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까지 함께한 그림형제의 그림동화

[서평] <그림동화의 숨겨진 진실> 을 읽고

등록 2005.11.13 19:30수정 2005.11.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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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한미숙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가는데 그 중 한 아이의 이름은 '이슬비'이다. 딸애 이름이기도 하다. 고유명사와 보통명사가 같은 경우이다. 그림동화와 독일사람 그림(Grimm)씨 형제가 그린 '그림'동화는 그렇게 혼동하기 쉽다.

세계 어린이문학의 이정표를 세운 이들로는, 프랑스의 샤를 페로, 독일의 그림 형제, 덴마크의 안데르센을 꼽고 있다.(23쪽) 그만큼 그림형제는 어린이 문학 또는 동화의 세계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외국 동화들의 많은 내용이 바로 '그림' 형제에 의해서 정리되고 다듬어져서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도 친숙한 이야기들이 많다. <개구리 왕>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염소> <헨젤과 그레텔> <장화신은 고양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전래동화와 민담들을 엮어서 정리하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성인들을 위한 '성적' 묘사와 비유가 대담하게 포함되기도 했다고 하니, 그대로 번역되어 우리에게 소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이 책 제목이 암시하는 대로, '숨겨진 진실'은 그림형제가 동화를 꾸미면서 어른들까지도 아이들 못지않게 '히히덕'거리며 읽을 수 있게 이야기 전개의 장치를 설정한 것은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하게 한다.

그렇지만, 그런 쪽보다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나 등장인물들에 대한 내용들 중에서 부정확하거나 원전과 다른 내용이나 제목들을 자료에 의해 확인시켜주기도 한다. 예컨대 <신데렐라>의 원래 제목은 <재투성이 소녀>이고,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가시장미 공주>라는 것 등이다.(21쪽) <두 자매>의 인물인 아델하이트와 케트헨은 마치 우리나라 옛이야기인 <콩쥐와 팥쥐>의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 이는 동서고금에서 인간들의 삶이 보여주는 공통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동화이기도 하다.

그림 형제가 태어나서 자라난 환경은 거의 전시상황이나 마찬가지다. 이웃나라 프랑스는 혁명의 소용돌이가 치고 있었고, 당시 강력한 군대를 지닌 오스트리아는 수시로 행군하며 공포를 자아내기 일쑤였던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29쪽) 그런 와중에서 그림 형제가 민담과 설화를 모아 새롭게 각색하여 동화의 세계를 정리하고 다듬어 간 것은 그들의 타고난 품성이 큰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우부인의 결혼식>은 그의 고향 슈타인나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사실 어른들, 특히 결혼한 여성이 지켜야 하는 정조를 교훈적으로 나타내는 일종의 가부장적 동화이기도 하다.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의 변절이 우리나라 설화에 나오는 구미호와 닮아 있으니 참으로 신기하기 짝이 없다.


그림 형제의 인생행로에서 숨겨진 진실의 하나는, 역시 좋은 스승을 만난 일인 듯싶다. 칼 폰 사비니 교수와의 만남이 그런 경우인데, 사비니 교수는 그림동화가 새롭게 태어나고, 또 어떤 경우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한 길을 갈 수 있도록 이끌어 간 안내자이기도 했다.

그림 형제가 이 민담수집을 시작한 것은 1806년 스물한 살과 스물두 살 때였다. 그들의 노력과 인내심 그리고 지구력이 오늘날 그림 형제의 동화, 즉 그림동화라는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 명성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이라고 할 만한 것은 앞서 사비니와의 만남 못지 않게 큰 영향을 미친 이가 클레멘스 브렌타노와 아르님 등임을 밝혀주고 있다.(128쪽 이하) 이들은 주로 동화나 민담 등에 대해서 '문학사적 관심'을 증폭시켜 준 인물로 평가한다. 그림 형제는 브렌타노가 준비하던 동화집 <소년의 마적> 2권을 공동으로 작업하면서 비로소 <그림동화>가 탄생하게 되었다.


마음의 형제 아르님과는 깊은 우정을 나눈 관계로 막역한 친구였다고 한다. 인생에서 제대로 된 친구 한 명이라도 사귈 수 있다는 그런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그림 형제에게서도 아르님은 그렇게 마음의 행복을 준 인물로 평가를 하고 있다.(133쪽) 이들의 우정 관계는 죽을 때까지 지속된다.

논문구성 형식의 이야기 전개가 글읽기를 더디게 하는 면이 있지만, 그런 형식은 5장에서 끝난다. 그리고 6장과 7장은 전혀 다른 구성이다. 6장에서는 그림동화에 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한 내용으로 그림동화는 과연 그림형제가 ‘직접’ 썼는지, 단순히 교훈적인 내용인지, 그리고 여자주인공의 백치미 여부 등을 포함해 여덟 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그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 있다.

마지막 장인 7장에서는 주요 동화들을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부록의 형식처럼 배치하였다. <개구리 왕 혹은 철의 하인리히>를 비롯 <장화 신은 고양이>에 이르기까지 총 10편의 그림동화를 소개하고 있다. 끝으로 그림형제 연보와 도판의 출처 및 참고문헌과 찾아보기를 자세하게 덧붙였다.

이 책에서는 그림형제가 그의 수많은 동화를 정리하고 다듬으면서 그 이면에 담겨져 있는 생활상과 고뇌와 함께 한 사람들과의 주고받은 모습들을 담아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편하게 읽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꼼꼼하게 그 당시의 자료들과 주장들을 그때 그때 인용하면서 전개하고 있는 것이 거의 논문 형식과 유사하다.

그러다 보니 책에서 일정한 주제와 스토리가 전개되기보다는, 그가 살아온 내력과 성장에 따라 거주지를 옮겨 가면서 일어난 일들과 그 과정에서 펴낸 동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야기의 전개는 중간 중간 끊어지고, 간혹 덜 정리된 번역어의 투가 걸리기도 한다. 예컨대 '작은 빨간 모자'는 '빨간색 작은 모자'로 하면 더 자연스러운 번역이 아닐까 싶다.(116쪽) 물론 책 곳곳에 여러 가지 스케치된 그림들, 그리고 현재 그림형제와 관계되어 있는 각종 사진들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덧붙이는 글 | 그림동화의 숨겨진 진실, 이민수 지음/예담  
 책값: 12000원

덧붙이는 글 그림동화의 숨겨진 진실, 이민수 지음/예담  
 책값: 12000원

그림 동화의 숨겨진 진실

이민수 지음,
예담,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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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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