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어이, 토끼 잡으러 가세!

울릉도 주민들의 주말 일상 '토끼사냥'

등록 2005.11.22 09:43수정 2005.11.2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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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를 잡아 번쩍 들어 올리는 선배님
토끼를 잡아 번쩍 들어 올리는 선배님배상용
낮 2시경 평소 친하게 지내는 두 분 형님이 사무실 문을 열더니 느닷없이 "어이,토끼 잡으러 가자" 하신다.


"예? 갑자기 무슨 토끼요?"
"안 바쁘재? 자네 몸보신 시켜줄게. 아무 소리 말고 빨리 나가자. 차 대기해 있다."

나는 영문 모를 토끼 소리에 혹시나 하며 카메라를 급히 챙기고 두 분 형님을 따라 나선다.

"집 사람한테 양념 좀 준비 해놓고 기다리라 케라. 금방 잡아 온다고 하고."

두 분 형님이 토끼를 발견하고 서서히 포위망(?)을 좁히고 있다.
두 분 형님이 토끼를 발견하고 서서히 포위망(?)을 좁히고 있다.배상용
차를 타고 한참 가다 사동 근처 형님이 대표로 있는 관광회사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이내 뒷동산으로 발길을 옮긴다.

"조금만 기다리 봐라" 하고선 두 분 형님은 예리한 눈빛으로 주위를 돌아보더니만 갖은 손짓을 해가며 포위망을 좁혀 나간다.


내가 보기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무언가 움직임이 부산하다. 이미 토끼의 위치를 확인한 듯 보였다. 이내 눈치를 챈 토끼가 냉큼 줄행랑을 친다. 투둑, 투둑. 내 눈에도 토끼가 보인다.

급하게 이리저리 뛰던 토끼는 그러나 이내 별 저항(?)도 못하고 잡혀 버리고 만다.


"숨은 그림 찾기" 토끼 보이시죠?
"숨은 그림 찾기" 토끼 보이시죠?배상용
거의 10여 분만에 두마리 토끼를 잡은 두 분 형님
거의 10여 분만에 두마리 토끼를 잡은 두 분 형님배상용
"푸하하하. 봐라 보이나?"

우와! 10여 분만에 2마리를 잡았다.

"요놈 토끼들은 앞다리가 짧아 위에서 살살 몰아 갑자기 급하게 몰면 영락없이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엎어져 내동댕이쳐진다. 빨리 가서 몸 보신 하자."

두 분 형님은 능숙한 솜씨로 토끼를 손질한다. 오래 전 "새끼 낳는 물고기를 아시나요?"라는 제목으로 새끼 밴 망상어 손질하는 모습을 기사에 올렸다가 잔인하다는 일부 네티즌들의 댓글 세례에 혼쭐이 난 경험에 이번 토끼 손질하는 광경은 그냥 넘어간다.

토끼탕입니다. 너무 맛이 있어 사진찍는 것도 잊다가 거의 먹고 나서야 사진을 찍었습니다.
토끼탕입니다. 너무 맛이 있어 사진찍는 것도 잊다가 거의 먹고 나서야 사진을 찍었습니다.배상용
그리고 30분이 지날 즈음.

"자, 이리 와봐라. 니 용왕님 얘기 알제?"
"용왕님? 그건 또 무슨 소리인교?"
"별주부전에서 용왕님이 병을 고치려고 찾는 그 토끼간 아이가?"
"토끼라는 짐승은 새벽닭이 울고 아침이 밝아오면 낮 기운을 받아먹고 밤이 되면 계수나무 그늘아래 장생불사약을 찧으면서 밤기운을 받아먹어 그 양기와 음기를 자기 간 속에 지니고 있다 안 카더나. 실제 토끼가 굴에 들어가 있으면 며칠이고 꼼짝도 안 하고 버티고 있는기라. 굴 속에 있으면서 식물의 뿌리 같은 것을 갈아먹으면서 몇 달이고 버틸 수 있는 게 모두가 간 때문에 그렇단다."
"빨리 먹어봐라. 달짝지근한 게 몸에 억수로 좋다 아이가? 이거 먹은 날은 아무 생각 말고 술도 조금만 먹고 그저 잠만 자는기다. 알았제? 보약인기라, 보약."

지금 울릉도는 육지에서 전문엽사를 데려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꿩을 잡을 만큼 야생동물이 넘쳐흐르는 무공해 섬이랍니다. 혹시 울릉도에 오시면 관광가이드 하시는 분들에게 토끼 고기 맛볼 수 없느냐고 물어 보세요.

토끼 요리탓인지 "별주부전" 얘기에 시간 가는줄 몰랐습니다
토끼 요리탓인지 "별주부전" 얘기에 시간 가는줄 몰랐습니다배상용
평생 잊지 못할 색다르고도 재미있는 경험을 가슴 속에 담고 울릉도를 떠날 것입니다. 바로 이런 것이 자연을 벗 삼아 직접 느껴 볼 수 있는 '웰빙 관광' 아닐까요?

<오마이뉴스> 독자님들요? 딱 한번만 물어 보입시더. 우리 식사할 때 올라오는 각종 고기들과 생선들, 사육용으로 기르는 동물들, 모두 식용으로 먹으려고 기르는 거 아입니꺼. 너무 잔인하다 마시고 그냥 사는이야기다 생각하고 그냥 봐주시면 안될까예?

덧붙이는 글 | 배상용 기자는 울릉도관광정보사이트 울릉도닷컴현지운영자이자 울릉군발전연구소 소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배상용 기자는 울릉도관광정보사이트 울릉도닷컴현지운영자이자 울릉군발전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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