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으로 명월 보러 갈래요?

[청풍명월 여행]자연과 문화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청풍호반①

등록 2005.11.21 19:07수정 2005.11.2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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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 가족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마땅한 여행지가 없을까 물색하던 중에 여행 길라잡이 최형이 충북 제천에 있는 청풍호반을 추천하며, 일정이 맞으면 동행하자고 했다.

"청풍명월의 본향인 제천의 청풍이 바로 그런 곳이지요. 수려한 호반과 아름다운 산세, 그리고 맑은 계곡... 소위 3색이 어우러진 정말 좋은 곳이라니까요!"


청풍에서 만난 가을 1
청풍에서 만난 가을 1김형태
청풍에서 만난 가을 2
청풍에서 만난 가을 2김형태
제천이라... 제천이라는 지명을 듣자마자, 불현듯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마지막이 떠올랐다. 작품의 무대가 되는 강원도 봉평에도, 충주댁의 고향인 충주에도 가보았지만, 성 서방네가 산다는 그 제천에는 아직 가보지 못했는데, 괜스레 마음까지 설렜다.

"금수산을 배경으로 드넓은 충주호가 펼쳐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킵니다. 눈을 들어 청풍호 주변을 볼 것 같으면 청풍문화재단지, 유람선과 수경분수, 청풍랜드, KBS, SBS 촬영장 등이 있고, 뒤쪽으로는 월악산이 송계계곡, 용하구곡, 탁사정 등을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지요."

최형이 여행 전문가라도 되는 양, 약장수처럼 한바탕 연설을 하자, 아내도 솔깃했는지 넋이 반쯤 나간 표정으로 "여보, 우리도 가요?"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 10월 초 우리는 청풍호반으로 여행을 가게 됐다.

"그런데 최형, 청풍에 가면 명월을 볼 수 있기는 한 거요?"
"마음이 가난한 자는 천국이 저희 것이라. 박형이 같이 가면 틀림없이 볼 수 있을 거외다."

함께 가기로 한 박형의 질문에 대한 최형의 대답이었다. 옆에서 듣자니 두 사람 대화가 마치 선문답 같았다.


드디어 출발하는 날.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여주쯤 가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청풍 가서 명월은 고사하고 비만 쫄딱 맞고 오는 거 아니냐"며 아우성이었다. 우리는 만종 분기점(남원주)에서 우회전해 중앙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날씨가 맑아지기 시작했고 우리 일행의 얼굴에 드리워졌던 그늘도 밝음으로 바뀌었다.

지난번 소백산 갈 때도 이 도로를 이용했지만, 정말 중앙고속도로는 고가도로 같다는 느낌이 든다. 산허리를 휘감고 달리는 모노레일 같다고나 할까? 비가 그치자 안개가 저 산 아래에서부터 서서히 산 위로, 그리고 다시 하늘로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소금을 뿌린 듯 온 산을 감싸고 있는 하얀 안개를 보자, 다시 <메밀꽃 필 무렵>이 생각났다. 내가 이런 저런 상념에 잠겨있는 사이, 차는 남제천 나들목을 벗어나 제천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양쪽 길가에 쭉쭉 뻗은 벚나무들은 마치 우리 일행을 환영이라도 한다는 듯 푸르게 웃고 있었다. 아내가 한 마디 했다.

"와, 봄에는 벚꽃이 굉장하겠어요?"
"그럼요. 4월이면 벚꽃 만개와 함께 제천지역 최대 축제인 '청풍명월제'가 열린답니다. 아까 남제천 나들목에서부터 시작해 우리가 지금 지나고 있는 이 청풍호반길을 따라서 남쪽 방면으로 약 30Km 정도 벚꽃길이 열리지요. 정말 장관입니다."

우리가 첫 번째로 들른 곳은 날카로운 칼봉우리가 첩첩인 금월봉. 기괴한 암석바위가 눈앞에 펼쳐졌다. 금수산 자락에 위치한 금월봉은 바위 생김이 천태만상으로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삐죽삐죽 솟은 거대한 바위가 마치 금강산 축소판 같다고 하여 '소금강'이라고도 한다.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KBS 드라마 <태조왕건> 촬영장이 있었다. 멀리 호숫가에 띄워진 배와 나루터가 우리를 반겼는데 초가집, 수군 관아, 망루 등 후삼국 시대의 개성 벽란도 포구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었다. 얼마 전 끝난 <불멸의 이순신>을 비롯해 <해신> 일부도 이곳에서 촬영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사용될 예정이란다(무료 관람/주차료 1000원/문의 043-644-0430).

