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들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바위나리와 떠난 여행 21> 칠봉서원 마을의 등산로를 걷다

등록 2005.11.21 11:00수정 2005.11.2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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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추워지기 전에 산을 오르자며 일요일 오후 아내를 끌고 칠봉 서원이 있던 마을을 찾았습니다. 치악산을 비롯한 이름 있는 산은 입산 통제가 시작되었습니다. 건조한 날씨 때문에 산불의 우려가 있어 눈이 내리기 전에는 입산이 금지됩니다.


그래서 찾은 곳이 강원도 원주 호저면 산현리 칠봉서원이 있던 마을입니다. 조선시대 칠봉 서원이 건립되어 지금도 터와 하마비 등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깎아지른 바위 절벽으로 이루어진 봉우리 일곱 개가 나란히 서 있고, 그 아래로는 눈이 시릴 정도로 맑은 냇물이 소리 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칠봉 맞은편에 등산로가 하나 있습니다. 시내에서 꽤 떨어진 곳이라 찾는 이들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아내와 둘이서 길지 않은 시간, 땀 흘리고 오를만한 산입니다. 오후에 출발해서 그런지 바람이 꽤나 쌀쌀했습니다.

단풍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입동도 지나고 서리까지 내린 마당에 단풍을 찾는 게 잘못이겠지요. 대학수학능력고사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멀쩡하던 날씨도 입시 때는 용케 안다더니 나날이 추위가 더해갑니다. 시험을 앞둔 고3 학생들과 가족들에겐 더 큰 추위로 느껴지겠지요.

가을은 이제 흔적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떠날 건 다 떠나보내고 인동의 계절을 보낸 뒤 새로운 봄날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도 끈질기게 남아 있는 솜털 보송보송한 억새도 보이고, 단풍이 아닌 가랑잎이 되어 가지에 매달린 채 위태롭게 흔들리는 마지막 잎새도 보입니다.

지는 햇살을 받아 흔들리는 그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일곱 봉우리(칠봉) 중 세 개
일곱 봉우리(칠봉) 중 세 개이기원

나 데리고 갈 사람 없나요?
나 데리고 갈 사람 없나요?이기원

겨울나기 준비 중
겨울나기 준비 중이기원

마지막 잎새
마지막 잎새이기원

지는 햇살 받아 눈부신 억새
지는 햇살 받아 눈부신 억새이기원

산 아래 마을을 보다
산 아래 마을을 보다이기원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에도 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제 홈페이지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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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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