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식
요즘은 어디를 가나 차창 밖으로 나무를 살피게 된다. 시내를 지날 때는 건축공사 끝나고 버려둔 나무더미가 있나 살피고 시골길을 갈 때는 산판장이 있나 둘러보게 된다. 이른 봄이나 초겨울이 나무를 베어 내기 좋은 때라 가끔씩 벌목하는 곳을 발견하면 횡재를 하는 것이다. 겨울 땔감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읍 쪽에서 연락이 왔다. 산더미 같이 나무가 쌓여 있다고 했다. 동네 이장이 공터에 있는 나무를 빨리 치워 달라는 것이었다. 벌목 끝나고 버려둔 나무들인데 그 동네는 거의 기름 보일러라 나무를 때는 집이 없다는 것이다.
기름 값이 만만치가 않아 나무 보일러나 온돌로 바꾸는 농가가 심심찮게 있지만 그것도 비용이 드는 일이라 아주 연로하신 분들은 그도 저도 못하고 그냥 지낸다. 코앞 마을 공터에 있는 나무도 가져 갈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착잡했다. 노인네들이 다 돌아가시면 유령들만 살 산간 농촌 마을이 캄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