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웬 구명호소 사이트에 실린 글.
응웬 투옹 반은 지난 2002년 12월, 캄보디아에서 호주로 들어오다 경유지인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서 헤로인 396g을 지닌 혐의로 체포됐다. 이어 싱가포르 법원으로부터 사형을 선고받았다.
싱가포르는 15g이상의 마약을 소지했을 경우 자국 법에 따라 사형에 처하고 있다. 국제사면위에 따르면 1991년부터 최근까지 싱가포르에서 마약 관련 혐의로 처형된 사람은 420명에 달한다. 인구비례로 보면 세계 최고의 사형율이다.
응웬의 사형집행 통지서한은 지난 17일 응웬의 어머니 앞으로 전달됐다. 서한에는 처형당하기 전에 세 차례의 가족면회를 허용한다는 내용과 시신 인도절차 및 장례 준비 고지, 그리고 어머니의 사인요구서 등이 들어있었다.
호주인들이 싱가포르, 발리 등 아시아 지역에서 마약을 운반하다가 잡혀 사형에 처해진 전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인도네시아에서 마약 밀반입 혐의로 재판 중이거나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호주인들도 10명(2건)에 이른다.
그러나 호주인들은 이번의 경우, 응웬이 상습적인 범죄자가 아니라는 점과 무엇보다 '죄에 비해 벌이 터무니없이 과하다'는 점 때문에 선처를 베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멜버른의 세일즈맨이었던 응웬은 쌍둥이 형제인 코아가 진 빚을 대신 갚아주기 위해 마약을 운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을 전달해 주는 조건으로 시드니 밀매 브로커로부터 3만 호주 달러(2400만원)를 받기로 했다는 것. 10대 때부터 폭력 등으로 각종 전과기록을 갖게 된 코아는 급기야 도박에 손을 댔다가 큰 빚을 진 상태였다. 코아와는 대조적으로 전과도 없이 착실한 삶을 살아온 응웬은 늘 코아의 뒤치다꺼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쌍둥이 형제는 지난 1980년 단신으로 베트남을 탈출한 홀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이른바 보트 피플의 후예다. 이들은 태국 난민촌에서 출생한 지 6개월 만에 난민입국 심사를 거쳐 호주에 정착했다.
들끓는 호주, 꼼짝 않는 싱가포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