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왕 가려면 목적이 있어야죠"

[취업도전기⑤] 그들이 꿈꾸는 건 여행 그 이상이었다

등록 2005.11.16 20:30수정 2005.11.1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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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재가 아닌 미래에 투자하고 있는 거죠."

11월 16일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http://cafe.daum.net/chinacommunity)를 통해 알고 있던 중국여행동호회(이하 중여동) 사무실을 찾아갔다. 다소 작을 뿐이지, 보통 다른 사무실들과 별반 다른 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집에서 1시간 넘게 걸리는 그 사무실을 찾아간 본래 목적은 중국 여행에 대한 고수, 중여동의 운영자 이동일(34)씨와 정규호(30)씨의 조언을 담고자 함이었다. 한동안 중국에 있으면서, 중국 여행을 하는 동안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대학생들을 많이 보았기에, 겨울 방학이 되기 전에 도움이 될만한 기사를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무실과 별반 달라 보이지는 않았으나, 그 곳에는 꿈이 숨어있었다.
다른 사무실과 별반 달라 보이지는 않았으나, 그 곳에는 꿈이 숨어있었다.양중모
그러나 정보에 관한 것을 주로 묻다보니 인터뷰는 무미건조해져가고 있었다. 게다가 아직 내가 인터뷰에 익숙하지도 않은데다가, 사전 준비가 부족해 질문 하나에 대한 대답을 듣기까지는 꽤 이리 저리 돌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대로 가서 과연 집에 돌아가 남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기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싶어질 무렵 던진 하나의 질문이 이 인터뷰 자체의 성격을 바꾸어버렸다.

"이런 질문 드리기는 좀 죄송하지만, 이전에도 다른 일을 하셨잖아요. 근데 이 일을 업으로 하신 것이 수익은 적어도 꿈이 있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수익이 괜찮아서인가요?"

이 질문에 대한 그들의 대답(주로 정규호씨가 말했지만, 둘은 같은 이상을 공유한다고 하였기에 그들로 통일한다)은 단호하고도 명쾌했다.

"꿈입니다. 미래에 대한 투자죠."


이동일씨가 만나자마자 했던 '미래에 투자한다'는 말의 의미가 막연했던 난, 두 번째로 그 얘기를 다시 듣자 집요하게 따져 묻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대체 무엇을 하고 싶다는 것일까. 무엇 때문에 원래 하고 있던 일을 그만두면서까지 이 여행업을 하려고 한 것일까?

'중여동'은 이동일씨가 98년 중국 심양에서 만들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후 2001년 정규호씨가 운영진으로 합세해 이동일씨를 도우면서 동호회는 조금씩 커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주로 배낭 여행객을 모집해 같이 여행을 떠나곤 했던 중여동에 시련이 찾아왔다. 회원수가 점차 늘어나는 기쁨도 잠시, 그 때문에 다른 여행업계에서 중여동이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다며 신고했다고 한다.

회원수가 늘어 여행에 참가하는 인원수가 배나 많아졌고, 이를 빌미로 타 업체에서 분명한 여행객을 모집하는 행위인데, 여행업종이라고 신고하지 않고 했다고 신고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것이 직접적 계기가 되어 작년 가을 중여동은 신촌 근방에 사무실을 얻고 본격적인 여행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본래 동호회 성격이라 약간의 상업성을 가미하게 되는 과정까지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지금은 동호회와 자신들이 만든 여행사를 철저히 분리해 운영해 그러한 문제를 아예 없앴다고 한다. 이런 일이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이들이 여행업에 뛰어든 건 단순히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고 한다.

"전, 보다 새로운 여행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1년 동안 중국을 돌아다녔어요."

이미 여러 여행사에서 개발되어 있는 상품들이 충분한데, 대체 무얼 개발한다는 것이었을까. 그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듣는 도중 그들이 투자한 미래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닌 하나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임을 엿볼 수 있었다.

"지금껏 해왔던 그런 패키지여행이 아닌, 목적이 있고, 테마가 있는 그런 여행 상품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좋은 자원들이 많이 있는데, 그것들이 활용이 안되더라구요. 왜 그런가 가봤더니, 그럴 만 하더라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떠나 사업을 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여행업체들이 자선 단체가 아닌 이상 수익이 남지 않는 여행 상품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낼 리 없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상품들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열망으로 넘쳐났다.

"지금은 아니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여행에 대한 개념이 바뀔 것입니다. 단순히 한 번 갔다 오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 무언가 하나의 목적을 갖고 여행할 수 있는 그런 문화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이 얘기가 나오기 전 첫 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그들의 대답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목적을 갖고 가야죠. 고생한 것만으로도 보람이 느껴진다구요? 고생은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 곳까지 갔다 온다면, 목적이나 목표를 세워 이루고 와야죠."

여행에 있어 목적을 유난히 강조했던 그들, 그렇다면 여행업에 뛰어들려고 한 목적은 오로지 '여행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의 보다 궁극적인 목표는 그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

그들이 초보자들에게는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조금 아는 이들에게는 목적을 가진 여행을 제공하는 상품을 개발하는 궁극적 목표는 '다가올 거대한 두려움 중국'에 대한 대비를 위해서라고 했다.

