한다. 그러면서도 이 모든 게 자신의 팔자요, 못난 탓이라고 이내 체념하면서 엊그제 뽑은 콩포기에 들깨 단에 도리깨질하느라 여념이 없다.
다음 책을 내고자 서울로 가서 출판사 문을 열자 낯익은 얼굴이 두 사람이나 보이지 않았다. 텅 빈 사무실을 지키는 출판사 대표가 지난 책 인세를 여태 정산해 드리지 못하였다고 무척 겸연쩍어 했다. 낯익은 두 사람은 출판사 사정이 어렵게 되자 그분들이 알아서 떠났다고 하였다. 늘 그랬지만 그래도 요즘처럼 책이 안 팔리는 때는 없었다면서 출판사 경영 20년에 쪽박 찰 형편이라고 하였다. 평소 낙천적이고 말이 없는 분의 입에서 나온 얘기고 보면 예삿일이 아닌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