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의 추억 , 환상의 섬 소매물도

한번쯤 꼭 가봐야할 아름다운 섬

등록 2005.11.25 14:17수정 2009.08.3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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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항을 떠나 소매물도로 출발하다.
통영항을 떠나 소매물도로 출발하다.문일식

어쩌면 나에게 있어 여행의 욕구를 촉발시킨 촉매제였을지 모릅니다. 우연하게 알게 된 소매물도. 어렸던 시절, TV를 통해 비춰진 아름다운 풍경의 섬, 그 섬은 분명 외국의 섬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우리나라 섬이란 것을 다시 알게 된 나는 13년 전 소매물도로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매물도를 향해가는 카페리호는 통영항과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고, 한참 후에야 통영항이 점으로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바다 아래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좌우로 크고작은 섬들이 하나둘씩 비켜가고, 한가로운 고깃배의 어부들과 섬으로 떠나는 여행객과의 반가운 교신이 이어졌습니다. 통영을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무리지어 서있는 섬들은 서로 잇닿아 보이고, 육지인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항구와 멀어지면서 바다는 다시 본연의 색깔을 되찾고, 푸른 옥빛의 바다로 거듭나며 한없이 일렁거렸습니다. 그 일렁임 속으로 카페리호는 미끄러지듯 빠르게 지나갔고 지날 때마다 새하얀 포말을 여지없이 품어냈습니다.

 

한 시간 여 남짓 후 소매물도의 선착장과 섬에 점점이 박혀있는 집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랫만에 밟아보는 소매물도.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사이로 맑고 푸른 하늘이 더없이 맑아보였고, 지난 몇 일간 흐리고 비가 내린 궂은 날씨속의 여행에 위로를 해주려는듯하여 고맙기 그지없었습니다.

 

등대섬에서 바라본 소매물도의 전경.
등대섬에서 바라본 소매물도의 전경.문일식

소매물도 등대와 공룡바위,소매물도,대매물도를 한 눈에 담다.
소매물도 등대와 공룡바위,소매물도,대매물도를 한 눈에 담다.문일식

등대섬으로 향했습니다. 긴 생머리에 흰 색 모자와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상상 속에 살아있는 쿠크다스섬(예전에 쿠크다스라는 과자 CF를 이곳 등대에서 촬영했습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등대섬에 올라 여기저기 펼쳐진 절경들에 감탄하고, 그 시간들을 누리고 즐기고 있었습니다. 등대섬에는 새로운 변화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등대까지 오르는 산책로를 따로 만든 것이고, 등대섬 뒤편의 절벽 쪽에 위험방지를 위해 난간을 설치한겁니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때마다 시야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며,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냈습니다. 엉덩이만 보이던 공룡바위는 바다를 헤치고 나아가는 완전한 형태의 공룡의 모습으로 나타났고, 소매물도의 전경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저 뒷편으로 대매물도의 위용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소매물도의 등대섬을 잇는 길이 열려 있었습니다. 한쪽은 성난 파도가 들이쳐 검푸른 바다와 흰 포말만이 조화롭게 펼쳐진 반면 반대쪽은 불과 몇 미터 차이인데도 불구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평온한 바다를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잇는 드러난 길을 사이에 두고 너무나도 다른 풍경이 꽤나 인상적이기 까지 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바다로 뛰어들어 기쁨을 만끽하기도 하고, 시원스레 펼쳐진 풍경과 함께 상념에 젖어 있기도 했습니다.

 

바람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거세졌고, 등대섬 정상에서는 서있기도 힘들 정도로 강한 바람이 일었습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동쪽에는 바람의 세기만큼이나 큰 파도가 일고 있었습니다. 등대는 흰색으로 물들은 순백의 순결함과 함께 우람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늘과 바다의 색과 함께 수수함 그 자체, 깨끗하고 깔끔하며 청순한 느낌 그대로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오가는 배들이 연출하는 풍경들.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오가는 배들이 연출하는 풍경들.문일식

등대섬에서 바라보는 망망대해.
등대섬에서 바라보는 망망대해.문일식

등대섬 정상에 올라 앉아보니 그 장엄한 등대의 전경은 마치 세상에 큰 빛을 내려줄 것만 같았습니다. 사방팔방으로 멋진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소매물도와 공룡바위와의 어울림도, 등대섬으로 오르는 길에서 파란 하늘과의 어울림도, 정상에서 펼쳐지는 망망대해와의 어울림도 자연스러움의 극치입니다. 그 아름다움은 카메라에 차곡차곡 쌓이고, 또 다음에 이곳을 찾기 위한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등대 뒤편에는 아득한 절벽이 있습니다. 발만 딛고 있어도 오금이 절로 절일 것만 같은 아찔한 낭떠러지입니다. 아래 갯바위에는 여유롭게 낚시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배위에서 유유히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펼쳐져 보였습니다. 어선들이 흰 포물선을 그리며 다가오고 멀어지는 풍경 또한 일품입니다.

