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CEO 기다리고 있는가"

[새책] 소설가 조성기가 쓴 <유일한 평전>

등록 2005.11.12 15:35수정 2005.11.1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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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소설가 조성기가 쓴 <유일한 평전>

소설가 조성기가 쓴 <유일한 평전> ⓒ 작은 씨앗

우리나라에는 깨끗한 기업이 없는 것일까? 그리고 존경받는 기업인도 없는 것일까? 삼성과 두산이 이렇고 저런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동안 거대 기업의 죄는 수면에 떠 있을 뿐 끌어 올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죄가 밝혀지자 "그러면 그렇지" 하고 야유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기업이 있다면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삼성과 두산이 곤욕을 치르는 것을 보며 유한양행의 유일한 회장을 떠올려 보았다. 그 분의 선명함과 현명함에 대해서는 내가 초등학생 때부터 담임선생님을 통하여 익히 들어온 터. 여러 해 전에 동대문도서관에서 유일한에 관해 쓴 책을 본 기억이 났다.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데 어쨌든 유일한을 주인공으로 한 평전이었다.


소설가가 쓴 <유일한 평전>

마침 지난 10월 15일에 <유일한 평전>(작은씨앗 펴냄)이 나왔다. 앞에 말한 대로 이미 유일한에 대한 책은 나와 있었지만 중진 소설가 조성기씨가 쓴 것이라 더욱 호감이 갔다. 소설이 사람 이야기듯 소설가들이 타 장르에 비해 소설 말고 잘 쓸 수 있는 것이라면 역시 평전일 것이다.

올해 조선일보 머니팀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 상장된 1559개 기업의 1990년 이후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유한양행과 중외제약이 연속 이익증가년수에서 각각 11년과 9년으로 1, 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제약회사만 대상으로 한 조사가 아니어서 더욱 놀랍다.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 중에서 최장 기간 연속 이익 증가를 기록한 기업으로 조사된 것이다. 또한 유한양행과 중외제약은 지난 3월 발표된 연속 흑자 배당 기간에서도 지난해까지 각각 43년과 29년 동안 연속 흑자의 깃발을 날린 바 있다.

유한양행과 중외제약은 동아일보와 한국 IBM BCS(Business Consulting Service)가 발표한 '2005년 존경받는 30대 한국기업'에도 선정됐다. 더불어 유한양행을 세운 고 유일한 전 회장과 중외제약을 일으킨 고 이기석 전 사장이 많은 경제학자들한테서 존경받고 있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고건 전 국무총리가 호평한 '유일한'


<유일한 평전>이 최근에 나온 것은 아주 시기적절하다. 몇몇 대기업의 우환이 지속되고 있는 이때, 우리 시대가 어떤 CEO를 기다리고 있는지를 가르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고건 전 총리는 이 책의 추천사에서 유일한을 이렇게 평가했다.

일제강점기의 1920년대는 우리 민족의 미래가 암담하던 시절이었다. 그 무렵 이 땅에 민족기업을 일으켜 불후의 신화를 창조한 유한양행의 유일한(柳一韓) 회장을 필자는 평소에 늘 존경해 왔었다.(중략) 당시 공개된 그의 유언장에는 자신의 소유 주식 전부를 '한국 사회와 교육 원조 신탁기금'에 기증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유일한 평전> '추천사'에서


유일한의 고향은 평양. 실향민인 그는 아홉 살 때 선교사를 따라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태평양 건너 타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미시간대를 졸업, 귀국하여 유한양행을 세웠다. 그의 기업철학과 신조는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 봉사하고, 정직 성실하고 양심적인 인재를 양성 배출하며 일자리를 만들고 정직하게 납세하며 그리고 남은 것은 기업을 키워 준 사회에 환원한다"였다.

<유일한 평전>에는 민족기업을 일으키고 깨끗하게 이끌어 간 참기업인으로서의 유일한뿐만 아니라 유년시절부터 시작하여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사연(항일무장독립군인 맹호군을 창설하는 데 주동적 역할), 사재를 털어 유한학원을 세운 참교육가의 모습이 빠짐없이 펼쳐진다.

고 전 총리는 "기업인으로, 독립운동가로, 교육가로서 그의 봉사의 우선순위는 언제나 국가가 첫째였고, 그 다음이 교육과 기업이었으며, 가정은 마지막이었다. 이 평전은 오늘의 우리 젊은이들에게 꿈과 용기와 슬기를 일깨워 주는 한편, 민족애와 바른 국가관을 심어 준다"고 유일한과 <유일한 평전>을 평했다. 더불어 "국내외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기업을 이끌어 오고 있는 우리 CEO들에게는 바른 기업의 철학과 윤리를 만나게 한다"며 "급변하는 미래 사회의 도전 앞에 선 우리 국민들에게는 역사 통찰의 혜안을 갖게 하며, 바른 사람으로 인도하는 잠언과도 같은 것이다"라고 호평했다.

유일한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제대로 된 삶인가?'를 가르쳐 준 덕(德)의 CEO였으며 조성기의 <유일한 평전>은 유일한을 직접 만나 실감나는 강의를 듣는 것처럼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상세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유일한 평전

조성기 지음,
작은씨앗,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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