망루에서 바라본 KBS 드라마 촬영장. 산 아래에는 아직도 여름처럼 짙푸르다.
망루에서 바라본 KBS 드라마 촬영장. 산 아래에는 아직도 여름처럼 짙푸르다.김형태
고향 가는 길처럼 구불구불한 호반길을 따라가니 '만남의 광장'이 나오고, 그 아래에는 청풍랜드가 있었다. 이곳 청풍랜드에는 수상경비행장(043-643-2676)을 비롯해 인공암벽장(043-640-5698)과 번지점프장(043-648-4151)이 있어 레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각광 받고 있다.

아침 일찍 떠나와서인지 아이들은 배고프다고 아우성이다. 최형 말로는 이곳 능강리, 학현리, 성내리 등에 유명한 음식점들이 많다고 했다. 주로 송어회와 매운탕을 전문으로 하는 횟집과 토속 음식점이란다.

인근 토속음식점에 들어가 도토리묵과 쌈밥을 든든히 먹고, 청풍대교를 건너니 바로 청풍문화재단지다. 문화재 단지 앞 구릉에서 보는 비취빛 청풍호반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제가 말씀 드린 것처럼, 청풍호는 충주 다목적댐 건설로 생성된 호수로 뱃길 130리 중 볼거리가 가장 많고 풍경이 뛰어난 곳으로 내륙의 바다라고 합니다. 작은 민속촌이라 불리는 청풍문화재단지를 정점으로 봉황이 호수 위를 나르는 형상의 비봉산, 어머니 품속과 같이 편안하고 포근함을 느끼게 하는 금수산이 어우러진 청풍호반은 가히 절경이라 아니할 수 없지요."

최형의 말에 우리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청풍문화재단지는 충청북도 제천시 청풍면 물태리 소재의 청풍호에 자리하고 있다. 충주댐 건설로 생긴 호수는 충주뿐만이 아닌 제천과 단양까지 이어져 있다. 예전에는 충주댐으로 생긴 호수라 하여 ‘충주호’라고 했지만, 제천 사람들은 제천시 청풍면에 있다 하여 '청풍호'라고 부른다.

남한강 상류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은 선사시대 문화의 중심지로 구석기시대의 유적이 곳곳에서 발견됐으며, 삼국시대에는 고구려와 신라의 세력 쟁탈지로 찬란한 중원문화를 이루었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지방의 중심지로 수운을 이용한 상업과 문물이 크게 발달하고 번성했다.

그러던 청풍이 충주댐 건설로 수몰되면서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전국 각지로 흩어졌고, 남은 건축 문화재들을 망월산성 기슭으로 모아 오늘의 청풍문화재단지가 되었다.

청풍문화재단지

관람시간 : 3월~10월 09:00~18:00 / 11월~2월 09:00~17:00

관 람 료 :
개인 - 어른 3000원 / 청소년 2000원 / 어린이 1000원
단체 - 어른 2500원 / 청소년 1500원 / 어린이 800원

문의: 청풍관광개발사업소(043-640-5711~12)
청풍문화재단지 관리사무소(043-640-5711)
작은 민속촌을 연상케 하는 청풍문화재단지 입구의 팔영루(八詠樓)는 청풍부의 관문이다. 민치상 부사가 청풍팔경을 노래한 팔영시가 걸려 있어 '팔영루'라고 부른다.

팔영루를 지나 낮은 언덕을 오르면 가옥 4채가 나란히 늘어서 있고 그 앞에서 연자방아가 손님을 맞이한다. 이 집들은 본래 있던 마을의 이름을 따서 지산리 고가, 후산리 고가, 도하리 고가, 황석리 고가라 부르는데, 집의 구조는 모두 달랐다. 농기구와 살림 도구까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옛 생활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이것은 보물 제546호인 석조여래입상입니다. 청풍면 읍리 대광사 입구에 있던 높이 3.41m의 큰 석불로 얼굴이 통통하여 자비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통일신라 말기의 불상으로 이마에는 수정이나 보석을 박았던 흔적이 뚜렷하지요. 입상 앞에 둥근 소원돌이 있는데 나이만큼 남자는 오른쪽으로, 여자는 왼쪽으로 돌리면 아들을 갖게 된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안내원의 설명에 "그럼, 딸을 원할 때는 어떻게 하면 되지요?"라고 느닷없이 질문을 했더니 대답을 못했다. 그런데 "그거야 거꾸로 돌리면 되겠네"라고 최형이 대답해 모두들 박장대소했다.