왼쪽이 정규호(30)씨, 오른쪽이 이동일(34)씨
왼쪽이 정규호(30)씨, 오른쪽이 이동일(34)씨양중모
"한국 사람들 참 이상하거든요. 일본이나 다른 나라 가면 안 그러면서도 중국만 가면 우월 의식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요. 얘네 나라는 못사는 나라야 하고 무시하고, 깔보고, 더럽다고 생각하고. 하지만 아니거든요. 중국도 사스 이후 위생 상태에 대해서 많이 좋아지고 있고, 가보면 가볼수록 무서운 게 많은, 배울 게 많은 나라에요. 두려운 나라죠.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이긴다고 하잖아요. 지금도 그렇지만 미래에는 중국이 더욱더 무섭게 우리나라에게 달려들 것이거든요. 그 때 가서 당황하지 말고 미리미리 대비하자는 거죠."

한 중국어 학원 운영자가 말했던 중국 인재 십만 양병설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었다. 그들이 하고 있는 여행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많은 이들이 중국에 대해 더욱 많이 접촉하고, 또 제대로 접촉하게 하여 중국과의 만남을 보다 활발하게 하여, 훗날을 대비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가는 길에 초석이 되고 싶다고 했다.

나보다 나이 많은 형들이었지만, 1시간 반 조금 넘게 진행되는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그 얘기들을 들으면서 난데없이 한 이동통신사의 광고문구가 떠올랐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나이상으로만 볼 때 그들은 현 사회체제에 안주하기 위한 준비를 할 때였지만, 새로운 꿈을 위해 도전하겠다는 그들의 정신은 나보다 훨씬 더 젊은, 패기 넘치는 시기에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이 한마디는 조금만 바꾸어 들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여행 뿐 아니라,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가슴 속 깊이 새겨들을 만 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그들과의 만남은 애당초 목표와는 조금 달라졌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어낸 값진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이왕 가려면, 목적을 가지고 가야죠."

그들이 택한 인생도 결국은 이러한 신념에 근거하고 있는 거 아닐까.

중국 여행, 알아두면 좋아요!

그 먼 길을 다녀왔으니, 여행 팁 몇 가지는 소개하고 넘어가는 게 도리일 듯 싶다. 본래 질문은 훨씬 많았지만, 나 역시도 고민했고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중심으로 몇 개 뽑아보았다. 특히나, 아직 겨울방학도 되지 않았는데, 가슴이 떨리고,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답들을 중심으로 뽑아 보았다.

-중국 여행을 가는 이들이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왜 가는지, 무슨 목적으로 가는지를 알아야 한다. 단순히 고생만 할 거라면 국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한국에서 가지고 가면 좋은 물건들은?
"이제는 중국도 많이 발달해서 많이 싸가지고 가봐야 짐만 된다. 가지고 가고 싶다면 자신의 사진(중국인 입장에서 외국인 사진을 말함)이나 전통 기념품 등을 갖고 다니면서 여행 도중 줘라. 그러면 그것이 매개체가 되어 더 좋은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에서 바가지가 심하다고 하는데 안 당하는 방법은?
"그런 방법은 없다. 많이 경험해보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정보 사이트 들어가서 미리 가격을 알아보는 등의 방법도 있다. 제일 좋은 건 자신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샀으면 후회하지 않는 것이다. 해봐야 마음만 아프다. 그냥 좋은 경험을 했다는 뜻에서 우리는 그걸 수업료라고 부른다."

-숙소는 어떻게 정하는 게 좋을까?
"학생인 경우에는 아무래도 가격, 일반인은 시설을 따질 텐데,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과의 근접도이다. 아무리 가격이 싸도 끝에서 끝이라면,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끝에서 끝이라면 하루를 허비하게 된다."

-중국 여행 초보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도시가 있다면?
"중국의 근대, 현대, 미래를 알려면 서안, 북경, 상해를 가보라는 말이 있다."

-배를 이용하는 경우에 보따리상이 물건 들어달라고 하던데? 이게 법에 저촉된다고 하던데, 어떻게 해야 하나?
"개인에게 일정 용량 갖고 들어갈 수 있는 한도량이 있다. 그걸 다 채워서 들어줄 수 없다고 말하고 거절하면 된다."

-환전은 어떻게 해야 좋은가?
"각 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환율 우대 쿠폰이라는 것이 있다. 이걸 이용하면 더 유리한 조건으로 환전을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원화를 달러로 갖고 들어가, 달러를 인민폐로 바꾸는 것이 좋다."

-중국여행가이드에 보면 주민증 등으로 학생 할인을 받았다는 얘기가 있던데?
"옛날에는 통했지만, 점점 통하지 않는 추세다. 국제학생증도 이제는 잘 안된다. 본래 중국 현지에서 다니는 학생들만 받을 수 있는 할인 혜택이다."

-중국어를 못해도 갈 수 있나?
"못하기 때문에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 오히려 더 잘 다녀오는 경우도 있다."
/ 양중모

덧붙이는 글 | 30이 넘어도 여전히 꿈을 꿀 수 있다는 사실, 정말 부러웠습니다. 아니, 전 부러워하는게 아니라 그를 능가해야 할 때이겠죠.^^ 박스 기사외 궁금한 사항은 위에 소개된 사이트에 들어가면, 자세히 들으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30이 넘어도 여전히 꿈을 꿀 수 있다는 사실, 정말 부러웠습니다. 아니, 전 부러워하는게 아니라 그를 능가해야 할 때이겠죠.^^ 박스 기사외 궁금한 사항은 위에 소개된 사이트에 들어가면, 자세히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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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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