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열린우리당, '여유' 한나라당

당심(黨心)과 다른 발언에 양당의 다른 대처법, 왜?

등록 2005.11.23 16:30수정 2005.11.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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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심(黨心)과 배치되는 발언에 대한 양당 지도부의 태도가 상반된다.

무엇보다도 내부 결속이 필요한 열린우리당 비상 지도부는 의원들에게 연일 입단속을 주문하고 있지만, 40% 지지율을 넘어서 외연확장에 나서고 있는 한나라당은 당론과 배치되는 대변인의 논평에도 여유를 보이고 있다.

['단속' 열린우리당] "참고 양보하는 자세로 합심하자"

a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이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이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비상집행위 체제 이후 처음 열린 23일 중앙위원회의. 열린우리당 비상집행위원회가 당원협의회 구성과 관련한 당헌 개정안을 상정하면서 계파간에 미묘한 긴장 기류가 흘렀다. 시군구별로 뽑게 되어 있는 현행 당원협의회장을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변경하는 안건이다.

개정안에 반대하는 측에선 당원 조직에 대한 국회의원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 아니냐며 비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날 안건이 기간당원제 요건 완화 등 본격적인 당헌 손질을 앞두고 전초전의 성격이라는 점에서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지도부는 일단 이견이 없는 '쉬운' 부분부터 추진하겠다며 당원협의회 구성에 관한 안건을 상정, 정면 충돌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합적 구심력'을 앞세워 연일 당내 규율·기강을 강조하고 있는 정세균 의장은 "일각에서는 비대위가 신속하게 체제 정비 못하고 치고 나가지 못한다는 불만도 있지만 동의와 참여 속에 성과를 만들어 나겠다"고 말했다.

집행위원인 김영춘 의원은 '뜨거운 감자'인 기간당원제 개정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기간당원제를 중심으로 건강한 하부 토대를 만들어 보자고 했지만 뿌리가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당이 위기를 맞았다"며 "전위들만의 정당이 아니라 국민과 가까운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노선상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헌 개정 과정에서 표출될 이견을 의식해선지 막말 풍토를 강하게 꼬집었다. 김 의원은 "'대통령 탈당하라' '민주당과 합당하지 않으면 탈당하겠다' '비대위 물러나라' 등 자제되지 않은 막말은 우리당의 진로를 어렵게 하는 장애"라며 "참고 양보하는 자세로 합심하자"고 호소했다.

정세균 의장은 최근들어 정제되지 않은 의원들의 발언과 내부 기밀누설 행위 등에 대해 경고와 문책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노 대통령의 탈당을 주장한 안영근 의원에 대해 경고를 했고, 열린정책연구원의 기밀유출 책임자 색출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여유' 한나라당] "수도권·40대 지지자 잡는 성격도"

a 이계진 신임 대변인이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계진 신임 대변인이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반면 한나라당은 과거와 달리 당론과 배치되는 이견 표출에 '여유로운' 자세다. 여권인사가 연루된 '오포 비리' 사건에 대한 이계진 대변인의 '온정' 논평에 언론의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당 지도부는 대변인의 소신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계진 대변인은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가장 잘 싸운 방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며 <손자병법>을 인용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대변인은 새로운 대변인상을 보이겠다는 취임 일성을 되뇌이며 "열린우리당에게도 참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변인의 소신 행보는 또 있었다. 최근 내부 현안검토회의에서 이 대변인은 이해찬 국무총리의 전세기를 대동한 중동 순방을 비판하는 논평을 내자는 의견에 반해 "성과를 보고 판단하자"고 제동을 걸었다는 후문이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총리가 재계 최고경영자들과 함께 '경제 외교'를 떠난 것이니만큼 성과가 있다면 높아진 한국 외교의 위상을 감안해야 된다는 것이 이 대변인의 입장이었다. 반면 성과가 없다면 '실세 총리'의 위상을 강화하는 차원이므로 '호화 외교'로 비판하겠다는 것. 여당을 단순히 자극하는 차원의 논평은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같은 대변인 행보에 잡음도 있지만 지도부는 좀더 '지켜보자'는 쪽이다. 한 주요당직자는 "한나라당 비토 세력에게 접근이 용이한 방향으로 당직자들이 임명되었다"며 "이는 일시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수도권과 40대 지지자들을 잡아두기 위한 전략적 성격도 있는만큼 이들의 시도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수요모임의 정병국 의원을 홍보위원장에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당을 칭찬하고 자기반성을 하는 등 금기를 깨는 '야당' 대변인은 외연확장의 기로에 있는 한나라당의 불가피한 정치실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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