 

어느새 사람들은 등대섬을 다 빠져나갔고, 등대섬에는 몇 명 남지 않은 사람들과 그 사람들마저도 몰아내려는 드센 바람만이 머물러 있었습니다. 한갖진 그늘 한 곳 없는 등대섬에서의 시간은 사람들을 지치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배를 타고 다시 소매물도로 돌아와 저녁 일몰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한 중년부부가 민박집을 찾아왔습니다. 장사 때문에 매년 여름 끝물 즈음 무박여행을 한다는 부부였습니다. 마산에 사시는 분들인데 여수에 들렀다가 급하게 이곳에 들어왔는데 소매물도 정보를 잘 모르셨던 모양입니다. 민박 어른신과 같이 술한잔 나누는데 초대를 받았습니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연결하는 몽돌해변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연결하는 몽돌해변문일식

소매물도에서 발견한 불새
소매물도에서 발견한 불새문일식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해는 서편으로 떨어져 어두워졌고, 앞바다에서 일렁이는 파도소리만이 정적을 가르며 울려 퍼지는 밤이 찾아왔습니다. 민박 어르신의 소매물도 사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소매물도의 땅주인이 따로 있어서 증축이나 개축을 못한다고 했습니다. 주인어른의 입장에서는 위쪽에 있는 다솔산장처럼 번듯하고, 편리한 민박집을 하고 싶으셨던 모양인데 소매물도에 들어오는 많은 여행객들이 호소하는 불편함들 때문에 많이 서운하고 아쉬워하시는 듯 했습니다.

 

이번에 소매물도에 들어오면서 많이 변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돈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것도 그렇고, 경상도 특유의 퉁명스러움에 당혹스럽기까지 했고, 선착장의 풍경이나 다른 모든 것들이 그랬습니다.

 

하기사 이곳과 인연을 맺은지 13년, 변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욕심 같아서는 보물섬 같은 소매물도 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매물도에서 바라본 저녁풍경
소매물도에서 바라본 저녁풍경문일식

통영-소매물도를 오가는 쾌속선...소매물도와의 작별의 시간이 다가오다
통영-소매물도를 오가는 쾌속선...소매물도와의 작별의 시간이 다가오다문일식

처음에는 민박 잘못 잡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주인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마산의 중년부부 덕에 전형적인 경상도 어촌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하고난 뒤에도 술자리는 계속 이어졌고, 주인 어르신의 걸쭉한 가락은 젊으셨을 때 한가닥하셨던 듯 합니다.

 

노래를 크게 불러 고성방가한다고 뭐라할 이 아무도 없고, 탁트인 바다가 보이는 마당에 앉아 자연산 해산물을 안주삼아 술 한잔 기울이니 이보다 더 유쾌한 일이 없을 듯 했습니다. 바람은 더욱 더 심하게 울어대고, 파도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큰 일렁임이 계속 됐습니다.

 

이제 소매물도를 떠날 시간입니다. 멀리 거친 파도를 헤치고 다가오는 카페리호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항상 작별의 순간은 아쉬움과 다음을 기약합니다. 선미로 나와 멀어지는 소매물도를 바라보았습니다. 편안함을 잔잔히 전해주는 섬, 소매물도... 다음에는 그 어떤 목적도 없이 그냥 편하게 찾아오겠다고.

 

등대섬의 등대
등대섬의 등대문일식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 동행 11월 여행 이벤트 응모합니다.

★ 소매물도에서 꼭 해봐야 할 7가지
1. 소매물도 정상에 올라 일출 보기
2. 배타고 소매물도 일주하면서 이야기 들어보기
3. 등대섬에 올라 사방 아름다운 풍경 감상하기
4. 물때 맞춰 소매물도와 등대섬 사잇길 몽돌해변에서 서로 다른 바닷가 느껴보기
5. 자연산 해산물과 함께 방파제에서 소주 한 잔 들이키기
6. 방파제에 누워 시원한 파도소리와 함께 촘촘히 박힌 별의 바다 바라보기
7. 민박집 평상에 앉아 소매물도의 일몰 바라보기

2005.11.25 14:17ⓒ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아름다운 동행 11월 여행 이벤트 응모합니다.

★ 소매물도에서 꼭 해봐야 할 7가지
1. 소매물도 정상에 올라 일출 보기
2. 배타고 소매물도 일주하면서 이야기 들어보기
3. 등대섬에 올라 사방 아름다운 풍경 감상하기
4. 물때 맞춰 소매물도와 등대섬 사잇길 몽돌해변에서 서로 다른 바닷가 느껴보기
5. 자연산 해산물과 함께 방파제에서 소주 한 잔 들이키기
6. 방파제에 누워 시원한 파도소리와 함께 촘촘히 박힌 별의 바다 바라보기
7. 민박집 평상에 앉아 소매물도의 일몰 바라보기
#소매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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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글과 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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