청풍문화재단지의 중심 건물인 한벽루
청풍문화재단지의 중심 건물인 한벽루김형태
"금남루(錦南樓)는 청풍부 관아의 외삼문으로 2층 누각 형태입니다. 2층 누대는 밖을 감시하는 기능을 하고, 아래층 가운데 문은 부사 전용이며 양쪽 문은 평민이 출입했답니다. 금남루는 이전하면서 양쪽의 담장이 없어져 정자처럼 쓸쓸해 보입니다.

이것은 숙종 7년에 건립한 금병헌(錦屛軒)이라고 하는데 내부에는 청풍관(淸風館)이란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금병헌 오른쪽의 응청각(凝淸閣)은 토석으로 아래층 벽을 친 2층 누각입니다. 자, 이쪽으로 오십시오. 저 건물이 바로 청풍문화재단지의 중심 건물인 한벽루(寒碧樓)입니다. 보물 제528호로 정면 4칸, 측면 3칸의 큰 누각입니다. 우측에 계단식 익랑을 달아서 화려하지요."

자연학습장에서 만난 구절초와 꿀벌
자연학습장에서 만난 구절초와 꿀벌김형태

나도 꿀벌처럼 꽃으로 들어가 보다
나도 꿀벌처럼 꽃으로 들어가 보다김형태
김형태
안내원의 좋은 설명에 우리는 힘찬 박수를 보냈다. 우리 아이는 감사의 표시로 시원한 생수 한 병을 안내원에게 선물했다.

한벽루 앞의 잔디광장에는 지석묘, 문인석, 선정비들이 늘어서 있었고, 아래쪽으로는 야생화자연학습장, 청풍향교, SBS촬영장이 보였다. 나루터 쪽으로 유물 전시관과 수몰역사관이 있어 아이들의 현장 교육에 안성맞춤이었다.

산성을 올라가다가 만난 반가운 벗
산성을 올라가다가 만난 반가운 벗김형태
올려다 보니 서북쪽 언덕에 삼국시대에 축조된 망월산성(望月山城)과 팔각정자가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 수 없다며 비지땀을 흘려가며 올라갔더니 문화재단지와 SBS드라마 촬영장, 청풍호수가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만리장성을 보는 듯한 만월산성
마치 만리장성을 보는 듯한 만월산성김형태
소나무 숲 사이에서 용틀임하듯 위용을 드러내는 망월루
소나무 숲 사이에서 용틀임하듯 위용을 드러내는 망월루김형태
이곳에 앉아 162m까지 뿜어 올리는 청풍호반의 분수쇼를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누각에 오른 우리는 이마의 땀을 바람으로 식혀가며 옛 사람들의 풍류를 떠올려 보았다. 화려한 단청 아래 누대에서 청풍호반을 바라보니 우화등선(羽化登仙)의 기분이었다. 정말 밤에 달이라도 뜨면 그 달 잡으러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청풍호 여행의 백미는 청풍나루에서 유람선을 타고 장회나루로 가는 선상관광이다. 안내 책자를 보니, 유람선이 주말에는 오전 10시부터 6~7회 운행을 한단다. 관광객 인원에 따라 출발이 되기 때문에 정확한 출항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승선료 9000/043-647-4566).

유람선을 타고 20여분 정도 가니 하늘을 찌를 듯한 푸른 대나무 형상의 옥순봉이 눈앞에 다가서고, 옥순봉을 지나자마자 금수산(1016m)이 비단을 둘러놓은 듯한 유려한 자태를 뽐낸다. 그리고 구담봉에 이어 제비봉과 마주쳤다. 숱한 봉우리 사이에 제비 한 마리가 막 나래를 펴는 모습이다.

이어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 사인암 등을 돌아보고, 단양나루에서 도담삼봉과 고수동굴까지 구경했다. 사계절 다 아름답지만 그 중에서도 가을 단풍이 절정인 때에 맞춰 청풍호반 유람선 관광을 한다면, 선상관광의 극치를 만끽할 수 있단다. 짙푸른 산들이 마치 병풍처럼 스쳐 지나가는 청풍호반의 뱃길 여행은 정말 꿈결 같은 추억이었다.

청풍나루에서 장회나루까지 가는 유람선
청풍나루에서 장회나루까지 가는 유람선김형태

[시] 청풍호반에서
김형태

정신없이 달려가다---
흐르다--- 흐르다-----
잠시 서서
숨죽이고 가만 있어본다.

드디어 물위로 올라서는 나의 얼굴,
그리고 하늘빛 이웃들의 얼굴---

앞만 보고 달려가다---
흐르다--- 흐르다-----
가끔 멈춰 들여다보라

흐르는 물은 스스로의 얼굴을 볼 수 없으니


덧붙이는 글 | 청풍명월 여행 기사 공모에 응모합니다.

덧붙이는 글 청풍명월 여행 기사 공모에 응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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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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