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식
며칠 동안 청국장을 만들었다. 잘 띄운 청국장을 냉장고에 뭉쳐 넣고 나머지는 모두 꼬들꼬들하게 말렸다. 여름이 시작될 때 심었던 콩이 이제 청국장과 메주로, 그리고 아궁이 불 프라이팬에서 향기롭게 굽혀 일생을 마감하고 있다. 싸리 채반지에서 잘 마르고 있는 청국장을 보며 콩의 일생을 떠올려 본다.
비가 온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 전날 허리를 두드려가며 엎드려 콩을 심었다. 잡초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콩 모종을 길러 옮겨 심으려고 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아 직파를 했었다. 장난꾸러기 아이들처럼 밭이랑을 떼굴떼굴 구르는 콩을 집어다 달래가며 심었다.