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으로 사라진 가을

<바위나리와 떠난 여행 22> 그 속에 희망이 보입니다

등록 2005.11.28 09:30수정 2005.11.28 13:54
0
원고료로 응원
이기원
밤새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꽤 요란하게 쏟아지더니 짙은 안개가 무겁게 내려앉았습니다. 그 안개 속으로 조그만 길이 있습니다. 거북바위까지 가는 그 길을 따라 가을이 안개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기원
낙엽 쌓인 산은 온통 갈색입니다. 여기 저기 소나무가 없는 건 아니지만 안개에 묻혀 제 빛깔 제대로 드러낼 줄 모릅니다. 거북바위 지나 약수터 가는 길목에서 낙엽 쌓인 산보다는 새순 돋는 봄날에 어울릴 색깔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건 이끼였습니다. 가을이 떠난 뒤에도 여전히 연녹색 빛깔입니다.


이기원
하늘 향해 치솟아 자라던 매끈하고 탄력 넘치던 나무들도 그 많던 나뭇잎 다 떨어뜨리고 줄기마저 생기를 읽어 부스스한 모습입니다. 그래도 가지는 여전히 하늘을 향하고 있습니다. 잠시 쉴 뿐이지 아주 멈춘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기원
거북바위에 다다를 무렵 낙엽 위로 아직도 지지 않은 단풍이 보였습니다. 우뚝 자란 나무들은 모두 잎이 떨어졌는데 낙엽 위로 한 줄기 자라 겨우 잎이 자란 나무는 아직 잎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빛깔도 가을날의 선홍빛 단풍에 비할 정도는 못되지만 고운 맵시는 여전합니다.

이기원
사정없이 잘려나간 나무 밑동 옆에도 한 가닥 어린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비와 안개에 젖은 단풍 다 말리지도 못한 채 서 있습니다. 다가올 겨울 추위를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불어오는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립니다. 죽어 밑동만 남아 있는 나무 옆에서 또 하나의 생명이 하늘 향해 치솟아 자랄 그날을 준비하며 화사한 표정으로 서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에도 실었습니다. 구경 오실 분은 클릭해주세요.

덧붙이는 글  제 홈페이지에도 실었습니다. 구경 오실 분은 클릭해주세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