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정부 가교 배기선 '아~ 헷갈려'

DJ-노 대통령 사이에 낀 동교동계 의원의 무의식

등록 2005.11.24 17:37수정 2005.11.2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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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DJ 비서출신으로 동교동과 가교역을 맡고 있는 배기선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사진)이 현 정부를 '국민의 정부'라고 표현한 '말실수'가 묘한 여운을 던져주었다.

24일 행정복합도시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이 내려진 뒤 열린 기자회견. 배 총장은 정세균 의장의 환영사가 끝난 뒤 "노 대통령이 정치적인 명운을 건 핵심 사업이었지만 노무현 정부가 앞으로 나가는데 발목을 잡는 사업으로 묶여져 있었다"며 청와대에 축하를 건냈다.

하지만 다음 대목에서 삐끗했다. 배 총장은 "오늘 이것으로서 사슬이 풀리고 노 대통령과 국민의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새로운 비전을 향해 힘차게 전진할 수 있는 출발점이 마련되었다"며 "분열과 갈등을 씻고 손잡고 전진할 수 있도록 우리당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 총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있던 전병헌 대변인은 "국민의 정부를 계승한 참여정부로 고쳐달라(웃음)"며 즉석에서 수정했다. 이에 배 총장은 "아 죄송합니다"라며 멋쩍게 웃어보였다.

동교동과의 가교역할 배 총장, DJ정부 도청수사에 '아뿔사'

공식 표명은 없었지만 배 총장은 호남·충청권을 포괄하는 '민주평화개혁세력'의 재집결에 동조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전통적 지지세력 복원을 애써달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문과도 맥을 같이 한다.

배 총장은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관계가 멀어질 때마다 누구보다 조바심을 내왔다. 지난 9월 국민의 정부 도청 파문이 일었을 당시, 병원에 입원한 김 전 대통령을 유일하게 면담한 것도 배 총장이었다.


또한 최근 두 국정원장의 구속에 DJ가 대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김 전 대통령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왜 이번에는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열린우리당의 끈질긴 구애에 민주당이 노 대통령의 탈당을 전제로 한 조건부 통합론으로 화답하면서 급물살을 탈 수 있었던 민주당 통합론은 노 대통령의 '창당 초심' 발언에서 브레이크가 걸리더니 DJ 정부 도청 수사로 '일단 멈춤' 상태가 되었다. 당내 동교동계 의원들은 청와대와 동교동 사이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고, 그 수장격인 배 총장도 예외는 아니다.


한편 민주당의 한 의원은 최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DJ와 노 대통령을 대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태도를 '애인'과 '남편'에 빗대 설명했다.

"남편(노 대통령)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는데 애인(김 전 대통령), 또는 전 남편이 아직도 자기를 사랑한다며 아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는 남편의 심정 같은 것 아니겠나."

동교동을 찾아가 "여러분이 나의 정치적 계승자"라는 발언을 듣고 기뻐하던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청와대에서 만난 노 대통령이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한 나름의 해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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